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주총 시즌' 떨고 있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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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주총 시즌' 떨고 있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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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치이고 외국큰손에 치이고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2015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외국인 큰손의 주총 압박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연루된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3월 말까지 상장사들의 2014회계연도 결산 등을 위한 정기 주총이 이어진다. 지난달 27일 KT&G가 주총을 개최했고 오는 13일에는 포스코가 정기 주총을 연다.

올해 역시 주총데이는 '3월 금요일'이다. 다수의 상장사 정기 주총이 몰린 '슈퍼 주총데이'는 주주들의 참여와 주주권 행사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돼 정부가 개선에 나섰으나 기업들은 귀를 닫았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과 사회책임투자 연구기관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총 일정을 공시한 상장사 236개사 중 금요일 (3월13·20·27일)에 주총을 여는 곳은 183개(77.5%)에 달한다.

3월 금요일 
183개 주총

13일에는 삼성 계열사와 현대차 계열사들의 주총이 예정되어 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에스원, 현대차, 현대모비스가 이날 오전 9시에 주총을 연다.

20일에는 30여개 상장사가 한꺼번에 주총을 예고했다. 네이버, 농심, AK홀딩스, LS, 한솔홀딩스, 만도, 한국항공우주, 신도리코, 한라, 아이에스동서, 녹십자, 웅진씽크빅 등이다. NHN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 등 상장사들은 27일 주총을 예고했다.

올해 주총의 가장 큰 화두는 경영권 분쟁이다. 엔씨소프트, 일동제약, 한국토지신탁, 신일산업, 참엔지니어링, 광희리츠 등 다수 기업이 경영권분쟁을 겪고 있다.

한때 동업자였던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넥슨이 경영권 간섭에 나서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넥슨은 지난달 지분보유 목적에서 경영참여를 분명히 했고 이사 선임과 주주명부 열람, 부동산 처분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엔씨소프트에 전달했다.

엔씨소프트의 등기이사 임기가 대부분 내년에 종료를 앞두고 있고 올해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임기만 만료되기 때문에 김 대표의 재신임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현재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15%를 보유, 9.9%를 보유한 김 대표보다 훨씬 많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와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엔씨소프트는 넥슨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올리기 위한 것이며, 투자협업이라는 약속을 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동제약도 2대 주주인 녹십자가 이사 선임 요구 건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일동제약의 이사진은 총 10명. 이정치 회장을 포함한 3명이 이달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녹십자는 이중 감사 1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 요구했다. 사실상 경영에 본격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도 일동제약과 녹십자는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 안건을 부결시키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캐스팅보트'는 3대 주주인 피델리티가 쥐고 있다. 일동제약 지분 10%를 보유, 일동제약과 녹십자와 지분 차가 크지 않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 부결 당시에 피델리티는 녹십자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토지신탁은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고펀드와 프론티어PEF는 한국토지신탁 2대 주주인 아이스텀이 보유한 지분 35.2%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최대 주주인 엠케이전자의 보유 지분은 37.6%다.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경영권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신일산업이다. 신일산업은 1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영권 참여 선언을 하며 지분을 늘려온 개인 투자자 황귀남씨가 주인공이다. 황씨는 11% 선의 지분을 확보했다. 신일산업 기존 경영진의 지분율은 9%에 불과하다.

이미 황씨는 2월 초 신일산업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 영 회장과 송권영 부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 황씨와 신일산업은 경영진 횡령 및 배임 혐의 등 13건의 소송에 연관되어 있다. 주총은 법원에서 정한 직무대행자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신일산업 주총 최대 화두는 김 회장의 재신임 여부다.

올해도 반복되는 금요일 슈퍼 주총데이
경영권 분쟁 회사들 마지막까지 초긴장

참엔지니어링은 최종욱 전 대표가 지위 확인 가처분 소송을 내고, 한인수 회장을 횡령·배임혐의로 고발하면서 주인이 바뀔 위기에 처해 있다. 법원은 두 달 전 대표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다.

