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게 달라진 ‘졸업식 문화’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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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게 달라진 ‘졸업식 문화’ 이모저모

일요시사 0 1627 0 0

교복 찢기·알몸 기합 등 잘못된 뒤풀이 문화 없어져야
판에 박힌 식 대신 참여·축제형 등 이색 졸업식 늘어


바야흐로 본격적인 졸업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밀가루 세례’와 ‘교복 찢기’ 등 막장 졸업식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사제 간의 정과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색다른 행사를 대신 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이들 졸업식은 획일적인 형식을 벗고 학생들의 공연과 교복 나눔, 달빛 졸업식 등 축제의 장으로 변해 눈길을 끈다.


정든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졸업식이 언제부턴가 ‘막장 졸업식’으로 변질됐다. 교복 찢기에 밀가루 뿌리기, 계란 던지기, 알몸 뒤풀이 등…. 여기에 온갖 폭력과 일탈이 난무했다.
그랬던 졸업식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과도한 폭력적 뒤풀이나 의례적인 행사에서 벗어나 다채로워지고 있는 것. 일찌감치 졸업식 준비에 나서 행사계획을 짜고 각종 경연대회를 여는 학교가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참여형·축제형’ 졸업식이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막장졸업식?

관악구 서원동 신관중은 올해 졸업식에서 졸업생과 재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 등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합창과 댄스·밴드 공연을 벌이고 20년 후 동창회에서 공개할 ‘타임캡슐 봉인식’을 가질 예정이다. 캡슐에는 손때 묻은 졸업생들의 책과 노트, 사진 외에 졸업생 각자가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간다.

충북 증평 형석고등학교는 졸업생 140여명이 담임교사를 가마에 태우고 행사장에 들어오는 이벤트를 연다. 재학생들과 다른 교사들은 졸업생들이 메고 가는 가마 행렬의 양쪽에 늘어서 축하의 장미꽃 다발을 전달할 예정이다.

경기 수원시 수원정보과학고는 학생들이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세족식을 마련했다. 307명의 졸업생은 부모님 중 한 분의 신발과 양말을 벗겨 드리고 후배들이 길어온 따뜻한 물로 정성스레 닦아준다. 고양시의 일산중학교도 희망하는 학생들에 한해 세족식을 한다.

대구 신암초등학교는 오는 16일 오후 6시 ‘달빛 졸업 축제’를 연다. 맞벌이 부부 등 가족들이 자녀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쉽게 저녁 시간대에 졸업식을 열고 다양한 축하공연을 통해 졸업식을 축제 분위기로 꾸밀 예정이다.

강원도 홍천여고는 졸업식에서 2학년 학생들이 바이올린과 기타, 피아노, 장구 등의 악기로 애국가 등을 연주한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추억의 동영상도 상영할 예정이다. 2학년 학부모 8명은 직접 기타를 들거나 노래 부르고, 1학년 담임선생님과 학생은 응원 댄스를 선보이는 등 신명나는 한마당을 연출하기로 했다.

보은군 회인중은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자작시를 낭송하고 재학생들은 특기적성 시간에 배운 악기 연주로 화답하는 ‘회인 가족음악회’를 연다.

강원 철원군 김화공고는 9일 열리는 졸업식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사물놀이·난타 공연과 재학생·선생님 축하 공연 등을 준비 중이다. 원주시 태봉초교도 10일 졸업식에서 재학생 공연과 선생님 축가, 영상 메시지를 마련해 졸업을 축하하기로 했다.

또 춘천시 대룡중은 졸업식에서 졸업생 작품전과 축하 공연, 부모님에게 드리는 편지 낭독, 교복 물려주기 등의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대구 북구 서변초교는 16일 졸업생 122명이 장래 희망을 적은 풍선을 날리는 ‘희망날리기 졸업식’을 열며 달서구 감천초교는 17일 졸업식에서 191명의 졸업생이 모두 부모님에게 감사의 편지를 써서 드리고 학부모·학생 대표가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 분원초등학교 안준철 교장은 2006년부터 7년째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각자의 ‘얼굴상’을 직접 만들어 선물하고 있다. 안 교장은 2006년 제자들에게 어떤 뜻 깊은 졸업선물을 할까 생각하다 대학원에서 배운 조소 솜씨를 발휘, 2006년 처음으로 졸업생 16명의 얼굴 환조상을 만들어 졸업식장에서 선물했다.

소통 졸업식!

올해는 졸업생 22명의 얼굴상을 만들었는데 전시 중이어서 졸업식이 끝나고 전달할 계획이다. 광주광역시 목련초교는 방학전 학생들과 핸드 프린팅을 한 뒤 손 모양 선물을 만들어 담임교사가 직접 졸업생에게 전달한다. 충남 아산 신정초등학교는 졸업 선물을 서로 주고받고 졸업 문집을 간직하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졸업식은 청소년들이 원만한 인성과 가치관을 가진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뒤풀이를 예방하기 위해 형식적·획일적인 행사에서 벗어나 졸업생들이 아름다운 마무리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축제 형식의 행복한 졸업식이 이뤄지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식은 헤어짐의 아쉬움과 상급학교로의 진학이라는 부푼 희망으로 새로운 설렘이 교차하는 의미 있는 행사다. 더 큰 배움을 위한 포부와 다짐으로 채워져야 할 졸업식의 감동이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좀 더 새롭고 개성 있는 졸업식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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