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골목 철수 굴욕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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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골목 철수 굴욕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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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호응? 알고 보면 낯부끄러운 속사정

송응철 기자  2012.05.09 13:41:18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장악은 무차별적이었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사회적 지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정치권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대기업 대부분은 속속 백기를 들었다. 그런데 사업 철수를 결정한 대기업 가운데 일부의 표정이 오묘하다. 애써 태연한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지만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업 철수 배경에 숨기고 싶은 속사정이 있어서다.
최근 골목 사업 철수를 결정한 일부 대기업들의 얼굴이 붉다. 그 이유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상당히 굴욕스러운 표정이다. 문제는 사업 철수 배경에 숨겨진 낯부끄러운 속사정이다.

먼저 대우조선해양이 굴욕을 당했다.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지난 2009년 2월 설립한 대우조선해양상조 때문이다. 당시 건설 사업을 하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신사업 발굴에 나섰고, 마침 상조 사업이 붐을 일으키자 상조 회사를 세워 장례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동반성장 뉘앙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최근 상조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인 듯한 뉘앙스를 풍겼지만 사업 철수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난 4년 동안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해서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상조가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실 상조사 난립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가 강화되며 시장이 위축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기존 사업과 연관이 적은 상조업에 진출하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벌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우조선해양상조는 그동안 제대로 된 사업을 벌이지 못했다. 따라서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실적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서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이때다’ 싶은 대우조선해양은 미련 없이 사업을 접은 것이다.

대명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고 서홍송 대명그룹 창업주의 아들인 서준혁 대명코퍼레이션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떡볶이 사업 ‘베거백’이 바로 그것. 서 사장은 지난 2009년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하며 강남역 인근에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 베거백을 오픈했다.

대우조선해양 상조업·대명 분식사업 ‘실적부진’
두산 홈쇼핑 때문에 혼다 ‘딜러권 박탈’ 뒷말

베거백은 당장 구설에 휩싸였다. 대기업이 분식집에서나 팔 법한 떡볶이 사업에 착수했다는 비판이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았다.

그러나 서 사장은 아랑곳 않고 꿋꿋이 사업을 벌였다. 비발디파크, 목동, 강남 등 모두 3곳에 매장을 냈다. 그럼에도 베거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목동점과 강남점이 문을 연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매출부진으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혼다 수입차 딜러권을 반환하기로 한 두산그룹의 계열사 DFMS는 한술 더 뜬다. 당초 사업 철수 배경에 대해 수익악화나 중소영역 침범과 관련한 ‘정계 눈치보기’라는 견해가 일부 있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사실상 딜러권을 박탈당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화근은 홈쇼핑을 통한 판매에 나선 것이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2월 CJ 오쇼핑을 통해 하이브리드 차량 ‘인사이트’를 550만원 할인된 2350만원에 내 놨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당시 준비된 차량은 160여대에 불과했지만 신청건수가 2500건을 웃돌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홈쇼핑을 통해 구매를 신청한 소비자들이 재고부족으로 구매를 포기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기존 구매자들도 홈쇼핑 판매로 인해 차량의 잔존가치가 하락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일부 기존 구매자들은 공정위 등에 해당 사안을 불공정거래로 신고하는 등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알고 보면 사업 실패

이 과정에서 해당 차량의 판매량이 2010년 국내에 출시된 이후 총 361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고 떨이판매’ 지적마저 일었다. 그리고 이는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졌다. 혼다코리아가 딜러권을 거둬갔다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

결론적으론 세 기업 모두 골목상권에서 발을 빼며 논란으로부터 멀어지긴 했지만 나란히 굴욕을 당했다. 하나같이 아무렇지 않은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표정이지만 그 속내가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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