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웅의 영사기]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다

한국뉴스


 

[박대웅의 영사기] <미드나잇 인 파리>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다

일요시사 0 1455 0 0

박대웅 기자  2012.07.02 09:03:53

 
[일요시사=박대웅 기자] '오늘', 나에게는 남루하며 고단하기 그지없는 그저 그런 하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꿈에서라도 한 번 쯤 살아보고 픈 최고의 '황금시대'인 '어제'일 수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던지는 물음이다. 정말 내가 살고있는 오늘이 영화의 표현대로 '골든 에이지(Golden Age)' 일까. 관객들의 이런 의구심은 낭만과 예술을 동경하는 할리우드 소설가 길 펜터(오웬 윌슨 분)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기묘한 경험을 통해 한 꺼풀씩 베일을 벗는다. 

샹젤리제 거리, 퐁피두 센터, 에펠 탑, 세느 강변, 베르사유 궁전,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로댕 미술관, 콩코드 광장의 오벨리스크 등 2012년 오늘, 관광 명소로 변해버린 파리의 모습을 우디 앨런 감독은 관객들에게 나열하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파리는, 그리고 오늘은 어떤 의미인가?"라고. 이어 길 펜더는 화가 글로드 모네가 작품 활동을 했던 지베르니 정원에서 그를 추억하며 열광한다. 하지만 약혼녀 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 분)에게 모네는 그저 지나가버린 어제의 영광일 뿐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파리. 그 속의 낭만을 즐기고픈 길에 비해 쇼핑과 관광이 주 목적인 '허세녀' 이네즈는 점점 파리에 있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 즐겁게 느끼며 길과 반목한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어느 날 밤, 길은 평소 동경하던 세기의 예술가들이  활동했던 파리의 밤거리를 거닌다. 어느덧 결혼까지 약속한 약혼녀 이네즈보다 '낯선' 파리의 밤거리가 더욱 포근하게 느껴진다. 바로 그 순간,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파리의 자정'은 길이 그토록 바라던 1920년대를 더 이상 '어제'가 아닌 오늘로 만드는 기묘한 체험을 제공한다.

파리의 자정이 선물한 믿을 수 없는 감흥은 길의 오늘을 갉아 먹는다. 길이 오로지 기다리는 것은 파리의 자정뿐이다. 길은 <위대한 개츠비>의 피츠 제럴드와 젤다 부부의 친구가 됐고, 헤밍웨이와 술을 마시며 피카소의 그림에 쏟아지는 혹평을 함께한다. 그리고 1920년대를 대표하는 세기의 여류 비평가 거트루드 스타인의 첨삭 지도를 받는다. 환상적 체험이 거듭 될수록 길 자신은 물론 그의 소설도 점점 힘을 얻어 간다. 특히 길에게 난생처음 여자를 얻기 위해 죽음도 불사할 수 있게 다는 마음을 들게 만든 피카소의 여인, 아드리아나의 존재는 길에게 영감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길의 소설은 점점 완벽해져 간다.

1920년대, 길에게 너무나도 완벽한 어제이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힘들고 고된 오늘이었을 뿐이었다. 아드리아나는 길과 같은 환상적 체험에 그녀가 생각하는 황금시대 속, 어제에 남기로 결심한다. 낙심한 채 거트루스 스타인을 찾은 길은 그녀로부터 자신의 소설에 대한 헤밍웨이의 평가를 전해 듣는다. "남자는 왜 여자의 불륜을 모르냐"는. 2010년의 오늘로 돌아온 길은 약혼녀 이네즈의 불륜 사실을, 그것도 이네즈 본인으로부터 직접 전해 듣는다. 

완벽한 이상형 아드리아나는 그녀의 어제 속 오늘에 남았고, 길의 오늘 속 이네즈는 길을 저버렸다. 고즈넉한 파리의 밤거리. 파리의 자정은 다시금 찾아왔지만 길은 더 이상 어제를 찾지 않는다. 그리고 길은 운명처럼 찾아온 그녀와 함께 비 내리는 파리의 밤거리를 다시 거닌다.

# 한 줄 정리

 어제는 과거일 뿐이다

# 별점

★★★★

# 개봉

7월 5일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