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강력반 형사 ‘의문의 죽음’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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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강력반 형사 ‘의문의 죽음’ 전모

일요시사 0 1733 0 0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이 세상에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그중에서도 변사사건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름다운생명 재수사 추진단’은 이러한 의문의 변사사건에 주목했다. 경찰수사가 흐지부지하게 흘러가거나, 자살과 타살의 사이에서 의문점이 많은 사건을 재조명해 진실 규명에 나서고 있다. 이 중 “형사였던 아들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었다. 억울한 죽음이 묻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한 아버지의 사연을 들여다봤다

내 아들의 거짓말 같은 죽음…그 진실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끝나지 않은 의문들

지난 2010년 7월 29일 낮. 충북 영동의 한 낚시터에서 심하게 부패된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사체를 인양한 119 소방대원과 경찰들을 놀라게 한 것은 바지 뒷주머니에서 발견된 신분증. 그는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반 소속의 이OO(당시 27세) 형사였던 것이다.

이틀 전 출근도 안한 채 사라져 실종신고까지 되어 있던 그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고, 사인규명에 나선 경찰은 한 달여 만인 8월 27일 이 형사 스스로 물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살로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족들은 여전히 수사결과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명백한 타살 의혹이 없어 자살이 맞다’는 경찰과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유가족. 과연 이형사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의문에 싸인 죽음의 진실

이 형사는 실종 당일 아침, 출근하겠다고 상사와 통화한 후 갑자기 자신의 차로 부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주행 중 교통사고를 내고 영동의 한 병원으로 옮겨진 이 형사는 화장실을 간다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후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 이 형사의 행적은 어디에서도 드러나고 있지 않다.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저수지. 자살이라면 이 형사는 그 곳까지 어떻게 갔으며 왜 스스로 물에 빠져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또한 이 형사는 무슨 일로 부산으로 급하게 내려가려고 했고, 왜 병원에서 사라졌는가?

유족들은 이 형사가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체가 발견된 저수지 깊이가 허리 높이 정도 밖에 안 되는데도 자살로 인한 익사로 처리한 것엔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변사장소로 가는 길은 모두 막혀있고 그곳은 낚시를 하러 간  사람 이외에 외부인의 출입이 뜸한 곳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패로 사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폐에서 플랑크톤이 발견된 점 등으로 보아 익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2월 이 사건을 다뤘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이 형사의 사인을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국내의 법의학자들과 일본의 법의학자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부검 결과만으로는 익사의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물에 빠지기 전에 심장이 멎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더욱이 폐에서 발견된 플랑크톤 중에는 저수지 같은 내륙지방에서는 발견될 수 없고 바다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저수지가 이 형사가 숨진 장소가 아닐 수도 있으며 물에 빠지기 전 다른 일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형사가 병원에서 사라진 다음날 한 신원불상의 남자가 병원에 전화하여 “나는 가족이다, OO는 괜찮다, 무서워서 도망갔다”라는 말을 남긴 것은 타살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또 이 형사의 몸에서는 수면유도제가 채취되었을 뿐 아니라 목에 흰줄처럼 보이는 줄로 묶여진 듯 한 삭흔과 같은 흔적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최초 목격자 민모씨의 증언도 타살에 무게가 실린다. 민씨는 이 형사가 어느 누구로부터 맞아서 사체가 유기된 것인 양 말했다. 변사자(이 형사)의 왼쪽이 시퍼렇게 부어서 멍들어 있었고, 이 형사가 실종된 날 밤 10시경 까만색 차가 서서히 집 옆에 후진을 하더니 뭘 관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경찰은 이 형사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 지었다. 이 형사가 전날 과도한 음주로 출근이 늦어지자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부산으로 갔다는 이유에서다. 또 부산으로 향하던 중 음주로 인한 사고가 나자 징계 등을 우려하여 자살을 결의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경찰의 이러한 태도는 유족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늦게 본 2대 독자 외아들을 떠나보낸 이 형사의 부모는 요즘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다고 한다.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자살이라면 자살의 동기와 과정은 무엇인지 아무도 속 시원하게 말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머지 가능성을 닫아둔 채 성급히 내린 자살 결론. 부모는 자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 달라며 여러 곳에 진정을 냈지만 재수사의 길은 멀어보였다. 그대로 손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이 형사의 아버지 이한주씨와 아름다운생명 재수사 추진단의 운영자 유규진씨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직접 수사관이 되기로 했다.

카페에 이 형사의 변사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꾸준히 올리는가 하면 <사건의 진실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고 이 형사의 추모사이트(www.20100727.com)를 오픈하는 등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아있는 유가족의 눈물

아버지 이씨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이 그냥 묻혀버릴까, 어째서 유족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할까 하는 마음에 한숨만 쉬고 있다가 다양한 방면에서 방법을 찾았고, 유규진씨를 알게 돼 아들의 억울함을 풀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아들의 의문사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망자가 되어 땅에 묻히는 순간까지 죽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분명치 않은 이유로 억울한 죽음을 맞는 이도,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범죄는 분명히 흔적을 남기지만 망자는 그렇게 갔을 뿐 말이 없다. 망자의 한과 유족들의 가슴에 맺힌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진실은 하루 속히 명명백백하게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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