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없는' 흥국생명 배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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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없는' 흥국생명 배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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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철창서 수백억 돈잔치 "대박 났네"

김성수 기자  2012.06.11 17:41:16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흥국생명의 배당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배당금은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그리 많지 않지만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최대 수혜자인 대주주 오너가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잔치'를 벌여서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철창 안에서 거액의 보너스를 받게 됐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들에게 주당 175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흥국생명의 총 발행주식은 1358만3369주. 이를 계산하면 배당금액은 모두 238억원에 이른다. 흥국생명은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 배당안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흥국생명 배당금 가운데 절반 이상을 챙기게 됐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 지분 59.21%(804만3128주)를 소유한 최대주주. 이에 따라 141억원의 배당금이 이 전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

어린 조카들도 수억씩

이 전 회장의 어린 조카들도 두둑한 보너스를 가져간다. 흥국생명 지분 14.65%(199만189주)를 보유한 2대주주인 원준씨는 35억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각각 3.68%(50만주)의 지분이 있는 동준·태준씨는 9억원씩, 각각 1.82%(24만7532주)를 갖고 있는 정아·성아씨는 4억원씩 챙긴다.

흥국생명의 배당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2010년 계약자 배당만 실시하고 주주배당은 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이유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을 하지 않다가 지난해와 올해 업무 결과 안정됐다고 판단해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대 수혜자인 이 전 회장이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잔치'를 벌여서다. 흥국생명 측은 "이 전 회장과 무관한 결정"이라고 해명했으나, 회사 안팎엔 하필 이때 100억원대의 성과급 지급을 이해할 수 없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 전 회장은 회삿돈 400억여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치는 등 총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됐다. 검찰은 징역 7년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고, 횡령 208억원과 배임 582억원만 유죄로 인정한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회장 측은 간암 수술 등 건강상의 이유로 선처를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1심 판결을 앞두고 회장직에서도 물러났으나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건강상 사유는 형사적 책임을 정하는 양형에 고려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실형을 때렸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전 회장은 환자용 마스크를 하고 휠체어를 탄 채 공판에 출두하고 있다.

더구나 흥국생명은 태광 오너일가를 부당 지원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흥국생명은 2008년 6월 이 전 회장 일가가 100% 소유한 동림관광개발의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220억원에 사들였다. 이는 당시 흥국생명의 순이익(110억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흥국생명이 골프회원권을 시가보다 비싼 값에 매입하는 방법으로 대주주를 부당지원했다"며 과징금 7억1700만원과 함께 경영진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흥국생명은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산 것이 아니다"라며 과징금 취소 소송을 낸 상태다.

배당금 238억 의결…141억 오너 주머니에 '쏙'
"중형 받고 재판 중인데" 시기 적절치 않다 지적

흥국생명 측은 배당금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배당금이 적을 뿐더러 이 전 회장에게 돌아간 배당금 역시 다른 오너들과 비교하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배당금 238억원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20%대 밖에 되지 않는다"며 "배당성향이 30∼40%에 달하는 다른 보험사들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회장도 다른 보험사 오너들에 비해선 배당금이 적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은 지난해(2011년 4월1일∼2012년 3월31일)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8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배당성향이 28% 수준인 셈이다. 배당성향은 기업의 배당금 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수익에 비해 배당금이 많다는 의미다.

흥국생명 측의 말대로 다른 보험사들도 수백억∼수천억원대 '배당 잔치' 준비로 분주하다. 물론 대주주인 오너들이 최대 수혜자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지난 5일 주주총회를 열고 주당 2000원, 총 3940억원(배당성향 42%)을 현금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분 20.76%(4151만9180주)로 삼성생명 최대주주. 그에게 돌아갈 배당금은 830억원에 이른다. 교보생명은 지난 1일 이사회에서 주당 5000원(배당성향 19%)의 현금배당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33.6%(689만2765주)의 지분을 소유한 신창재 회장은 345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게 됐다.

상황은 손보업계도 마찬가지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지난 5일 주주총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3750원, 우선주 1주당 3755원을 현금 배당하기로 결의했다. 총 배당액은 1749억원(배당성향 22%)이다. 현대해상은 지난 4월 주당 1350원씩 총 1086억원(배당성향 27%)의 배당을 결정, 최대주주(21.8%·1948만7100주)인 정몽윤 회장은 263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아무런 문제없다"

동부화재와 LIG손보도 같은달 이사회에서 각각 주당 1200원(배당성향 18%), 800원(배당성향 20%)을 배당하기로 했다. 총 배당금은 각각 760억원, 414억원에 달한다. 이중 김준기 회장 등 동부 오너일가(17.28%·1223만6160주)는 147억원을, 구자원 명예회장 등 LIG 오너일가(23.12%·1387만4473주)는 111억원을 쥐게 된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고객돈으로 배당 잔치를 벌인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올 들어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안정을 위해 고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씨알’도 안 먹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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