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교’ 사건으로 본 신흥종교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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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교’ 사건으로 본 신흥종교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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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의 노예로 전락한 신도들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한다”

김설아 기자  2012.04.25 11:58:31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최근 국내에선 신흥 종교가 핫이슈다.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신흥종교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신흥종교 관련 뉴스가 보도된다. 국내에 존재하는 신흥종교들은 기성의 종교들을 교묘하게 배합하고 추출하여 만들어낸 이른바 ‘비빔밥 종교’가 대부분. 내용을 잘 살펴보면 모순되고 상치하는 이론과 주장, 그리고 급조한 신화들이 엇갈리면서 혼선을 빚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들은 ‘종말론’, ‘집단 자살’, ‘성추문’ 등 비합리적인 행위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단시비와 더불어 커지고 있는 신흥종교의 폐단. 최근 빚어진 사건들을 통해 그 실태를 추적해봤다.

비정한 모정(母情)이었다. 사이비종교인 ‘기계교’에 빠진 엄마가 두 딸을 살해하는 반인륜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4일 부안경찰서에 따르면 권모(38)씨는 지인 양모(33)씨의 꼬드김에 넘어가 기계교라는 기괴한 믿음에 빠져들어 빚을 내 생활하다 결국 7세, 10세 두 딸을 살해했다. 자신도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치고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한 횟집 여자화장실에서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기괴한 믿음에
빠져들어

권씨는 지난 2010년 학부모 모임에서 양씨를 알게 됐다. 당시 부부관계가 원만치 못했던 권씨는 양씨와 대화를 나누며 위안을 받았고, 급기야 “시스템에 등록하면 부부관계도 좋아지고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양씨의 제안을 받았다.

그 ‘시스템’이란 양씨가 꾸며낸 가상의 사이비종교인 기계교였다. 양씨는 권씨가 세상 물정에 어둡다는 약점을 이용해 “지령하는 대로 잘 따르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기계교의 교리를 주입시켰다. 양씨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기계’의 지령을 권씨에게 전달했다.

양씨는 처음에는 “집 앞에 피자를 사다 놓으라”는 등 사소한 지령을 내리다가 나중에는 “아이들의 잠을 재우지 마라”, “소풍을 보내지 마라”, “목욕을 하지 마라”, “역에서 노숙하라”, “딸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마라”는 등 가학적인 지시를 따르라고 요구했다.

지령 내리고 벌금 물리고…사이비 종교 ‘기계교’ 충격
신흥교주 말이라면 ‘돈’ 바치고 여동생까지 ‘살해’

지령을 어기면 벌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양씨는 또 권씨의 큰딸이 공부를 잘해 자신의 딸과 비교된다며 폭행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씨는 처음 기계교 시스템 등록비로 양씨에게 천만원을 건넸고 이후 벌금 등의 명목으로 사채를 내면서까지 2년간 모두 1억4천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이 돈을 쇼핑 등에 모두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막힌 사건은 이른바 사이비종교에 빠진 비정한 엄마의 무지 때문에 발생했다. 그리고 어린 두 딸은 영문도 모른 채 짧은 생을 마감해야했다.

앞서 13일에는 신도들에게 영제기도를 올린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빼돌린 혐의로 종교인 문모(46·여)씨가 구속됐다. 문씨가 소속된 종교단체는 일본에서 들어온 신흥종교. 

문씨는 지난 2008년 10월 피해자 A씨에게 “아들에게 귀신이 씌었는데 영제기도를 드리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고 속이고 영제기도 명목으로 2500만원을 받아 빼돌리는 등 모두 7명으로부터 총 9억여원을 가로챘다. 또 문씨는 영제기도를 올릴 때 필요한 돈을 주면 기도가 끝난 뒤 2배로 돌려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주 지령 받아
기계처럼 움직여

