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산사태 났던' 우면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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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1년전 '산사태 났던' 우면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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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촌마을 사람들은 빗소리가 두렵다

김지선 기자  2012.06.06 12:00:12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작년 여름, 강남에 실로 엄청난 집중호우가 퍼부었다.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거센 폭우는 강남 일대를 강타했고 이 일대 으리으리한 집과 비싼 자동차 등이 허무하게 쓸려나가고 잠겼다. 우면산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무고한 목숨도 여럿 잃었다. 당시 '천재지변이다' '인재다'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정확한 원인규명을 못하고 주춤거리다 겨우 복원공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또다시 장마의 계절이 오고 올해는 특히 여름이 한 달 빨리 오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우면산 일대는 어떻게 됐을까. 그 현장으로 가봤다.

따가운 햇볕과 빗방울이 번갈아가며 내리던 5월 말,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우면산 공사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들의 표정에 불만이 가득차보였다. 우면산 앞 방배동 주택가는 누가 봐도 사고현장 모습을 띄고 있었다.
아직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흙으로 뒤덮여 있는 길은 사람들이 주의를 하지 않고 걸으면 다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였다. 게다가 나란히 연결된 주택 대문 앞에는 수많은 돌덩이와 공사 중에 생기는 불순물 등이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쌓여있었다.

울퉁불퉁 흙으로 덮인
주택가, 안전성 결여

또한 아무리 손을 내저어도 피부를 덮는 헤아릴 수 없는 먼지세례는 그 곳을 지나치기 싫을 정도로 혐오감을 줬다. 주민들은 이미 이런 일에 적응이 된 탓인지 귀를 따갑게 하는 소음과 어수선한 동네 분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할 일에 몰두했다.

우면산 공사로 인한 불편한 점에 대해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쉽사리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았다. "바쁘다"라는 짧은 한 마디만 남긴 채 걸음을 재촉했다. 우면산 현장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이전에 정자 근처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부부에게 다가갔다.

방배동으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모씨는 "밤낮으로 지속되는 공사 때문에 매일 밤잠을 설친다"며 "동네를 뒤덮는 먼지와 소음은 임신부인 아내에게 치명적인 불편을 끼친다"고 걱정했다.

향촌마을의 한 빌라단지를 책임지는 경비원을 만나 더 자세한 현장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그는 "시청과 구청의 늦장 대책으로 4월 말께 끝났어야 했던 공사가 아직까지 그 구도를 잡지 못하고 여기저기 난장판을 만들어 놨다"며 "단지내부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차서 손을 쓸 수 없을뿐더러 새벽에도 계속되는 공사로 소음이 말도 못하다"고 주민들을 대신해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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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듣고 있던 정모씨는 "공사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벌써 장마철이 올까봐 걱정된다. 요즘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도 불안해서 집에 있기가 무섭다"며 복원공사 진행속도에 혀를 찼다. 

공사 소음으로 잠 못자
빗소리 들리면 불안해져

반면 쉼 없이 속개되는 침수방지공사에 안심을 하는 주민도 있었다. 최모씨는 "주중주말 가릴 것 없이 성실히 일하는 공사 관계자들이 정말 대단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더 안심이 간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또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산사태와 침수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를 꼬집어 말했다.

조금 더 가까이서 우면산을 바라보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면산 가운데 표면은 마치 바리깡(?)으로 밀어놓은 것처럼 민둥산의 느낌이었고 이곳저곳 정리가 되지 않은 듯 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이것이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언급했던 "자연경관을 무자비하게 훼손했다"는 의미였나 싶었다.

그 위 이층으로 세워져 있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 이번 복원공사의 책임자 중 한명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기자는 그에게 명함을 건네며 복원공사에 대해 "어디까지 진행 됐냐" "산사태를 막기 위한 배수공사는 어떻게 해왔냐" 등을 물었다.

장마철만 다가오면 떠오르는 악몽 재현되나
주민들 불안 가중…공무원들 탁상행정 논란

그러나 그는 마치 자신이 듣지 않아야 될 말을 들은 것처럼 "내가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정확한 대답을 회피했다. 대신 그는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고 연락처를 가르쳐줄테니 이 쪽에 전화해보라"며 해당 관공서의 부서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줬다.

연락처를 받아 적은 후 우면산 윗자락을 둘러보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 역시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자연 경관을 인공적으로 꾸며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기자는 공사현장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문득 '과연 이 작업이 정부가 약속했던 6월 말까지는 완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올 여름은 이상 기후로 인해 작년보다 한 달 빨리 찾아와 장마도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많았기 때문에 우면산 복원공사 담당자에게 설명을 들었다.

담당자에게 '우면산' 이 한마디를 꺼내자마자 그의 목소리 톤은 확 가라앉았다. 마치 '올 것이 왔구나'라는 톤으로 말하는듯 한 느낌을 줬다.   

기자가 그에게 "복원공사는 어디까지 진행 됐냐"고 묻자 그는 "주요 구조물은 거의 마무리 된 상태고 뒷정리가 조금 남아서 5월 말까지 끝내야만 했던 공사가 한 달 정도 미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뒷정리란 주택단지의 하수처리를 위한 배수로 공사를 지칭하는 것이다.

복원은 거의 마무리단계
뒷정리로 한 달 미뤄져

더불어 아직 파악되지 않은 산사태 원인규명에 대해 물었다. 조금 민감한 질문이라서 그런지 "자세한 것은 모른다. 말씀 드릴 수 없다" "미팅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어떻게 공사가 진행됐는지, 산사태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지 등 수많은 궁금증만 남기고 다음날 바로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타 직원의 "팀장님은 이틀 연속출장으로 자리에 없다"는 대답을 끝으로 그와는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면산사태가 일어난 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물론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사고 후 2-3개월 동안 어물쩡(?)댈 것이 아니라 '제2의 우면산사태'를 막기 위한 원인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그러나 공무원의 게으름으로 비롯된 탁상행정 때문에 아직도 확실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 했으며 되려 졸속공사로 인해 시민들의 마음만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시민들 사이에서 "자연 경관까지 훼손시키면서 허술하게 작업 한다"는 말이 나돌면서 시청과 구청에 대한 불신감만 가중시켰다.

한 전문가는 이 사태를 보고 "16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공무원 한명 없이 일부 공무원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그대로 누리며 공사를 밀어붙인다"며 현 공무원들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확실한 원인규명 안하는 서울시에 불만표출
“내 소관 아니다”며 여기저기에 책임 미뤄

한편 지난해 7월 부산 역시 시간 당 최고 100mm의 폭우가 쏟아져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었다. 도심 13곳 이상이 물에 잠기는 대형침수가 일어나 부산 주요일대의 통행이 한 때 중단되기도 했었다. 또한 강원도 춘천지역도 다량의 폭우로 인해 10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경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가 컸다.

매년 여름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불어 닥치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년 같은 피해를 반복해서 입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급격히 변한 사회 환경으로 인해 도심 곳곳에 깔려진 아스팔트 도로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물이 빠지는 배수로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폭우가 쏟아지면 그대로 물이 채워져 침수사태가 일어나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계천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옛날 모습을 되찾겠다며 도로 중간에 인위적으로 물길을 냈지만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배수통로를 설치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청계천은 빗물로 가득 차 원래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매해 반복되는 집중호우에 맞서 우면산 산사태와 침수 등 이 같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방침을 세워야 한다. 복원을 할 때에는 원인을 먼저 찾아 재발가능성을 배척하고 공사작업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롭게 도로를 포장하거나 건축물을 세울 때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는 안전성을 고려한 설계 작업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도 마련해야만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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