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여는 것은 손이나 머리가 아닌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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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여는 것은 손이나 머리가 아닌 DNA

일요시사 0 1117 0 0

소비 본능 / 개드 사드 저 / 더난 / 2만2000원

인간의 네 번째 본능이라 일컬어지는 ‘소비’를 진화론적 시각으로 파헤친 책 <소비 본능>.
소비 활동의 배경을 네 가지 핵심적인 진화의 동인인 생존(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 번식(상품을 성적 신호로 이용하는 이유), 혈연 선택(가족을 부양하는 이유), 호혜적 이타성(지인에게 선물을 주는 이유)으로 설명하고 소비자의 행동과 다른 동물들의 행동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밝힌다.

회색곰이 지방이 많은 연어를 좋아하듯이 인간도 본능적으로 넉넉한 양의 달걀, 스테이크, 베이컨을 소비하고 싶어 한다. 칼로리의 희소성과 불확실성은 모든 동물들이 직면한 두 가지 핵심적인 생존 문제로 이런 상황은 이른바 절약 유전자형의 개발로 이어져 음식이 풍부할 때 지방을 신속하게 저장하는 생리적 능력과 그에 연계된 행동들을 타고난 것이다.

공작에게 화려한 꼬리가 있다면 남자에게는 페라리가 있다. 공작의 꼬리는 수컷의 유전적 자질을 드러내는 정직한 표현형이다. 과시적 소비는 이와 같이 정직하고 비싼 광고와 다름없다. 남자가 고급차를 성적 신호로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남자들은 여자에게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비싼 차를 이용한다. 여자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즉 남자들은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고급차를 선호하는 것이다.

유기체가 자신의 생존만을 도모하는 것이 진화론적 충동이라면,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이타성은 이에 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화가 유전자의 전달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유전자를 공유한 존재에게 투자하는 것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인간적인 맥락에서 호혜적 이타성은 기아에 대비한 보험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코스타리카의 흡혈박쥐들은 전형적인 호혜적 이타성의 사례를 보여준다. 흡혈박쥐들은 종종 밤 사냥 후에 빈손으로 혹은 빈 배로 동굴로 들어온다. 이 경우 다른 비혈족 박쥐가 굶주린 박쥐의 입으로 피를 넣어준다.

다양한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소비자는 문화적 존재인 동시에 생리적 존재이다. 문화적 환경에 따라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선호, 필요, 욕구가 존재하지만 그만큼 유사한 선호, 필요, 욕구도 많이 존재한다. 선호, 필요, 욕구는 공통된 소비 본능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공통된 인간적 선호와 필요, 욕구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소비 본능의 진화적 기원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물건을 제대로 팔 수 있고 제대로 소비할 수 있다.

마케팅, 광고, 심리학 부문의 전문가와 소비자를 비롯하여 인간 행동의 생리적 바탕이나 소비를 자극하는 요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비 본능>을 읽어보자.  지갑을 여는 것은 손이나 머리가 아닌 DNA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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