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웅의 영사기] '불신사회' 영화 이 던진 화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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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웅의 영사기] '불신사회' 영화 <더씽>이 던진 화두는?

일요시사 0 1625 0 0

박대웅 기자  2012.06.11 17:16:53

[일요시사=박대웅 기자] 바야흐로 여름이다. 여름 극장가의 최대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블록버스터와 공포 스릴러다. 여기 블록버스터와 공포 스릴러라는 두 마리 토끼에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더씽>이다. 영화는 불볕 더위에 지친 관객을 광활한 남극대륙의 설경으로 초대한다. 설경의 청량함은 이내 빙하시대부터 존재해온 것으로 보이는 외계 구조물과 그 안에 있는 외계생명체의 등장으로 극한의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외계생명체를 발견한 노르웨이 탐사팀은 엄청난 발견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얼음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이 깨어나면서 탐사팀은 곧 거대한 공포에 직면하게 된다. 빙하 속에서 깨어난 괴생명체는 인간의 세포를 완벽하게 모방해 인간 그 이상의 그것으로 변신한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괴생명체, 이제 탐사대원들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생존자들은 남극이라는 고립무원의 패쇄된 공간 속에서 아무도 믿지 못한 채 거대한 그것과의 사투를 벌인다.

영화는 컬럼비아 대학 고생물학자 케이트 박사(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분)의 시선을 따라 인간과 인간 이상의 그것을 분류한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 분류 기준은 충치치료 여부다. 무기질을 활용하지 못하는 괴생명체의 특징을 반영한 분류법이지만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동료를 인간과 인간이 아닌 그것으로 나누는 기준으로서는 편협하기 그지없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불신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질문한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적과 친구의 구분 기준은 무엇이냐고. 혹시 그 기준에 치명적 결함이 있는 건 아니냐고.

인간으로 분류된 자와 그것으로 분류됐지만 끊임없이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자들 사이에 더 이상 이성적인 판단과 논리는 없다. 오직 불신과 혼돈, 그리고 공포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 이상의 그것은 이런 인간들 틈에 끼어 끊임없이 불신과 공포를 자극한다. 마침내 인간의 불신이 극에 달하는 순간, 괴생물체는 충격적인 그 정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사냥하듯 인간을 종족번식의 수단으로 삼는다. 

영화는 근육질 몸매와 화려한 격투 실력을 바탕으로 악당을 소탕하는 블럭버스터 영화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기보호'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편가르기와 불신 그리고 모함 등 일상다반사에서 일어나는 인간군상들의 추악한 이면을 스크린에 담아낸다. 동시에 관객에게 '당신은 어떠한가'라고 묻는다. 특히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인과 노르웨이인의 대립과 불신의 장벽은 생소한 노르웨이 말처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곱씹어 보게 한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영화는 끝났다. '불신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당신은 어떠한가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 한 줄 정리

불신, 외계인보다 더 무서운 <더씽>의 정체

# 별점

★★★☆

# 개봉

6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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