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걷는’ TV수신료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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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걷는’ TV수신료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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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없는데 TV 보는값 달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과연 전기요금 청구서를 꼼꼼히 살펴보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요즘같이 바쁜 시대를 살다보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기가 더욱 어렵다. 이런 실상을 이용이라도 하듯 사용하지도 않은 TV수신료가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일이 발견됐다. 전국 곳곳에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어 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박모(37)씨는 몇 달 전 집 전기요금청구서를 받았다. 청구서를 살펴보던 박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TV수신료’라는 명목으로 2500원의 요금이 청구돼 있던 것.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전 청구서를 꺼내 든 박씨. 아니나 다를까 모두 TV수신료가 청구돼 있었다. TV 자체를 들여놓지 않은 박씨의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일이었다. 박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쓰지도 않은 TV수신료를 지불했다는 사실에 큰 불쾌감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박씨는 곧바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전화를 걸어 TV수신료에 관한 건으로 문의를 했다. 한전에서는 KBS에서 하는 일이라 정확한 사항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화가 난 박씨는 “한전 측에선 확인도 하지 않고 요금을 막 부과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박씨의 항의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한전 측은 그제야 비로소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시정조치하겠다”는 대답을 내놨다. 그 후 몇 달간 TV수신료가 청구되지 않았기에 상황은 마무리되는듯했다. 하지만 얼마 전 박씨는 또다시 TV수신료가 포함된 청구서를 받았다.

박씨는 KBS에까지 전화를 걸었지만 말도 안 되는 답변을 받았다. KBS 측 담당자는 “모든 집에 TV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모든 집에 TV가 있다는 가정하에 수신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TV가 없다고 신고한 사람에 한해 그 다음 달부터 부과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고지서상에도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씨는 취소했지만 다시 청구된 TV수신료에 대해 언급하며 “TV가 있지도 않은 집에 수신료를 청구해 받는 건 부당이익이 아니냐”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결국 예외적으로 환불해주겠다는 KBS 측의 말로 이번 사건은 일단락됐다.

박씨는 “확인을 거치지 않은 TV수신료 청구는 공영방송이라는 이유로 매우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대부분 부과·납부 사실 몰라
비밀 청구…확실한 고지 필요

박씨의 경우처럼 환불을 받은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1년여 동안 한번도 전기요금청구서를 살펴본 적이 없다는 A씨. 그는 우연히 사무실 전기요금 사용 내역을 확인하게 됐다. 아무 생각 없이 납부했던 고지서에는 TV수신료가 떡하니 있었다. A씨는 “한전에서 TV수신료를 위탁해 수납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반 사무실에서도 그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한 A씨에게 KBS 측은 “컴퓨터 모니터로 TV를 시청하느냐” “수상기가 있느냐” 와 같이 TV가 나올 만한 것들을 모두 캐물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환불을 요구했지만 1년 동안 낸 수신료를 돌려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A씨는 “고지서 확인 안하고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호구냐”며 “단지 금액만을 확인하고 요금을 납부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미리 고지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1인 가구의 증가로 TV수신료 수입은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을 TV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TV가 없는 집이 상당수다.

현재 수신료 징수체계는 TV 보유 가구가 TV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신고했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졌다. 실제 신고한 경우는 거의 없어서 전기요금을 내는 가정은 일단 TV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전기사용료를 거둘 때 수신료를 같이 받는 것이다. 결국 뒤늦게 이 부분을 확인한 사람들의 수신료 부과 중지 요청이 늘고 있다는 것.

KBS 수신료 수입은 2008년 5468억원에서 2014년 6080억원으로 6년 사이 11.2% 증가했다. KBS가 파악한 전체 TV 대수가 2008년 2073만9544대에서 2014년 2286만 9901대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사무실을 제외한 가정 보유 TV 대수는 1766만 6007대에서 1967만 317대로 늘었다. 말하자면 가구 숫자가 200만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미 지적한 것처럼 이런 통계는 대부분이 잘못됐다.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TV를 치우거나 처음부터 TV를 두지 않는 가구는 계속 증가 추세다. 이런 가구는 수신료를 낼 필요가 없지만 수신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0월에는 전기요금에 통합돼 강제 징수되는 TV수신료를 따로 낼 수 있게 해달라며 한 시민단체가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승택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30일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 회원 6명이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수신료 분리고지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들은 TV수신료가 생활필수 공공재인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되면서 원치 않는 국민까지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내고 있다며 1600여명의 서명을 모아 KBS와 한전에 분리고지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앞서 서울고법은 2007년 전기요금 고지서에 방송수신료를 통합 징수하는 현행 TV수신료 징수 방식이 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안 보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분쟁이 늘고 있는 것을 두고 새로 입주하는 신도시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구별로 일단 TV수신료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뒤늦게 확인한 TV 미보유 가구들이 부과 중지나 환불 요청을 하고 있다는 것.

한 전문가는 “관리비나 전기요금 고지서에 TV수신료가 부과되고 있다는 사실과 TV가 없을 경우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잘 보이게 명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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