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맘껏 못 때리는 여야 답답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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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맘껏 못 때리는 여야 답답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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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데 말은 못하고..."

[일요시사= 김명일 기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선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현재 여론의 시선은 모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쏠려있다. 지난 19일 대담집 출간과 23일 TV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안 원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와의 양자대결구도는 물론 다자대결구도에서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먼저 안 원장을 향해 날을 세워야 할 양당의 선두주자들은 이상하리 만치 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도대체 그 까닭은 무엇일까?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를 무려 9.2% 차이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여론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다자구도 대결에서도 안 원장이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얼마 전까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에게도 밀리며 3위로 추락했던 안 원장이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안철수 바람'의 득실을 계산하느라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영리한 판단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들은 지난 26일 광주광역시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안 원장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가장 먼저 연설을 시작한 김문수 후보는 자신이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택시를 운행했던 것을 언급한 뒤 "택시운전을 하더라도 자격증이 필요하다"며 "안철수 같은 무자격자, 무면허자, 무경험자가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김태호 후보는 "안 원장은 '수영장에서 수영할 줄 알면 태평양 바다에서도 수영할 줄 안다'고 말했는데 지도자는 거친 파도 같은 국민의 분노를 헤쳐나가야 한다"며 "안 원장이 양식 횟감이라면 저는 거친 바다에서 싸워 살아남은 자연산 활어 횟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안 원장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에서 패한 후 5년간 오직 이번 대선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박 후보였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대세론을 위협하는 안 원장을 향해 할 말이 누구보다 많을 테지만 박 후보는 침묵했다.

박 후보가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박 후보 측이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경우 오히려 안 원장의 인지도를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중도층 중에는 안 원장을 좋아하지만 그가 정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안 원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을 가할 경우 그러한 지지층을 포용할 수가 없게 된다. 또 박 후보 선거캠프에서는 안 원장이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서면 검증과정에서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재 안 원장의 이미지는 매스컴을 통해 과도하게 가공된 측면이 있는데 검증 과정에서는 아무리 안 원장이라도 치부를 노출할 수밖에 없고 도덕성이 가장 큰 인기의 원인인 안 원장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될 경우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안 원장이 패배할 수도 있다. 지금은 안 원장을 지지하지만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박 후보를 지지할 중도층도 상당한데 이러한 유권자층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아직 출마선언도 안했는데 뭐라 하기도 애매   
안 원장 비판, 중도층 결집에 오히려 악영향

특히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안 원장이 민주당과 경선룰 등을 놓고 대립하다 억울한 패배를 당할 경우엔 안 원장의 지지층이 박 후보 측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후보의 입장에서 안 원장은 최대의 적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깎아내릴 수도 없는 이유다. 때문에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은 박 후보의 침묵에 대해 매우 영리한 선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에서는 안 원장에 대한 검증도 철저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이 <힐링캠프>에 출연한 직후 박 후보 측의 한 인사가 "(방송내용 중) 거짓말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후보는 당초 야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대선 과정에서 네거티브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으면 결국엔 안 원장을 공격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민주통합당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안 원장과 단일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사실상 대선승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안 원장이 다자대결구도에서도 1위로 치고 올라가자 민주당은 더욱 초조해진 분위기다. 안 원장의 입장에서는 굳이 야권단일화에 매달릴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원장과의 대립각을 세우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민주당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중도층을 잃는 것이다. 안 원장의 지지층과 상당수가 겹치는 민주당으로서는 박 후보 측보다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네거티브가 아닌 정책과 공약대결로 대선전을 이끌어가려해도 아직은 안 원장이 정식으로 출마선언을 한 것도 아닌데다 안 원장이 저서에서 밝힌 생각이 상당부분 민주당의 노선과 겹친다는 평가가 많아 전선을 형성할 수도 없는 처지라는 설명이다. 민주당 내에선 그야말로 안 원장에게 앉아서 당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복잡한 속내

심지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힘들게 당내 경선을 해서 결국엔 당외 주자에게 후보 자리를 내주는 것은 치욕"이라며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와 서울시장 선거, 대선까지 연이어 당외 주자에게 후보 자리를 뺏긴다면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지난 4·11 총선에서 현 정권의 온갖 실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패배한 것은 공천실패에 따른 실망감 때문이었다. 당시 국민들은 '표를 주고 싶은 후보'가 없어 정치에 무관심 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대안 없을 땐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일단 대안 생기고 나면 무섭게 결집한다. 안철수 신드롬은 이러한 국민들의 지지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기존의 정당들은 안 원장을 향해 무임승차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보단 그동안 자신들의 행보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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