지난 2007년 11월에는 사이비 여교주가 내연관계에 있던 남성 신도와 이 내연남의 어머니와 짜고 자신의 집에서 내연남의 여동생을 살해했다는 사실이 검찰의 재수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사이비 종교교주 김모(53·여)씨 등은 같은해 10월5일께 김씨 자신과 내연관계에 있던 오빠 임모(39)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말하는 한편,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 임모(37·여)씨의 어머니 정씨에게 임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게 한 뒤 내연남과 함께 흉기로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당시 김씨가 교주로 있던 사이비종교는 30여명에 이르는 신자를 가진 신흥종교였으며 정교한 교리는 없으나 사월초파일에 절에 가고 크리스마스 때에는 교회나 성당에 가는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는 종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교주 지시에 따라 오빠와 어머니가 친여동생이자 딸을 무참히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교주를 보호하기 위해 허위진술을 할 정도로 사이비종교가 인간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마음을 조정하는 등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9월에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며 멀쩡한 남의 집에 쳐들어와 주인을 쫓아내고 성전을 세우겠다고 소동을 피운 신도가 구속됐다.

동작구에 사는 A씨 가족에게 악몽이 시작된 것은 3월 중순경. 난데없이 교회에 다닌다는 이모(36·여)씨가 찾아와 “꿈에서 당신 집이 내가 이사할 집이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며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집을 팔라는 것도 아니라 ‘비워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는 이씨는 거의 매일 찾아와 ‘이곳에 성전을 세워야 한다’는 해괴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이사할 것을 거듭 요구했고 A씨 가족은 극심한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이씨는 급기야 신학대학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남편도 끌어들였고 5월 중순부터는 아예 이삿짐을 싸 들고 A씨 집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4월부터 6월 사이 무려 50여 차례나 이어진 이씨 부부의 행패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에야 막을 내렸다.

2000년 1월에는 시한부 종말론을 앞세워 신도들에게 1500억원을 헌납 받고 그 중 일부를 횡령한 사이비 교주 부부가 체포되기도 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천부(모씨), 천모(박씨)라 칭하며 최고신인 ‘천존’의 지상 대리인으로 행세했는데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성지를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신도들에게 맞보증 대출을 조장해 거액의 성금을 모았다. 당시 대부분의 신도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으며 직장, 가정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사이비 종교 사상 최대의 사기 피해로 기록된 이 사건은 교주 부부가 각각 징역 8년, 5년형을 선고받으면서 일단락된 듯 보였다. 하지만 2005년 출소한 박씨는 옛 신도들을 규합해 또 다른 종교단체를 설립해 교주로 활동하고 있었다.

신흥종교 우후죽순
사회불안 증폭 탓

그렇다면 이러한 신흥종교가 발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기성 종교의 한계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워낙 기성종교의 입지가 작았고 정통 교리를 확산하는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성황 이유로 시대 변화를 꼽았다. 은행 빚, 자녀 교육비, 고용 불안 등 먹고 살기 힘들어진 ‘불안한’ 현실이 포인트라는 것.

우후죽순 신흥종교의 범람은 사회 구성원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육체와 정신이 건강하다면 신흥종교에 현혹될 확률이 낮다.

한 종교계 관계자는 “일부 문제가 되는 신흥종교는 물질의 어려움이나 불치병 등 인간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세뇌와 주입식 교리 교육으로 차츰 빠져들게 만든다”며 “또 상대의 약점을 이용한 겁박과 공포심을 심어주고 상대적으로 약한 교인들에게 자신들의 교를 믿으면 모든 게 형통하게 된다는 허망한 희망을 심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비빔밥 종교의 늪에 빠진 사람들…‘불안 사회’가 원인
“욕심 버리고 처해진 환경과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신도들은 ‘돈으로라도 고난을 피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현세의 가난하고 억압받은 삶을 다음 생에는 잘 살 수 있다’는 달콤한 교리에 빠지게 되고 이는 신흥종교의 폐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종교피해고발센터 관계자는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한국의 신흥종교들은 현재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흥종교에서 제공하는 구제재를 통해 자신의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삶의 의미와 방향 그리고 방법을 얻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흥종교들은 소수집단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기성종교와 기존 사회체제에 대해 비판적 성향을 나타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편견과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일부 신흥 종교의 피해는 물질적·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폭력, 실종 등 인명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흥종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먼저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지금 처해진 환경과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가족을 해하려 하거나 재산을 바쳐야만 구원을 얻으며 교주 본인을 신처럼 추앙 받고자 하는 종교는 모두 사이비종교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이 세상에서 건강한 종교라면 어떠한 경우라도 개인과 가족 그리고 허망한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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