박근혜정부 ‘지방자치제도 개선’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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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지방자치제도 개선’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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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대평 지방자치위원장 <사진=뉴시스>

풀뿌리 뽑고 중앙집권 강화?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지방자치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안을 내놨다. 그러나 특별시와 광역시의 기초의회를 폐지하는 등 민감한 내용이 대거 포함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직격탄을 맞게 된 기초의회에서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여야 정치권의 입장도 크게 엇갈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이하 지발위)가 지난 8일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이 중앙과 지방 정가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계획안 세부과제 20개 안에 광역시 구청장·군수 직선제 폐지, 특별시·광역시 소속 기초의회 폐지 등 20여년 간 유지돼온 지방자치제도에 대변화를 예고하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변화 예고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특별·광역시 자치구·군의 지위 및 기능개편’이다. 이 과제의 골자는 서울과 6개 광역시 구·군의회를 모두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대평 지발위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특별·광역시 자치구의회 폐지는 주민의 생활권을 고려한 것”이라며 “같은 생활권 안에 있는데도 자치구가 다르다는 이유로 행정서비스가 달라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청장·군수 선출 방식의 경우 서울은 수도의 특수성과 인구 등을 고려해 구청장 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광역시는 시장이 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구청장이나 군수를 임명하는 행정구·군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치구의회 폐지나 광역시 구청장·군수 임명제 전환은 ‘자치권 확대’라는 지방자치제도 로드맵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과 함께 지방의 기초의원이나 기초 단체장 등 당사자들의 반발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성명성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 이념을 훼손하고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계획”이라며 “지방자치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협의회는 “평등권 침해와 주민 기본권 제한이라는 측면에서 ‘위헌적 행위’가 분명하다”며 “구시대의 중앙집권적 행태로 돌아가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철회하고 진정한 지방분권을 통한 자치 실현에 중앙 정치권이 앞장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보궐선거 전임자 임기승계 폐지’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 과제의 골자는 자치단체장 보궐선거의 당선자가 전임자의 잔여임기를 승계하도록 한 현행제도를 폐지하고 당선 시점부터 새로 4년의 임기를 시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잦은 선거에 따른 고비용과 업무 단절 등의 문제점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지발위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지자체의 경우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전국동시 지방선거와 주기가 맞지 않아 매번 따로 선거를 치르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저조한 지방선거 투표율도 더 낮아지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구청장·군수 직선제 폐지 등 예고
야권 “지자체 뿌리 흔드는 것” 반발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시범실시안도 논란의 대상이다. 지발위는 자치경찰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오는 2016년부터 시범적으로 해당제도를 실시한 뒤 지역여건 등을 감안해 자치단체가 자치경찰제 도입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자치경찰제는 지자체별로 자체 경찰력을 두고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세계 22개국에서 중앙집권적 성격의 국가경찰과 지방분권적 자치경찰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는 참여정부 당시 시범도입 전 단계까지 갔다가 무산됐고, 이명박정부에서도 도입 논의가 진행됐다가 실현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

당초 교육감직선제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교육계의 반발로 개선 필요성만 강조한 채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지발위 핵심관계자는 “초안에는 교육감직선제 폐지가 구체적으로 검토됐지만 교육부와 전문계 등에서 의견이 엇갈렸다”며 “추진 주체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기 때문에 최종 보고내용에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선출방법을 개선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기로 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지발위는 ▲여성의원 선출비율 확대 ▲정당표방 허용 ▲기표방식 개선 ▲광역의회 비례대표 비율 단계적 확대 추진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 대선 당시 여야가 앞다퉈 정치개혁 공약으로 내놓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때문에 향후 정치권 논의과정에서 다시 한 번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진통 불가피

지발위는 이와 같은 세부과제를 2017년까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반발 외에 여야 정치권의 입장도 엇갈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아직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방자치제도의 뿌리를 흔드는 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지발위의 계획안이 시행될 경우 중앙정부로 권력이 더욱 집중시키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까지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자 해온 노력들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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