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양대산맥 '차세대 리더' 입체분석(上)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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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6주년특집>재계 양대산맥 '차세대 리더' 입체분석(上)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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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내일 책임지는 '젠틀한 리더십'…대한민국 경제도 아우를까?

송응철 기자  2012.05.25 16:26:09


[일요시사=송을철 기자] 재계 1위 기업 삼성. 변치 않는 재계순위 만큼이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배력도 여전하다. 그러나 최근 그룹 내에서 이재용(JY) 삼성전자 사장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지난 2010년 사장으로 승진, 경영전면에 나서면서부터다. 재계에서 삼성의 세대교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이는 이 사장이 한국경제를 이끌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물론 이 사장이 흔들리면 삼성이 흔들리고 삼성이 흔들리면 한국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등식이 100%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등식을 전면 부정하기도 힘든 게 현실. 과연 이 사장에게 우리 경제를 믿고 맡길 수 있을까. 창간 16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가 차세대 '재계 대통령' 1순위를 다투는 JY의 모든 것을 완벽 해부해봤다. 

#성장과정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1968년 6월23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후 1981년에는 서울 경기초등학교를 졸업한 이 사장은 1984년에는 서울 청운중학교를 거쳐 1987년에는 서울 경복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 사장의 학창시절은 여느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부잣집 도련님이었지만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등 전혀 재벌자제 티를 내지 않았다. 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매사에 성실하고 리더십도 강했다. 당시 정·재계 인사들의 자제가 많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던 경복고에서 반장으로 활동할 정도였다.

고교 졸업 후 87학번으로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에 입학했다.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을 전공으로 택한 것은 할아버지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공부'보다 '사람공부'를 충실히 하라는 것이었다.

1992년 학사과정을 마친 이 사장은 일본 게이오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택한 것은 "미국을 먼저 보고나서 일본을 나중에 보면 일본문화의 섬세함과 일본인의 인내성을 알기 힘들다"는 이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1995년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이 사장은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으로 날아갔다.

#경영수업

이 사장은 2001년 박사과정 수료 직후부터 삼성전자 상무보로서 공식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당시는 삼성전자가 해외시장 개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던 때였다. 이 사장은 해외사업장을 두루 돌기 시작했다.

삼성의 해외법인을 모두 둘러봄은 물론, 각국의 주요 거래선들과도 긴밀하게 접촉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가전 등 주력제품을 앞세워 선진시장과 본격적인 경쟁모드에 돌입했다. 이 사장은 이후 한 해에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이런 공격적 행보로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세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런 경영성과는 이 사장의 경영수업에도 탄력을 붙였다. 삼성전자의 체격과 체력이 강해짐에 따라 이 사장의 운신의 폭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그는 2003년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하면서 진정한 임원의 길로 들어섰다.

2007년에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고 회사의 신설 조직인 CCO(최고총괄책임자)를 맡으며 경영 전면에 부상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가 맡은 CCO는 삼성전자의 거래처나 최종 소비자 등 모든 고객 접점에서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였다.

성실하고 리더십 강해…재벌가 자제 티 내지 않아
2001년 경영수업 시작한 지 꼭 10년 만에 전면에

일각에서는 이 사장의 직책인 CCO가 책임한계가 애매모호하다는 점을 꼬집기도 한다. 그러나 경영수업 과정의 이 사장에게는 전사적 조직을 맡으면서 기업경영 전반적 활동에는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던 2008년 '삼성 특검'이 불거졌고, 이 회장의 경영퇴진이라는 절체절명의 중대 위기에 몰렸다. 이 사장 역시 '백의종군' 하겠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보직을 내려놓고 해외순환 근무에 나섰다.

당시 애플, IBM, AT&T, 소니, 닌텐도 등 전자·통신업계 최고경영진들과 친분을 쌓아가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이외에도 엘 고어 전 미 부통령,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등 미국 정계의 주요 인사들과도 모임을 통한 만남을 해왔다.