김종국 광희리츠 각자대표가 박광준 각자대표 외 3명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면서 광희리츠의 앞날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김 각자대표는 한밭컨설팅과 함께 박 대표 해임 안건을 처리할 임시 주총 허가를 신청한 상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광희리츠의 경영권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관치 논란으로 그간 사외이사 선임 등에만 의결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해 왔던 국민연금의 입김이 올해는 세질 것으로 보이면서 긴장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투자에서 마이너스 수익률(2.4%)을 기록했다. 손해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실 경영권 견제에 그치지 않고 아예 장악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미 네이버, 포스코, KB금융, KT 등 6개 기업에서 1대 주주이며 삼성전자는 이건희회장 보다 지분을 2배 이상 많이 가지고 있다.

대주주 횡령·배임
회사 주인 바뀌나

기업경영성과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30대 그룹 상장사 107곳에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64개 기업에서 대주주 일가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국민연금은 이 회사 지분 7.81%를 보유했지만 이건희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지분은 4.69%에 그친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도 국민연금이 1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제일기획과 호텔신라의 경우 국민연금이 각각 11.3%와 10.4%의 지분을 보유한 데 반해 대주주 일가는 보유 주식이 전혀 없다.

삼성증권, 삼성SDI, 삼성화재, 에스원, 삼성테크윈, 삼성정밀화학 등에서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다.

대림그룹의 대림산업과 미래에셋그룹의 미래에셋증권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각각 11.4%와 7.1%다. 각 그룹 대주주 일가 지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6곳에서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를 앞섰다. 이밖에 금호타이어, 신세계아이앤씨, CJ오쇼핑, 롯데푸드, 대림산업, SKC, CJ제일제당,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에서 국민연금은 대주주 일가에 비해 2배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 107곳 지분
국민연금 > 대주주

가장 좌불안석인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보다 3배 높은 10조원대에 낙찰 받았다. 고가 매입 논란에 주주들은 등을 돌렸고, 주식 매도가 이어지면서 현대차그룹 시가총액은 한 달 반만에 14조8000억원가량 날아갔다.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주식가치를 떨어뜨린 만도, 롯데그룹 계열사, 한진칼 등의 기업에 어김없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현대차 주총의 화두가 되는 ▲윤갑한 현대차 사장 재선임 ▲정의선 부회장 현대제철 등기임원 재선임 ▲송충식 현대제철 부사장 신임 등기임원 선출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 감사위원 추가 선임 ▲박의만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이은택 중앙대 교수 신임 사외이사 선출 ▲최병철 현대모비스 부사장 재선임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재선임 등 안건에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항공도 국민연금의 표심에 기대야 할 처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으로 반 재벌 정서가 심화된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문제가 주총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 중에 있는 한진그룹 계열사 중에서 국민연금은 한진칼, 대한항공, 한국공항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에서 대주주 일가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계 주주들 거센 압박
눈치보며 사외이사 모시기

형제 간 경영권 경쟁이 벌어진 롯데그룹도 국민연금 눈치를 보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지배구조를 이끌고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는 동빈·동주 형제가 다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심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롯데푸드 등에서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누구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외국계 큰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헤지펀드 아센더케피털,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 등이 이번 주총 시즌에 배당 확대 등 주주 이익 환원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펀드의 주주제안이 예정된 주요 상장사는 모토닉, 삼호개발, 인포바인, KTcs, 삼성공조, 대창단조 등이다.

먼저 SC펀더멘털은 자동차 부품사 모토닉에 배당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제안할 계획이다. 양사는 소송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SC펀더멘털은 앞서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하고 배당금 증액·감사 선임 등을 제안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지만 모두 거절 당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서와 의안 상정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SC펀더멘털은 KT계열사 KTcs에는 배당확대와 외부 감사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할 계획이다.

현대차·롯데
연기금 눈치

휴대폰인증서 보관서비스 업체인 인포바인은 아센더캐피털의 위협을 받고 있다. 아센더캐피털은 주총 때 배당확대를 요구할 방침. 아센더캐피털은 인포바인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그보다 많은 지분인 9.3%를 보유한 미국계 피델리티펀드도 아센더캐피털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델리티펀드는 자동차 냉각기 계통 부품 생산업체 삼성공조에 주주환원정책 시행을 요구하는 주주제안도 준비 중이다.

이밖에 미국계 투자업체인 코리아밸류오퍼튜니티펀드는 삼호개발(건설업체)에, 스위스계 투자기관인 NZ알파인은 대창단조(중장비제조업체)에 배당확대, 주주환원 강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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