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vs 국세청 '세금전쟁'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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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vs 국세청 '세금전쟁'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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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억 줄다리기' 어쩌다 이 지경까지…

김성수 기자  2012.07.04 10:33:09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GS칼텍스와 국세청이 날선 각을 세우고 있다. 치고받기를 벌써 10년째. 처음엔 국세청이 승기를 잡았는데 갑자기 판이 엎어지면서 양측 사이에 또 다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GS칼텍스는 이제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을 태세여서 긴장 속 대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형국이다.

GS칼텍스와 국세청 간 700억원대 '세금전쟁'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10월 주식상장을 신청한 GS칼텍스(당시 LG칼텍스정유)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국세청의 감세 혜택을 받았다. 당시 조세감면규제법이 근거였다. 이 법은 정부가 기업공개를 유도하기 위해 상장 추진 기업에 대해 세금감면 혜택을 부여한 것이다. 그 기한은 상장추진기간으로 명시돼 있었다.

일진일퇴 공방전

그러나 대우증권과 하나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해 실무작업을 추진하던 GS칼텍스는 2003년 12월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연히 자산재평가도 취소했다. 대주주인 쉐브론텍사코 측이 "국내 증시 여건이 좋지 않아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며 상장을 반대했다.

국세청이 그냥 놔둘 리 없었다. 국세청은 이듬해 4월 "상장을 포기했으니 그동안 감면받은 법인세(1990∼1999년분)를 내라"며 GS칼텍스에 707억원을 부과했다. 707억원은 역삼세무서가 상장기간 내에 상장을 하지 않았거나 자산재평가를 취소한 경우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 부과하도록 규정한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따라 법인세를 재계산한 금액이다.

이현동 국세청장
▲이현동 국세청장

GS칼텍스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GS칼텍스는 "1993년 12월 조세감면규제법이 개정되면서 자산재평가를 취소했을 때 입법 과오로 감면혜택을 되돌리는 재부과 규정인 부칙 23조가 사라졌기 때문에 세금을 물릴 근거가 없다"며 서울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10년치 법인세 707억 부과하자 "못내" 소송 제기
판결 불복해 헌법소원…"위헌" 결정에 재심 청구

이후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1심은 국세청의 승. 2심에선 GS칼텍스가 이겼다.

소송은 대법원에서 사실상 일단락됐다. 대법원은 2008년 12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근거로 해 "부칙을 계속 적용한다는 규정이 없더라도 실효되지 않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결, GS칼텍스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서울고법은 이듬해 5월 GS칼텍스의 패소를 확정했다. 국세청의 707억원 부과 처분이 정당하다는 결정이었다.

GS칼텍스는 서울고법 재판 도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고, 신청이 기각되자 2009년 6월 "법 개정으로 실효된 조세감면규제법 부칙을 대법원이 효력있다고 보고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법원 판결에 불복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68조2항은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되면 그 신청을 한 당사자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헌재는 어떤 판단을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고 GS칼텍스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지난달 7일 "대법원이 개정 법률 시행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항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원칙과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양대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재가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판단을 한 셈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법률이 전부 개정된 경우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별도의 적용규정이나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부칙은 실효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과세형평과 입법공백 방지 등을 이유로 부칙의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에 대해선 "형평성의 왜곡과 입법의 공백을 방지하는 것은 입법자의 권한이자 책임이지 법원이나 과세관청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사안 정반대 판단
헌재·대법원 정면충돌

GS칼텍스는 '멍석'이 깔리자 최근 서울고법의 확정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회사 측은 "법원이 적용한 관련법 부칙조항 전부가 실효됐다는 취지의 위헌 결정이 난 만큼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며 "법인세 부과처분은 근거법률이 없기 때문에 원심 판결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간의 관심은 서울고법이 GS칼텍스 주장을 받아들일지에 쏠린다. 이미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사안이라 재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법원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난 사안"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재심이 기각되더라도 사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세금 독촉에 나설 게 뻔하고, GS칼텍스는 헌재 결정을 내세워 버틸 공산이 크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GS칼텍스의 '재판 소원'가능성도 없지 않다. 헌재법상 재판 소원은 금지돼 있다. 다만 헌재는 1997년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을 법원이 다시 적용한다면 기본권 침해고, 이런 경우에 한해 재판 소원을 금지한 68조1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GS칼텍스가 다시 사건을 헌재로 들고 갈 경우 헌재는 이 결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을 파기할 수도 있다. 반면 법원은 법의 해석과 적용을 고유권한으로 여겨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누구 말이 맞나?

GS칼텍스-국세청 세금전쟁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기업과 세무당국 간 거액 소송이 대법원과 헌재의 힘겨루기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두 사법기관은 1995년에도 자존심 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헌재가 양도세 관련 대법원의 결정을 뒤집어 첨예한 갈등이 빚어졌었다. 당시 국세청이 자진해 한발 물러나면서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이번엔 당사자인 GS칼텍스와 국세청이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긴장 속 대치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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