2009년부터는 부사장 승진과 함께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도 휴대폰, 반도체, LCD, 가전 등 주요 사업부만의 경영을 지원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사업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이어 2010년에는 삼성전자 사장으로 선임돼 입사한 지 꼭 20년 만에 경영전면에 나서게 됐다.

#지분구조

이 사장은 경영전면 진출과 동시에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됐다. 그 기반을 닦는 작업이 시작된 건 1995년.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는 작업을 통해서다. 당시 재계는 이 사장이 삼성의 후계자에 낙점됐다고 판단했다.

종잣돈은 이 회장이 1992년 증여한 61억원이었다. 이 사장은 이 돈으로 삼성엔지니어링과 에스원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에 매입했다. 이 작업을 통해 이 사장은 순환출자의 핵심인 에버랜드의 지분 25.1%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이후 경영권 승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낸 세금이 16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이 이와 관련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관련 법리적 문제는 말끔히 해결됐다.

1995년부터 계열사 주식 매입해 지분구조 정점
5대 신수종 사업 확장하는데 리더십 발휘해야

그러던 2010년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7739억원에 매각했다. 장부가(주당 214만원)보다 15% 가량 할인돼 헐값에 넘겼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과거 재계 라이벌이던 범 현대가와 협력관계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 지분 매각으로 삼성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던 순환형 지배구조를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의 단선형 구조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은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서게 됐다.

#성향·성격

이처럼 삼성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이 사장의 업무는 만만치 않다. 스트레스가 쌓일 만도 하지만 이 사장은 크게 화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아직은 경영수업 중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평소 주위를 배려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성품에서 기인한다는 게 삼성 주변의 평가다.

특유의 자제력을 발휘하면서 이슈가 있을 때도 주위를 크게 긴장시키지 않으며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 사장의 얼굴 특징은 미소다. 그리고 부드럽다. 외유내강형 경영인 모습을 잃지 않는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각종 회의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일단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난 뒤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상명하달보다는 적극적으로 질문하면서 토론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하의상달식이다.

현안처리에 있어서도 관련 전문가 및 멘토와 의견을 교환하고 이를 사업구상에서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이 사장은 부회장급은 물론 사장,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과도 교감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는 이 사장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향후 과제

그런 이 사장의 숙제는 삼성전자 위상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신사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회장이 지난해 5대 신수종 사업을 추진한 것도 이 사장의 미래 경영을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5대 신수종 사업은 ▲태양전지 ▲자동차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다섯 가지다. 크게 보면 앞의 세 가지는 '에너지', 뒤의 두 가지는 '건강'으로 요약된다. 이 사장이 미래의 삼성을 키우는데 반드시 필요한 키워드다.

삼성이 정한 신사업은 10년 뒤 유망한 사업일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배터리, LED는 대표적 친환경 사업이다. 이는 각국 정부의 녹색산업 투자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자연스럽게 향후 삼성의 주력 계열사도 삼성전자와 더불어서 바이오나 환경 관련 계열사가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삼성이 앞으로 해당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이 사장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삼성 안팎에선 이 사장이 경영수업이 언제 종료될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이 별다른 손색없이 삼성의 차세대 리더의 길을 걷고 있는 데다, 다른 재계 2~3세들이 대부분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경영의 한 가운데 있어서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이 사장을 평가절하 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직 뚜렷한 사업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서다. 대표적인 예가 'e삼성'의 실패다.

1990년대 말께에는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열풍'이 불어 닥쳤다. 이즈음 이 사장은 자본금 100억원으로 'e삼성'을 설립했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이 사업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데 더해, 그 부실을 계열사들에 넘겼다는 혐의로 법정공방까지 벌였다. 첫 사업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장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

이는 이 사장 역시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진주를 잉태하는 조개의 아픔을 넘어서야 한다. 앞으로 10년 뒤 그의 어깨엔 지금까지 짊어져 온 모든 짐보다 수십배, 수백배 무거운 짐이 놓여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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