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롱한 홈플러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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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 정부 조롱한 홈플러스, 왜?

일요시사 0 723 0 0

대통령 한방 먹이려 작정하고 깠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연말정산 때문에 난리다. 세수에 목마른 정부가 월급쟁이들의 투명지갑까지 손을 댔다가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정부는 뒤늦게 악화된 여론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다. 각종 보완책에도 뿔난 민심은 여전하다. 쩔쩔 매고 있는 정부. 이 와중에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자료가 나와 시선을 끈다.

홈플러스가 낸 보도자료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품목별 매출 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는데,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일단 시기가 애매하다. 의도까지 의심 받는 상황. 게다가 제목이 정부를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시선을 끌고 있다.

아킬레스건 건드려

홈플러스는 지난달 22일 ‘연말정산 쇼크에 내수도 타격’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연말정산이 시작된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전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7%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테고리별로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을 나열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가공식품(-45.8%), 키즈숍(-30.0%), 디지털가전(-22.9%), 액세서리(-21.8%)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하락폭이 컸다. ▲과일(-19.0%) ▲채소(-4.1%) ▲건식(-15.8%) ▲축산(-19.2%) ▲수산(-17.8%) ▲간편조리(-4.8%) ▲차/주류(-16.5%) 등 식음료도 매출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용품(-7.7%) ▲가정용품(-13.2%) ▲문화상품(-4.5%) ▲생활가전(-1.1%) ▲이너웨어(-18.7%) ▲스포츠숍(-14.2%) 등도 모두 매출이 감소했다. 다만 아동복(42.2%)과 레저상품(5.5%), 남성복(6.6%), 여성복(8.0%) 등은 판매량이 늘었다.

‘연말정산 쇼크’ 보도자료 배포 의도는?
논리적으로 앞뒤 맞지 않는 통계 지적

홈플러스는 이러한 매출 역신장세를 연말정산 탓으로 분석했다. 회사 측은 “최근 연말정산 이슈로 나라가 많이 시끄럽다”며 “연말정산에 따른 세금폭탄 쇼크에 내수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소비자들의 지갑도 많이 닫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보도자료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것. 연말정산 때문에 1월 매출이 부진하다는 분석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다른 유통업체들의 주장은 이렇다. 지난해엔 설 연휴가 1월30일∼2월1일로 올해보다 빨랐다. 홈플러스가 비교 조사한 지난해 1월15∼21일엔 이미 대형마트들이 설 행사에 들어간 상태였다. 물론 매출이 상승하는 대목 효과를 봤다. 설이 아직 먼 2월18∼20일인 올해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결론이다.


 



▲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그런데 홈플러스는 이같은 상황을 배제하고 단순 비교해 역신장세 원인을 연말정산 탓으로 돌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너무 오버한 것 같다”며 “설 대목인 작년과 비교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설 연휴가 늦은 올 1월 매출이 작년보다 적은 게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홈플러스가 해석한 연말정산 쇼크는 아직 멀었다. 연말정산이 반영된 월급은 2월부터 나오는데 벌써 소비 심리가 얼었다는 분석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1월 매출 역신장세는 연말정산이 아닌 단순히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과 큰돈이 들어가는 설을 앞두고 지갑이 닫힌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쩔쩔 매고 있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

일각에선 이번 홈플러스의 보도자료가 사실상 정부를 겨낭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연말정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대한민국은 지금 연말정산 때문에 난리다. 세수에 목마른 정부가 월급쟁이들의 투명지갑까지 손을 댔다가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정부는 악화된 여론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특별 방안을 지시할 정도로 예민하다.

뒤늦게 각종 보완책을 내봤지만 뿔난 민심은 여전하다. 정부가 쩔쩔 매고 있는 와중에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홈플러스의 자료가 나온 것이다. 홈플러스 측은 “오해다. 전혀 특별한 의도가 없다. 단지 소비 트렌드를 알리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업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도자료 제목만 보면 정부를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며 “연말정산 때문에 힘든 담당 공무원들이 보면 충분히 기분이 나쁠 만하다. 한방 먹이려(?) 작정하고 만든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과거에도 이상한 보도자료를 냈다가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경영에서 손을 뗀 이승한 전 회장의 아내 책을 홍보한 게 대표적이다. 홈플러스는 이 전 회장의 아내 엄정희 교수가 <오리의 일기>란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해 논란이 일었다.

사실상 정부 겨낭?

업계에선 회사와 관계없는 사람의 홍보까지 하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오지랖이 넓어도 너무 넓다는 것. 이 전 회장의 특별지시(?) 없이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잇단 악재’ 흔들리는 홈플러스

‘경품추첨 비리, 고객정보 불법판매, 노조 파업, 매출 부진…’

홈플러스가 계속된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급기야 매각을 앞두고 대규모 구조조정설까지 직원들 사이에서 퍼져 내부가 뒤숭숭한 상황. 게다가 최근 ‘짝퉁 판매’논란으로 시끄럽다.

지난해 9월 한 소비자는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10만3000원짜리 나이키 운동화를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상표를 위조한 ‘짝퉁’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는 환불을 요청했지만, 홈플러스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소비자가 직접 특허청에 위조 여부를 의뢰했고, 그 결과 위조 상품인 사실을 증명됐다. 홈플러스는 “납품업자에게 책임이 있다”며 환불이나 교환을 거부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홈플러스가 해당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위조 의심 제보를 받고도 일체의 조사나 환불을 거부한 점, 소비자가 직접 특허청을 통해 위조 상품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후에도 그 책임을 납품업자에게 떠넘기며 교환이나 환불을 거부한 점 등은 위법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상표법에 따르면 상표권 및 전용사용권의 침해행위를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경우 상표 위조 판매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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