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체육단체장 겸직' 집착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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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체육단체장 겸직' 집착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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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야구협회 <사진=뉴시스>












의원님은 표밭 챙기고~ 체육계는 예산 챙기고~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회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일부 의원들은 겸직금지 통보를 받자마자 이의신청을 했고, 아예 국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해당 종목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큰 것일까? 가슴에 금배지를 단 의원님들이 체육단체장직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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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가 최근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 24명에게 겸직 불가 결정을 일괄 통보했다. 이번 조치는 국회의원 특권포기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며 이의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의원들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금지 규칙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당 규칙안은 지난해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을 완화시키는 내용으로 국회 운영위를 통과했지만 '특권 포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정신 못 차린 국회

여야 모두 특권 포기가 화두가 됐던 지난해에는 개정안에 흔쾌히 합의해 놓고는 막상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아야 할 상황이 되자 법안을 후퇴시켜서라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한 국회의 단면이다.

현재 체육단체장을 겸직하고 있는 의원들은 새누리당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대한야구협회 회장), 홍문종 전 사무총장(국기원 이사장), 김태환 안행위원장(대한태권도협회 회장), 최경환 전 원내대표(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 서상기 정보위원장(국민생활체육회 회장) 등과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전 원내대표(한국e스포츠협회 회장), 신계륜 환노위원장(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신학용 교문위원장(한국실업탁구연맹 회장) 등 대부분 힘 있는 실세의원들이다.

물론 의원들도 할 말은 있다. 비인기종목의 경우 회장직을 맡겠다는 사람도 없는 실정에서 그나마 정치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해당 종목을 키워보려고 하는데 일률적인 겸직 금지는 체육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국회의원들이 체육단체장직을 맡으면서 국회의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있고, 이미 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일괄적으로 직을 그만두라고 하면 해당 체육계는 큰 혼란을 겪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체육계 일부에선 국회의원 체육단체장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일부 단체의 경우 중립을 지킬 수 있고 힘 있는 정치인이 단체장을 맡음으로써 갈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체육단체로서는 힘 있는 정치인을 단체장으로 영입하면 예산 확보 등에서 매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체육단체장직에 집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해당 종목에 평소 애착이 있어서, 해당 종목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단체장직을 맡았다는 이야기는 사실 믿기 힘들다. 체육단체장을 맡은 일부 의원들은 해당 종목의 규칙도 잘 모른다"며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정치 활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체장 활동하느라 입법 활동은 '소홀'
겸직 금지하자 법안 후퇴 시도 '황당'


국회의원들이 체육단체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스포츠 단체장을 맡으며 깨끗한 이미지를 얻고, 동시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체육단체장을 맡으면서 정치적으로 큰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인물이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후보다.

정 후보는 1988년부터 정치생활을 해왔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며 급성장한 계기는 2002 한일월드컵이었다. 대한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던 정 후보는 기세를 몰아 그해 대선까지 출마했다. 방대한 체육단체 산하 조직도 차기 선거 등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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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정치인 체육단체장의 경우는 선거에서 자신을 도와준 공신들을 해당 단체에 채용하는 것으로 보은을 하거나, 체육단체에 배정된 예산을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한다. 정치인들에게 체육단체장이란 여러 모로 쓸모가 있는 다목적 포석인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전문성이 없는 국회의원들이 무작정 홍보 명함용으로 체육단체장을 맡으면서 해당 종목의 체계적인 육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무리 명예직이라고는 하지만 의원들이 체육단체장 겸직을 하면서 정작 본연의 역할인 입법 활동 등에는 소홀해지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다. 일부 겸직 의원들은 체육단체장을 맡은 단체의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본회의 등을 결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일반 회사라고 한다면 업무시간에 나가 투잡을 뛰는 것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아주 우습게 보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단체장직이 무보수 명예직이라고는 하지만 단체장에게 지급되는 일부 활동비와 차량 등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활동비 등과 관련해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지낸 홍문종 의원의 경우 국기원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LA 출장비 사적 사용, 관용차 사적 이용, 공금 유용 의혹 등에 시달리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부작용은 또 있다. 일부 체육단체장의 경우 엄청난 예산을 집행할 수 있고 비리가 끼어들 여지도 많지만 힘 있는 의원이 단체장으로 오게 되면 감사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있었던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의 '셀프 국감'이다. 서 의원이 교문위원으로 감사위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교문위의 피감기관인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을 맡고 있어 이른바 셀프 국감을 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기득권 못 놓나?

야당 의원들은 현역 의원이 피감대상인 공공기관장직을 겸직하는 것이 기관의 정치 중립성 측면에서 적절한 일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야당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정부지원금 400억원 이상을 쓰는 기관장이 감사위원으로도 참여하는 것을 국민들은 합당하지 않게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전관예우가 큰 이슈로 떠올랐는데 해당 단체에 대한 전문성도 전혀 없으면서 무작정 자리에 앉아 각종 혜택을 보는 것이 바로 전관예우"라면서 "힘 있는 국회의원이 단체장이 됐다고 해서 정부에서 예산을 더 챙겨주는 행태도 관피아와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의원 겸직금지에 체육계 '술렁'
체육계 판도 대변화 예고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 24명에 대한 겸직불가 통보가 이뤄지면서 체육계도 술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이 주로 겸직해 온 체육관련 단체장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일례로 태권도계는 이번 조치로 양대 기구인 국기원 이사장(홍문종 의원)과 대한태권도협회 회장(김태환 의원)이 동시에 사퇴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대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예측이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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