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64)교원그룹-교원L&C

한국뉴스


 

[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64)교원그룹-교원L&C

일요시사 0 1082 0 0

레드카펫 밟고 있는 ‘어린 황태자’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빨간펜과 구몬학습, 웰스정수기로 유명한 교원그룹은 지난달 말 기준 총 8개의 관계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교원엘앤씨(L&C)’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거의 모든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사실상 자생불능

2002년 설립된 교원L&C는 정수기·연수기·비데·공기청정기·음식물처리기 등 가정용 전기제품 제조업체다. 기능성 의류와 화장품, 건강식품 등도 판매한다. 그룹이 위치한 서울 중구 을지로2가 교원내외빌딩에 ‘둥지’를 틀고 있는 교원L&C는 처음 교원생활건강이란 사명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현 상호로 변경했다.

문제는 교원L&C의 자생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100%에 달하는 매출을 ‘집안’에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매년 5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교원L&C는 지난해 매출 517억3500만원 가운데 515억5400만원(99%)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식구’는 ㈜교원이다. 교원L&C의 매출 대부분이 ㈜교원에서 나오는 것이다. 교원L&C가 생활가전제품을 만들어 ㈜교원에 팔면 ㈜교원이 일반에 판매하거나 렌탈하는 식으로 거래하고 있다.

㈜교원은 2010년에도 교원L&C의 총매출 582억6500만원 중 579억7700만원(99%)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그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평균 내부거래율이 99%나 됐다.

교원L&C가 ㈜교원 등 관계사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99%(총매출 152억2300만원-내부거래 152억1600만원) ▲2006년 99%(229억2800만원-229억2300만원) ▲2007년 99%(320억9200만원-320억8100만원) ▲2008년 99%(305억8600만원-305억7700만원) ▲2009년 98%(361억700만원-354억300만원)로 나타났다.

교원L&C는 계열사를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2005년 이후 최근 7년 동안 적자 없이 매년 20억∼80억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거뒀다. 2010년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27억원, 102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은 2005년 75억원에서 지난해 482억원으로 6배 이상 불었다. 같은 기간 22억원이던 총자본은 334억원으로 무려 15배 정도 늘었다. 직원(상시종업원)의 경우 10년 전 8명에서 지난해 말 현재 74명으로 9배가량 증원됐다.

장평순 회장 아들, 지분 70% 소유한 최대주주
매년 500억씩 거래, 매출 99% 관계사서 채워

교원L&C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교원L&C는 ‘교원 황태자’장동하씨가 지분 70%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교원L&C가 공시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줄곧 동하씨가 이 지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올해 동하씨의 나이가 30세인 점을 감안하면 20대 초반부터 지분을 보유한 셈이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그의 부친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배추장사로 모은 종자돈으로 교육사업을 시작한 장 회장은 매출 1조원대 교원그룹을 일궜다. 구몬학습, 빨간펜 등 국내 최초로 진도식 학습지를 선보여 대박을 터뜨린 뒤 생활가전, 뷰티, 건강식품, 호텔, 여행, 상조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2015년까지 3조원 매출이 장 회장의 목표다.

장 회장은 2세 체제 구축에도 시동을 걸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동하씨다. 장 회장의 아들 동하씨는 막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동하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2008년 4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1년8개월간 대한생명에서 근무했다. 이 기간 뛰어난 영업실력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대한생명 퇴사 직후 컨설팅회사인 갈렙앤컴퍼니에 몸담았다가 올초 교원그룹에 합류했다. 현재 그룹 전략기획본부 신규사업팀 대리로 근무 중이다. 전략기획 업무뿐 아니라 학습지와 정수기·비데 등 계열사 업무에도 적극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래처는 ㈜교원

장 회장의 딸 선하씨도 외부에서 경험을 쌓고 동하씨와 함께 그룹에 입사했다. 2009년 4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호텔리어로 근무했던 선하씨는 그룹 호텔사업부문 차장을 맡고 있다. 같은 시기 선하씨의 남편 최성재씨도 호텔사업부문장(부장)으로 발령 났다. 업계에선 장 회장이 선하씨 부부를 염두에 두고 호텔·레저부문을 그룹의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교원그룹의 2세 경영을 두고 뒷말도 없지 않다. 장 회장이 지난 4월 창업공신이자 그룹 2인자인 이정자 전 부회장을 갑자기 해임하자 업계에선 2세 체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종의 숙청 작업으로 해석된 것.

이 전 부회장은 지난 6월 “보수금과 퇴직금, 공로보상금 등을 달라”며 장 회장을 상대로 230억원대 소송을 제기한 상태. 그룹 측은 “해임은 2세 경영과 전혀 관계가 없다. 단순히 이 전 부회장의 해사행위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교원L&C 기부는?>

받을 땐 '왕창' 나눌 땐 '찔끔'

교원그룹 관계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교원L&C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교원L&C는 지난해 단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2010년에도 기부금이 ‘0원’이었다. 교원L&C는 공시를 시작한 2005년 이후 기부한 적이 없다. 단, 2009년 89만원을 기부한 것이 전부다. 이는 매출(361억원) 대비 0.002%에 불과한 금액이다.

교원L&C의 주거래처인 ㈜교원의 경우 지난해 64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 역시 매출(4823억원) 대비 0.01%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