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라이온스 감독 리더십 비밀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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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삼성라이온스 감독 리더십 비밀 대해부

일요시사 0 1960 0 0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삼성라이온스는 지난달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경기에 최형우와 강봉규의 적시타에 힘입어 두산을 5-3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삼성은 매직넘버를 모두 지우면서 자력으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었다.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5년만이다. 이처럼 빛나는 성과 뒤편엔 류중일 삼성라이온스 감독이 있었다. 그가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던 배경은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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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리더십-항상 선수들 다독거리고 격려해 
소통-끊임없는 대화로 심리적 부분까지 배려

삼성라이온스는 지난해 12월30일 류중일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1월초에 취임식이 있었다. 선동열 전 감독의 퇴진과 함께 류 감독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류 감독은 취임 후 3개월 동안 수많은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땜질용 감독 선임’이라거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까지 들었다. 이는 전임 선 감독의 퇴진이 워낙 갑작스럽게 이뤄진 데 따른 것이었다. 구단에서 새 감독을 부랴부랴 임명하다보니 무난한 카드로 류 감독을 선택했다는 얘기였다. 어차피 임시로 거쳐 가는 감독일 뿐, 성적이 나지 않으면 1년 만에 또다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초보’ 딱지를 단 류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루머가 전부 오해였음을 몸소 증명했다. 류 감독은 부임 첫해 누구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어냈다. 삼성은 지난달 27일 두산을 꺾고 2011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5일 현재 78승3무50패로 승률 0.609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 감독 첫해 최다승(종전 삼성 선동열·74승·2005년)을 이미 뛰어넘었고 최고 승률(종전 삼성 선동열·0.606·2005년) 기록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 팀에서 계속 뛰었던 ‘프랜차이즈 스타 감독’으로서 감독 첫해 정규시즌 1위를 기록한 것은 류 감독이 처음이다. 이 같은 성과는 그간 류 감독을 낮게 평가하던 이들을 머쓱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 동안의 우리 야구사를 돌아보면 초보 감독들이 돌풍을 일으킨 경우는 적지 않았다. 젊은 감독의 에너지가 팀의 기운과 어우러져 가진 것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탄탄한 팀을 물려받았다는 점도 분명 류 감독에겐 힘이 됐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류 감독의 리더십을 모두 설명할 순 없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요리사의 능력이 없다면 조화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류 감독이 이번 시즌에서 값진 결실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인내-급한 상황에서도 적응기…부상선수 독려
내려놓음-참모들의 의견을 존중?많은 권한 부여

[형님의 리더십]

그 첫 번째 비결로는 특유의 ‘형님 리더십’이 꼽힌다. 류 감독은 항상 선수들을 다독거리고 격려하며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팀을 이끌었다. 질책보다는 칭찬을 앞세웠다. 류 감독은 8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의미 없는 솔로홈런을 때린 선수라도 꼭 더그아웃 앞에 나가 엉덩이를 두드려줬다. 적극적인 공격, 자신감 있는 공격에 대한 격려였다.

올해 삼성 타선은 볼카운트 0-3에서 다음 공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류 감독이 히팅 사인을 그치지 않은 이유에서다. 그러다 아웃이 되더라도 채찍을 드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당근을 건네며 적극적인 공략을 칭찬했다. 경기에서 패한 경우엔 늘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다. 선수 탓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를 통해 류 감독은 새내기와 주전 선수들의 조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이 이번 정규시즌에서 여러 차례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던 것도 모두 류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통의 리더십]

두 번째 비결은 ‘소통’이다. 류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지도자다.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 심리적인 부분까지 배려하려 애썼다. 이는 흔치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가 훈련을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류 감독은 “너! 저쪽으로 빠져.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는 말 대신 “너, 오늘 왠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인다. 다음에 하자”라고 한다. 선수가 거부해도 류 감독은 “싫을 때 억지로 하면 다칠 수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다음날 해당 선수는 십중팔구 보다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수시절 삼성에서 뛴 마해영 ISPN 해설위원은 “프로 감독 대부분은 선수들과 직접 소통을 꺼리지만 류 감독은 다르다. 정해진 틀에 머무는 법이 없다”며 “열린 사고방식으로 선수들과 대화를 시도해 선수단에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인내의 리더십]

‘인내’도 류 감독이 이번 시즌에서 삼성을 1위로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류 감독의 인내가 가장 빛났던 것은 지난 7월 외국인 투수 2명을 바꿀 때였다. 2위와의 승차가 2경기뿐이었지만 등판을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2군에서 공을 던지며 한국야구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와 스스로 투구 컨디션을 조절할 여유를 줬다.

둘은 성적으로 배려에 보답했다. 매티스는 8경기에서 7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4승(1패)을 거뒀다. 저마노도 6경기에서 5승(1패)을 올리며 삼성의 상승세에 날개 역할을 했다. 매티스는 잇따른 호투에 대해 “2군에서 한국야구를 좀 더 많이 보고 연구할 수 있던 것이 주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배려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장원삼, 권혁 등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투수진을 채근하지 않으며 가동할 수 있는 전력만으로 마운드를 효율적으로 운영했다. 부상 선수들에 대한 독려까지 더 해져 선수단은 여느 때보다 밝은 분위기를 내내 유지할 수 있었다.

[내려놓음의 리더십]

보통 신임 감독의 경우 조바심을 내면서 단기 성적에 집착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각종 루머에 시달리던 류 감독으로선 더욱 그렇다. 하지만 류 감독은 코치로만 11년을 재직하면서 얻은 지혜를 류 감독은 실제 팀운용에 접목시켰다. 참모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한 것. 류 감독은 본인 전공이 아닌 투수 파트는 투수코치에게 상당히 많은 권한을 주면서 슬기롭게 팀을 이끌었다. 섣부른 간섭은 오히려 독이 될 뿐이란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류 감독은 평소 “1년에 133경기를 하면서 감독 덕분에 이기는 경기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말한다.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거꾸로 1년간 치르는 133경기 가운데 감독의 판단 착오로 지는 경기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감독이 가진 막강한 권한은 곧 선택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류 감독은 코치들에 대한 무한신뢰로 이같은 가능성을 줄였다. 현장에서 해결해줄 거란 믿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다.

지도자에는 용장, 지장, 덕장, 복장 등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그러나 류 감독은 이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감독상을 보여주고 있다. 딱히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도, 매순간 계산기를 두드리는 치밀함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뭔가 허술한 듯 내보이는 유머와 자연스러움 속에, 선수들 스스로 알아서 뛰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쩌면 야구팬들은 새로운 명장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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