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2인자 파워 “당대표도 안 부러워”

한국뉴스


 

막강 2인자 파워 “당대표도 안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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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 자리 꿰차고 당 안팎 보폭 넓힌 정동영
집시법·한미 FTA 등 주요 정치 이슈마다 목소리

‘2인자’ 정동영 최고위원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0·3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대표에 이어 2위로 당 지도부에 입성, 민주당 복당 후 시종일관 낮은 자세를 유지했던 것을 벗어나 당 안팎으로 보폭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집시법, 한미 FTA 등 정치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손 대표와 큰 격차를 보이지 않은데다 차기 대권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견제구를 날리는데도 거침이 없다. 이를 두고 정가 일각에서는 ‘2인자 플랜’이 가동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변했다. 그동안 낮은 자세를 취하며 말을 아껴왔던 것과 달리 전당대회 이후 각종 정치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내며 거침없는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의 낮은 자세는 ‘탈당 아킬레스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4월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으며 복당하기까지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복당 후에도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릴까 손짓, 발짓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하지만 지난 10·3 전당대회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손학규 대표에게 당대표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 ‘탈당 면죄부’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전당대회 후 손 대표의 지지율이 치솟는 등 차기 대권에 한발 더 다가선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 최고위원의 사정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손 대표가 차기 대선과 관련, 여권 주자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권의 집중포화를 받는 동안 착실하게 세를 불리고 있는 것.

전대서 탈당전력 털고
움츠렸던 행보 ‘원상복귀’

당 지도부에 정 최고위원 외에도 천정배·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 등이 자리하게 되면서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배경을 마련했다. 이들은 모두 비주류 모임인 ‘쇄신연대’ 소속으로 정치적 구상 등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정 최고위원을 지지하려고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생각은 하나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동영·천정배·조배숙 최고위원, 김영진 상임집행위원장 등 쇄신연대 지도부는 지난 19일 만찬 회동을 갖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비판할 것은 비판하자”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정 최고위원은 집시법, 한미 FTA 등 정치 이슈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한편 손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리는 2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장 지난 6일 광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의 ‘중도포용론’을 향해 일격을 가했다.

그는 손 대표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자마자 “광주 정신은 진보”라며 “최근 한나라당이 강령에 중도개혁을 넣는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말로 손 대표의 중도포용론을 연계시켰다. 이어 “10·3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은 진보적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고 못박았다.

정 최고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 3기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라며 “대표 개인의 생각이 정체성이 아니라 당헌과 강령이 정체성”이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7일에는 지지자들에게 ‘역시 당심은 정동영을 선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메일에서 “10·3 민주당 당원여론조사 결과를 본 적 있냐”고 물은 후 “일반당원과 당비납부 당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당원여론조사 결과, 사실은 정동영의 표가 더 많았다는 것, 알고 있냐”고 다시 물었다.

총 3만5199명의 표본 중 1만7702명이 1인2표제에 응답한 결과(총 3만5404표)에 따르면 후보자별 득표수는 정동영(9685) > 손학규(9552) > 정세균(6398) 순으로 나타나 정 최고위원이 133표 우세한 결과가 나왔으며 이는 곧 당심이 정 최고위원을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 최고위원은 또한 한미 FTA 문제를 놓고 손 대표와 대립각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한미 FTA에 대한 공식적 입장 정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손 대표가 한미 FTA 재협상 신중검토론을 펴는 것과 달리 한미 FTA 전면 재협상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역설해왔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10일간의 해외 국감을 마치고 참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한미 FTA 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는 “한미 FTA에 대한 한미간 물밑 재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있는 야당이 입장 하나 못 갖고 있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전면 재협상 당론을 채택해야 한다”고 손 대표를 압박했다.

그는 특히 “FTA 문제에 깊이 고민해온 최재천, 임종인 전 의원이 특위에 포함됐으면 좋겠다”며 “현재 당적이 없는 임 전 의원의 경우 본인이 원한다면 복당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1288053946-41.jpg 한미 FTA 등으로
손학규 견제구 날려

정 최고위원은 또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에는 복지국가 노선에 부합하는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며 당직 인선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당은 득표율 21%의 손 대표, 19%의 정 최고위원 등으로 꾸려진 집단지도체제이기 때문에 손 대표의 일방통행식 당 운영은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이 자신의 ‘역할’을 찾는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이미 전당대회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차기 대선주자들 중 선두 자리를 꿰차고 있다. 차기 대선구도가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대표의 양강구도로 정리되고 있는 것. 또한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에 대해 맹공을 퍼붓는 등 대여 공세를 강화, 제1야당의 수장이라는 입지를 세우고 있다.

이에 반해 정 최고위원의 운신의 폭은 좁다고 할 수 있다. 손 대표와 매번 각을 세운다면 반대만하는 비주류로 비칠 수 있는데다 그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한미 FTA 문제는 홍재형 국회 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미 FTA 특위로 공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새로 만들어진 당헌·강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새로 만들어진 당헌·강령에 대한 후속작업이 진척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운을 뗀 후 “당헌 1조의 ‘당원 주권’ 원칙에 따라 당 개혁을 추진할 제도혁신기구의 즉각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당 개혁을 추진할 제도혁신기구 등이 구성될 경우 지난 전당대회 기간 동안 정 최고위원과 천정배 최고위원 등이 제기한 ‘상향식 공천’ ‘전당원투표제’ 등이 공식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가 한 인사는 “이는 곧 내년 말 있을 수 있는 조기 전당대회와 2012년 총선,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수월찮은 2인자 행보
당권이냐 대권이냐

지난 10·3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지도부의 임기는 2년이다. 이 임기대로라면 현 지도부가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맡아 치르게 된다. 하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합의된 ‘대선 1년 전 대권·당권 분리’ 원칙에 따르면 손 대표가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대선 1년 전에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고 이는 곧 조기 전당대회 개최로 이어질 수 있다.

대선이 2년,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일이 1년 여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이 제기한 ‘상향식 공천’ ‘전당원투표제’에 대한 논의가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돼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정 최고위원의 진로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가 차기 대선출마를 위해 당대표직에서 물러날 경우 ‘2인자’인 정 최고위원은 차기 당권과 대권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손 대표와 같이 당 지도부를 떠나 차기 대선에 도전장을 던지느냐, 조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느냐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차기 대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손 대표 등 야권 차기 대선주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정치력을 보여야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못다 이룬’ 꿈을 이룰 가능성을 잡게 된다.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경우 차기 대권에 대한 꿈은 접어야 하지만 2012년 총선 공천권은 얻을 수 있다.

고민의 시간은 ‘대선 1년 전 대권·당권 분리’ 원칙이 적용될 1년 후까지, 선택은 정 최고위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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