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오싹한 ‘SNS 괴담’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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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 오싹한 ‘SNS 괴담’ 천태만상

일요시사 0 1095 0 0

“10월 10일 중국인 인육 먹으러 한국 온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어느 날 스마트폰으로 날아온 요상한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육을 먹는 중국인들이 10월 10일 한국으로 인육사냥을 나오니 주의를 요구한다는 것. 트위터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진 기이한 괴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택시 괴담, 할머니 괴담, 조선족 베이비시터괴담까지. 뒤숭숭한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기승을 부리는 충격괴담들을 들여다봤다.

‘오원춘 사건’ 이후 인신매매 괴담이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쌍십절(대만의 건국기념일)’과 관련한 인육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과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떠도는 해당 인육괴담의 주요 내용은 “10월 10일이 중국에서는 ‘쌍십절’로 인육을 먹는 풍습이 있다. 이날 인육을 먹기 위해 한국으로 인육사냥을 나오는데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잡혀갔다고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 조심”
섬뜩한 경고

정체불명의 이 괴담은 ‘인육데이’ 동영상으로도 만들어져 있다. 유튜브에 공개된 해당 동영상에서는 한국에서 인육 거래가 실제로 성행한다고 주장하며, “중국 인신매매단이 사형 등 강력한 법집행이 이뤄지는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형벌이 약한 한국에서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각종 강력 사건과 장기매매 사건 보도영상을 짜깁기한 영상은 오원춘 사건을 재연해 여성이 칼에 찔려 살해되는 장면, 머리만 남고 뼈와 살이 분리된 소녀의 시신 사진 등 잔인한 영상이 모자이크 없이 더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모두 “중국에서 인육을 먹기 위해 사람을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인육매매 조직폭력배의 증언’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중국인들은 명절에 인육을 먹던 관습이 있고, 중국 상류층들이 사법당국의 감시를 피해 인육을 찾아 한국에 온다”며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오원춘 사건을 근거로 인간 도살자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인육 거래시장이 10년 전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인육데이, 택시납치, 할머니…‘각종 괴담’ 확산
성인1명 장기거래가가 18억? 실종자들이 모두 

“한 해 실종자가 수백 명인데 이들이 인육 공급책 조직에 희생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의 인육업자들이 한국 사람을 납치해 인육?장기매매 용도로 쓰는데 살과 장기는 팔고, 껍데기는 화학 물질로 녹여서 하수구에 흘려보내기 때문에 흔적이 안 남는다. 매년 많은 실종자가 이렇게 사라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장기밀매가 확산되는 이유를 ‘돈’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부위별 장기매매 가격은 안구 2억 3천 만원, 치아 130만원, 심장동맥 170만원, 심장 8억 원, 간 4억 원, 신장 3억 원, 위 2천 만원, 창자 290만원, 쓸개 140만 원 등으로 한 사람 몸에서 나오는 암시장 장기매매가가 약 18억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장기매매 납치괴담은 또 있다. “주된 납치의 타깃은 ‘여성’이고 ‘젊은’ 사람이다. 이들은 인신매매로 많이 팔려 나가는데 옛날같이 단순히 성매매로만 팔려 나간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대부분이 장기밀매”라며 “마취제로 마취해서 납치한 뒤에 작업장에 데리고 가면 시술자가 나타나는 즉시 바로 적출이 시작되는데. 의외로 간단한데다 증거도 없고 위험부담도 없고 돈은 억대로 벌 수 있어 선호한다고 한다”는 내용이다.

때마침 한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가 ‘여학생 납치 사건을 주의해달라’는 안내문을 아파트 게시판에 붙인 사실이 알려지자 인육 괴담은 폭발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해 장유 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한 여중생이 전날 밤 10시40분쯤 학원에 다녀오다 한 낯선 할머니와 마주쳤는데, 할머니가 길을 묻는 척하면서 근처에 세워 둔 승합차로 여중생을 유인해 태우려고 했다는 것이다. 안내문은 어린이는 물론 모든 여성이 납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아기의 장기적출
부모는 자살?

인신매매, 장기매매 관련 괴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조선족 베이비시터가 아기 2명을 납치해 장기적출을 해서, 부모는 자살했다는 ‘조선족 베이비시터’ 괴담도 있다. 괴담의 내용을 보면 이렇다.

