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부는 새로운 바람 편지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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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부는 새로운 바람 편지정치

일요시사 0 1547 0 0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최근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편지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편지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 게다가 편지라는 도구는 감성에 호소해 설득을 이끌어 내는데 보다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이전부터 정치인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할 때 종종 쓰이던 방식이었다. 그러다 최근 ‘안철수 편지’를 불쏘시개로 편지정치는 유행처럼 번져가는 모양새다.

분한 의사 전달과 감성의 호소에 제격인 편지
편지라도 다 똑같은 건 아냐, 압박류 편지엔 철퇴

현재 정치권엔 ‘편지정치’가 새로운 의사전달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본격 불을 지핀 것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달 24일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편지로 전달하면서다. 당시 안 원장의 편지는 많은 유권자들에게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 많은 정치인들은 편지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며 정치권 문화로 자리잡아가는 양상이다.

‘안철수 편지’의 파급력

안 원장은 편지에서 박 시장을 지지한다거나 찍어달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편지 도입부에서 ‘로자 파크스’ 인물에 대한 사례를 상세히 언급했을 뿐이었다. 편지에는 미국 앨라배마주의 로자 파크스라는 한 흑인여성이 미국 흑인 인권운동에 큰 전환점이 된 사실을 상기하며 젊은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요지의 글만 있었던 것.

하지만 편지 한 통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안 원장이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박 시장에 대한 지원유세를 펼치지 않았음에도 젊은층의 표심을 움직였다. 선거 막판 박 시장은 각종 의혹공세에 전세가 불리해졌음에도 무려 7%의 득표율 차이로 상대후보를 제압한 것. 특히 서울 2040세대 중 60%가 넘는 유권자가 박 시장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국내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없던 편지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유권자들에게 감성적 소구(訴求)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편지정치의 파급력이 입증되자 이명박 대통령도 편지정치 대열에 합류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위해 여야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 당시 이 대통령은 국회 국정연설을 추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좌절되자 여야 의원에 비준 동의안 통과를 당부하는 서한을 보내며 당초 하려 했던 연설의 원고를 동봉했다.

이 대통령은 편지에서 한미 FTA가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추진됐던 과제라는 점, 보완대책을 충실히 마련하겠다는 점, FTA가 우리 경제와 안보에 있어서의 중요성 등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미 FTA는 결코 여야가 대결해야 하는 의제가 아니다”며 “전 정부와 현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이뤄낸 국익 실현의 의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의원님께 국가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애국심으로 한미 FTA 비준동의에 협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의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했다.

진작부터 편지정치를 자주 구사한 의원도 있다. 바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은 갖가지 입장 차이로 인해 생긴 의원들이나 당원들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편지로 입장을 밝혀왔던 것. 특히 당의 중요한 결정사항이나 현안에 관련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에 앞서 관련 인사들에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편지를 보내며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정 최고위원은 당원 강령에 보편적 복지부분 명시와 당의 주권선언 개정안을 제안하며 사전에 당원 및 의원들에 편지를 보내 당론에 채택될 수 있도록 내용을 설명했다.

하지만 호소력 짙은 편지로 참신하다는 평가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이른바 편지의 역풍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나라당 의원 전원에게 한미 FTA 비준 동의안에 대한 조속한 국회 처리를 부탁하는 편지였다.

김 수석은 편지에서 “한나라당 168명의 의원들 손에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다. 우리 아이들의 내일이 걸려 있다”며 신속한 비준을 간곡하게 청했다. 하지만 김 수석은 한미 FTA 반대 측을 ‘반미주의자’라고 규정해 민주당이 강력 반발했다.

김효재 편지의 ‘역풍’

김진표 원내대표는 “김효재 정무수석의 편지는 청와대가 한나라당에 날치기 돌격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평했고, 박영선 정책위의장 역시 “정무수석은 국회와 청와대의 관계를 조율하는 자리임에도 김효재 정무수석은 편협적이고 극단적인 사고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김 수석의 편지는 여당에서 역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은 지난 8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청와대 정무수석의 편지는 적절치 못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남 위원장은 이 편지가 “야당의원들을 자극하고 여당의원들에게 마치 조속한 처리 오다(지시)를 내리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 것. 이어 그는 “이러한 청와대의 잘못된 인식으로 마치 여당을 압박해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청와대 정무수석의 편지 같은 것에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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