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친딸·손녀·조카 성폭행 일가족 ‘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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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판결]친딸·손녀·조카 성폭행 일가족 ‘중형’

일요시사 0 4394 0 0

아버지·할아버지·고모부 등 5명 수년간 미성년자 성폭행
뻔뻔함으로 법정에서 혐의 부인, 괘씸죄로 항소심 형량 늘어

인간의 탈을 쓰고…’라는 표현이 딱 맞는 사람들이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아버지, 할아버지, 작은 아버지, 고모부, 사촌오빠라는 이름으로 미성년자인 한 소녀를 수년간 성폭행해온 인면수심의 ‘가족’들이 바로 그들이다.

가족이라 함은 함께 피를 나눠 생각만 해도 따뜻하고 정겨운 대상일진대 수년간 끔찍한 일을 당한 소녀에게 가족은 짐승보다 못한 두려움의 대상에 불과했다.

친족 성폭행의 경우,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신고를 하고도 막상 재판이 시작되면 선처를 요구하는 피해자들이 많아 형량이 적게 선고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는 이례적인 중형 선고와 함께 5년간 이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눈길을 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김인욱 부장판사)는 지난 10월22일 A(17·여)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A양의 할아버지, 작은아버지 등 일가족 4명에게 징역 1~6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친아버지 B씨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믿을 사람 하나 없네

A양의 가족들은 A양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괴롭히기 시작했다. 2004년 11살에 불과했던 A양은 함께 사는 할아버지에게 “배가 아프다”며 응석을 부렸다.

예전에 한의학을 배웠다며 손녀의 응석을 받아주는 듯하던 할아버지는 A양의 배를 쓰다듬다가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손녀의 배만 쓰다듬는데 그치지 않고 갑자기 A양의 은밀한 부위를 강제로 만진 것.

할아버지의 이 같은 파렴치한 범행은 2008년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A양의 악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할아버지 외에 다른 가족들 역시 A양을 성적 노리개로 여긴 것.

명절때마다 찾아오는 친척들 역시 A양을 노리고 있었다. 고모부와 작은 아버지, 고종사촌 오빠까지 가세해 A양이 잠든 틈을 타 A양을 성추행했고, 지난해부터는 친아버지인 B(41)씨까지 성폭행하기 시작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성추행을 당한 A양은 가족들 간의 그런 행위는 성폭행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성장하며 사춘기를 겪었고, 중학교 2학년 때 성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곧바로 이런 사실을 할머니와 새어머니에게 알렸지만 이들의 행태 역시 가관이었다. “절대로 신고하면 안 된다. 참아라”면서 A양을 회유한 것. 하지만 A양은 지난해부터 친아버지마저 자신을 범하기 시작하자 신고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르고도 이들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A양의 친구가 최근 성폭행을 당했다가 합의금을 받았는데 A양도 합의금을 노리고 거짓으로 자신들을 고소했다며 무죄를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양이 믿고 의지해야 할 가족들로부터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사실을 부인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중형을 선고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A양의 작은아버지에게 징역 6년에 열람정보 5년 공개, 할아버지 징역 5년에 열람정보 5년 공개, 사촌오빠 징역 2년6월에 열람정보 5년 공개, 고모부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A양 아버지의 경우, A양의 유일한 보호자라는 이유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도 항소심에서 무죄를 주장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열람정보 5년 공개가 선고됐다.

재판부가 선고에 앞서 A양에게 가족 처벌 여부에 대해 묻자, “말도 안 되는 증거를 제시하고 사과하지 않는 것을 보면 생각이 바뀌기도 하지만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면서 “가족이라 미워할 수도 없고, 같이 살고 싶지만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실제관계를 살펴보면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특히, 직계혈족, 형제자매 등 친인척 사이에서 발생하는 친족 성폭행의 비율(2009년 15%)이 꽤 높다.

지난 2008년에도 A양과 비슷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친족 성폭행에 대해 지금과 같은 중형 판결은 거의 없었고, 당시 1심 법정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10대 소녀를 상습 성폭행한 일가족 4명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해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처음으로 판사 탄핵 서명운동이 진행될 만큼 큰 사안이었다.

결국 이들은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으며 피해자의 할아버지(88)만은 나이·건강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어린 딸과 손녀를 상대로 친족 성폭행을 저지르는 남성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연세대 정신과 관계자는 자존감이 형성되지 않은 남자일수록 딸이나 가족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전유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성장과정에서의 상처와 사회에 대한 불만, 열등감 등의 분노를 자신에게 항거하지 못하는 어린 약자에게 풀어버리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친족 성폭행 문제 심각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사회 발전에 따른 개인의 고립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과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들의 경우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는 이들이 이 같은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어 가족의 고립화와 축소, 해체의 가속화로 인해 가정 내 성폭력을 감시하는 사회적인 능력이 약화되면서 친족 간 성폭력 발생빈도가 줄지 않는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개인의 고립화가 심화될수록 성욕으로 도배되는 성적 충동 역시 가속화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 “친딸에 대한 과도한 애정이나 스킨십이 때로는 극단적인 성폭력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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