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르노삼성의 끝 모를 추락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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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는 르노삼성의 끝 모를 추락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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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시장 '꼴찌' 쟁탈 성공(?)

한종해 기자  2012.07.09 10:43:06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르노삼성차가 꼴찌 탈환에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지난 6월 국내시장에서 모두 4008대의 차를 판매해 4033대를 판매한 쌍용차에 간발의 차이로 4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판매실적은 14.1%나 감소했다. 한때 현대기아차의 대항마라고 까지 칭송받을 정도로 잘나가던 르노삼성차가 끝 모를 추락을 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SM3, SM5, SM7, QM5가 전부인 라인업이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올 뉴 SM7이 그나마 신상품이다. 초기 월 3000대까지 팔리던 SM7은 지금은 월 400대도 팔리지 않는다. 경쟁차종인 현대차의 그랜저가 월 8000대씩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SM7은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신차 부재를 만회하기 위해 르노삼성차는 프리미엄 사양을 추가한 올 뉴 SM7과 보스오디오를 장착한 SM3, SM5를 내놨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차의 옵션이 조금 추가됐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디자인 평가 최하위

반면에 현대차는 13개, 기아차는 14개, 한국GM은 10개 등 경쟁사들은 모두 10개가 넘는 모델을 운용하고 있다.

라인업이 4종이면 그만큼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하지만 르노삼성은 디자인마저 실종상태다. 2011년 기준 제품·서비스 종합부문평가에서 르노삼성차는 품질스트레스에서 4위, 디자인에서 5위를 차지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르노삼성차는 디자인부문 1위를 수성했다.

지난 5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르노삼성은 콘셉트카 '캡처'를 소개했지만 이마저도 '참신하다'는 평가와 '과장됐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부품 자체 조달 비율도 문제다. 르노삼성차는 핵심기술을 르노에, 핵심부품을 닛산에 기대는 구조다. 국내 경쟁사보다 1대당 판매마진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 2008년 리먼쇼크 이후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엔고에 허덕일 때 르노삼성차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2007년 2067억원에 달했던 순이익은 2008년 760억원, 2009년 800억원, 2010년 361억원으로 급감했으며 지난해에는 2921억원의 치명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이 와중에도 르노와 닛산에는 각각 773억원과 156억원의 기술사용료를 지급해야만 했다.

르노삼성차가 르노와 닛산에서 부품을 사고 이를 가공해 다시 르노와 닛산에 공급하는 규모가 전체 매출액의 절반이 훌쩍 넘는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구조가 결국 영업이익의 감소로 이어졌고 신차 출시를 위한 재투자가 어려워져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평가다.

르노삼성차의 추락에 삼성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르노삼성차가 삼성 계열사는 아니지만 삼성 브랜드를 갖고 있고 지분의 19.9%를 삼성카드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20년까지 르노삼성차 매출의 0.8%를 브랜드 사용료로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르노삼성차가 적자가 나기 시작해 브랜드 사용료를 받기는커녕, 삼성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차 없는 르노삼성 쌍용차에 밀려 5위 추락
타바레스 부회장 방한…신통치 않는 타개책

사정이 이렇다 보니 르노삼성차의 핵심임원들과 영업사원들도 사측으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박수홍 기획본부장, 필립 게랑부토 R&D본부장, 김중희 R&D부소장, 장익순 전무 등이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줄줄이 옷을 벗었다. 앞선 2월에는 홍보를 책임졌던 이교현 홍보본부장이 퇴사했다.

여기에 노른자지점으로 손꼽히던 압구정지점 매장이 철수했다. 판매부진에 따른 영업망 위축으로 영업사원들도 잇따라 회사를 떠나고 수시로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부산공장에서는 잔업과 특근이 사라지면서 협력사 직원들까지 발을 돌리고 있다.

사정이 악화되자 지난달 27일 그룹의 2인자인 카를로스 타바레스 부회장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르노삼성의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사정이 악화되자 지난달 27일 그룹의 2인자인 카를로스 타바레스 부회장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르노삼성의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르노삼성차 매각설과 한국 철수설도 큰 악재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대표가 직접 나서 "근거 없는 소문이다"며 매각설과 철수설을 부인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르노그룹은 그룹 2인자를 한국에 급파해 사태수습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카를로스 타바레스 부회장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르노삼성의 향후 계획을 밝힌 것.

타바레스 부회장은 "최근 르노삼성의 부진은 디자인 때문이다"며 "곧 외관을 바꾼 SM시리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소형 SUV를 출시해 곧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며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줬다.

르노삼성차는 올 하반기에 SM3와 SM5의 부문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내년 출시예정인 소형 SUV는 기존 SUV인 QM5보다 작기 때문에 QM3라는 명칭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설 강력 부인

부품 조달 비율에 대한 방안도 제시했다. 타바레스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부품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높여 수익성을 올리겠다"며 "지난 5개월 동안 1200여 개 부품을 국산화 했다. 추가로 200개 부품을 국산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대 관심사인 르노삼성차 매각설과 한국 철수설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르노 본사는 한국시장에서 성공해야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지금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아·태지역 수출 전진기지로서 한국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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