글쓴이가 승무원으로 일하던 시절 선배가 조선족 베이비시터에게 큰아이와 8개월 된 둘째 아이를 맡겼는데, 베이비시터는 아이 둘을 납치해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후 아이의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으나 “중국에서 유아 장기매매가 기승인데다, 베이비시터의 여권 등이 모두 위조된 것이라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고, 나중에 범인을 찾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장기가 적출된 상태로 발견돼 충격으로 부부가 자살했다고 한다.

‘가짜 택시 주의보’라는 이른바 ‘택시괴담’도 돌고 있다. 택시 문고리에 마취제를 묻혀 두고 이를 만진 승객이 실신하면 장기를 꺼내 파는 가짜 택시가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특히 택시괴담 속에는 아는 사람이 범행 대상이 될 뻔했다는 증언까지 실려 있어 충격을 준다.

‘택시괴담’ 뿐 아니라 ‘할머니 괴담’도 트위터, 카카오톡 등을 통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는 버스에서 할머니가 여학생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어 내리게 한 뒤 뒤따라 온 승합차로 납치하려 했다는 경험담이다. 할머니의 짐을 들어준 한 남자 대학생이 할머니가 건넨 음료수를 마셨다가 정신을 잃고 병원에 묶여 있었다는 괴담도 있다.

이밖에 임상실험 지원자의 장기를 적출해 간다는 ‘구인광고 괴담’, 공짜심리를 이용한 ‘무료쿠폰 납치괴담’, 경찰임을 가장해 휴대폰으로 위치를 묻고 조사에 도움을 달라며 접근하는 ‘위장 납치괴담’ 등도 유행하고 있다.

‘중국=인육문화’
어쩌다 이런 등식이

그렇다면 이 같은 엽기적인 괴담 등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바로 최근 몇 달 동안 우리 머릿속에 ‘중국=인육문화’ 라는 등식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중심에 ‘오원춘 인육설’이 있다. 오원춘은 경기도 수원에서 지난 4월 20대 여성을 집으로 납치한 뒤 성폭행 하려다 살해하고 사체를 360여 조각으로 나눈 뒤 13개의 비닐봉지에 나눠 담는 엽기적 범죄를 저질렀다. 그러나 오원춘이 여성을 성폭행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범행 목적이 인육이었다는 의혹이제기 됐다.

급기야 지난 6월 1심 판결에서 담당 재판부가 공식적으로 오원춘의 행태가 ‘인육 제공’목적이라고 언급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역사적으로 긴 기간 동안 행해졌던, 중국의 식인 문화’, ‘중국 인육 상설시장’, 그리고 지난해 논란이 됐던 중국발 ‘태아사체로 만든 인육캡슐’의 존재’ 등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네티즌들의 뇌리엔 ‘중국=식인문화’라는 등식이 성립된 것이다.

오원춘 인육설의 연장선? 무슨 연관이 있기에?
엽기사건 난무, 사회안전망 부족, 불안심리 겹쳐

비단 오원춘 사건의 영향 뿐 아니라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각종 엽기사건, 사회 안전망 부족 등도 이러한 괴담을 야기 시킨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 네티즌은 “한국에 살면서 최소한 ‘치안’ 하나만큼은 다른 선진국 부럽지 않은 수준이라 체감하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각종 성폭행 사건과 살인 사건 등의 뉴스를 자주 접하다 보니 그간 우리나라 치안에 대해 가졌던 믿음이 불안과 불신으로 바뀌었다”며 “그러다보니 인터넷을 떠도는 불분명한 이야기에까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경찰 역시 인터넷과 SNS를 떠도는 글이 단순한 괴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택시 괴담’, ‘할머니 괴담’, ‘휴대전화 괴담’ 등 다양한 괴담이 나왔지만 신고가 들어왔다거나 확인된 사실은 없다”며 “최근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사회 분위기가 불안해지고, 이에 따라 각종 괴담이 생성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무서운 세상
분위기도 ‘흉흉’

10월 10일 쌍십절을 맞아, 중국인들이 인육을 먹기 위해 한국으로 원정을 올 것 이라는 이른바 ‘인육데이 괴담’.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련 괴담들을 ‘과장된 이야기’라며 거짓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러한 괴담이 생겨나게 된 원인과 그에 대한 국민 우려에 대해서는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괴담은 불안한 사회, 불통 사회가 낳은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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