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수술했다가 한쪽다리 잃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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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토로> 키 크는 수술했다가 한쪽다리 잃은 여성

일요시사 0 7342 0 0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평생 “키가 커지는 것”이 꿈이었던 한 주부가 있다. 그에게 138.5cm의 작은 키는 늘 세상 속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 만들었다. 옷을 사거나, 식당에 가는 사소한 일상에서도 ‘키’에 집착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그에게 소원은 딱 하나. 바로 키가 1센티미터라도 커지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키 크는 수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평생의 한을 풀기 위해 수소문 끝에 병원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키가 커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곧 빗나갔다. 키가 크기는커녕 수술이 실패하면서 한쪽 다리를 절단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지난 8일 경기도 시흥 자택에서 기자와 만난 김명숙(49·여)씨는 “수술은 내 다리를 잃게 했을 뿐 아니라 내 꿈까지 모두 잃게 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15년 동안 그녀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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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는 수술 실패로 ‘한쪽 다리 기능 상실해’
지난 15년간 “재수술만 20회, 고통 속에 살아”

평범하게 살아오던 주부 김명숙씨는 지난 1996년 TV를 시청하다 무릎을 쳤다. 방송엔 ‘키 크는 수술’에 대한 소개가 나오고 있었다.
“그래. 바로 저거야!”

평생 138.5cm라는 작은 키가 콤플렉스였던 그는 저 수술만 하면 두 아들에게 좀 더 당당하고 떳떳한 엄마로, 또 자신의 행복을 되찾고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부푼 꿈을 꿨다.    

김씨는 바로 수소문 끝에 병원을 알아봤고,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한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수술을 통해 6cm 정도 커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답변을 들었다.

당시 34세였던 김씨는 무서움과 두려움에 수술을 망설였지만 “특별한 부작용 없이 수술을 통해 키가 커질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용기를 얻었고 같은 해 9월 수술대에 올랐다. 

“의사도 신이 아니라 실수했다”

김씨가 선택한 방법은 알비지아수술(내고정)이다. 키 크는 수술방법에는 ‘일리자로프수술(외고정)’과 ‘알비지아수술(내고정)’이 있는데 외고정은 핀 자리에 염증이 생길 수 있고, 또 겉보기에도 혐오스러워 비교적 활동하기 편하도록 뼈 안에 기구를 삽입하는 내고정을 선택했다. 당시 8살이었던 큰아들, 18개월 된 둘째아들과 수술 후 여기저기 돌아다닐 꿈을 꿨던 이유도 있었다. 

5~6시간 걸린다는 수술시간은 예정과 다르게 진행됐다. 수술대에 누워 의식을 되찾은 김씨는 한쪽 다리에만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김씨는 “본능적으로 수술이 잘못 됐다는 걸 깨닫고 의사를 찾자, 의사는 ‘의사도 신이 아닌 사람인지라 뼈(골수강)크기와 기구(금속정)를 오차 내어 실수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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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다리 수술이 실패하자 좌측 다리는 수술이 진행되지 않은 채 마무리 됐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수술부위 염증(화상)으로 인해 피부조직 괴사현상이 나타나고 뼈를 깎는 듯한 통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수술이 잘못 된 후 지난 15년간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제 고통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수술하고 두 달 동안은 화상이 심해 수술실에서 피부를 도려내고 삼출물을 제거하기 위해 각종 시술을 받고, 그 치료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밤이면 헛소리를 하거나 진통제를 투여 받고 쇼크에 빠진 적도 있고요. 또 항생제 과다복용으로 2003년부터는 어지러움증까지 시달리고 있으며 이명, 공항장애까지 겪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김씨는 수술을 받았던 1996년 이후부터 지난 2009년 12월까지 무려 14년에 걸쳐 엉덩이 부위 피부조직 이식수술 및 다리 재수술 등 20회에 가까운 수술을 받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김씨는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는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지난 8월에는 K병원으로부터 우측하지 지체장애진단을 받았다. K병원 측은 김씨의 상태를 “우측 다리, 무릎 아래로는 기능이 전혀 없다. 수 십 차례 수술시행 후 현재 일리자로프로 고정된 상태지만 우측 무릎 아래가 없는 다리와 같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다리 뿐 아니라 꿈까지 잃어…

“수술 전 저는 키만 작았을 뿐,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인이었어요. 그런데 수술 후 한쪽 다리를 잃었고, 제 꿈마저 모두 잃었어요. 20회가 넘는 재수술을 받으면서는 꼭 제가 마루타가 된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지난 15년간 제 주위사람들도 저로 인해 기를 못 펴고 산거 같고….”   

김씨는 수술 실패 후 수차례 재수술에도 좀처럼 호전된 상태를 보이지 않자, 지난해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김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4억3000여만원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10년이 넘어서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치료비조로 8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병원 측은 “수술의 부작용 내지 후유증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했고, 수술 중 부득이하게 합병증이 발생한 김씨에 대해 최선의 치료를 실시했다”며 “이후에도 김씨의 치료비를 병원 측에서 지급하며 완치가 되기까지 정성껏 돌봐준 것은 사실이나 이는 병원 측 과실이라기보다는 김씨의 체질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 불가항력이다”라고 주장했다.

2050835344_e3a18037_1321320369-25.jpg반면 김씨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조정과정에서 판사님에게 ‘판사님은 4억3천만원과 한쪽 다리를 바꾸라면 바꾸겠냐’고 울분을 터뜨렸어요. 공소시효가 10년이 지난일이지만 병원 측에서 치료가 가능하다하여 그것을 믿고 2010년 6월까지 정기적인 치료를 받아왔고, 치료를 받느라 소송이 늦어지게 된 거고요. 병원 측에서도 과실을 인정하여 무료수술과 치료를 받게 해놓고, 이제 와서 환자 체질상 문제였다니 기가 막힙니다. 제가 지나온 고통스러운 지난 15년과, 평생 제구실을 못 할지도 모르는 한쪽 다리는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김씨는 민주주의사회에서 법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법을 위해 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멀쩡했던 사람이 한쪽 다리 없이 평생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억울한 조정이 된다하니 너무도 부당한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김씨는 지난 10월 19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를 받았으나 변론재개를 신청하고 법원에 설 준비 중에 있다.

치열한 반론과 공방 속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판결을 예고하는 법정은 사건의 무게를 재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어느 한쪽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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