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대표 vs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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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라이벌>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대표 vs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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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 뒤치락' 1위 경쟁 최후 승자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영원한 1위는 없다. 1위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2위는 1위를 따라잡기 위해 저마다의 자리에서 사력을 다한다. 비즈니스는 더욱 그러하다. 특히 국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시장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바로 1·2위를 다투는 미샤와 더페이스샵 얘기다. 그 덕(?)에 양사 대표 간의 너무도 다른 마케팅 전략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소리 없는 전쟁을 들여다봤다.

국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시작은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미샤였다.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대표는 3300원짜리 초저가 가격경쟁력으로 미샤를 화장품 브랜드숍의 절대강자로 끌어올렸다. 제품 용기를 최소화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해 저가화장품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저가화장품을 고집하고 수시로 세일 행사를 벌이던 미샤는 2004년에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며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에 이은 3대 화장품 회사로 성장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미샤 2000년대 초반 돌풍

2000년대 초반 미샤의 독주체제는 2003년 12월 더페이스샵이 출범하면서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자연의 순수함과 깨끗한 이미지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더페이스샵은 천연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은 고가라는 선입견을 깬 첫 브랜드였다. 결국 더페이스샵은 2005년 미샤를 제치고 단숨에 1위 자리를 꿰찼다.

더페이스샵의 성장세를 지켜보던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과 대적하기 위해 2010년 1월 2889억원을 들여 더페이스샵을 인수했다. 안 그래도 강력한 더페이스샵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양사의 신경전은 회사 대표들 간의 감정싸움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서 대표는 올 초 LG생건의 횡포로 잡지사와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사 광고가 누락됐다는 글을 올렸다.

미샤에 따르면 LG생건 측에서 해당 잡지사에 "미샤 광고를 빼달라"고 요청했고 해당 잡지는 2월호에 미샤 광고를 싣지 않았다.

서 대표는 "없던 일로 할까 생각해 봤지만 자본의 힘을 동원해 협박을 일삼는 모습에 분노한다"며 "협박이나 일삼는 자들은 앞으로도 이런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저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LG생건 관계자는 "미샤의 주장에 당황스럽다"며 "광고게제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해당 잡지에는 수입 고가화장품과 아모레퍼시픽 헤라, LG생건 오휘·후 등 백화점 판매 제품을 싣는 것이 '관례'인데 해당 잡지사가 이 '규칙'을 깨고 중저가화장품브랜드숍 광고를 실었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서 대표 "이정도 회사규모에 추징금 20억은 양호한 편"
비교광고에 역풍 맞은 미샤 1·2분기 연속 1위 탈환 실패

보다 못한 서 대표는 칼을 빼 들었다. '비교광고'라는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든 것.

지난해 미샤는 SK-Ⅱ, 에스티로더, 랑콤 등 고가의 수입 화장품과의 비교를 통한 마케팅에 나섰다. 2010년 1556억원이던 판관비는 지난해 2034억원 가량으로 급증했지만 미샤의 이 같은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첫 번째 공략 대상은 SK-Ⅱ의 '페이스 트리트먼트 에센스'였다. 미샤는 '페이스 트리트먼트 에센스 공병을 가져오면 자사 제품을 무료로 드립니다'는 파격적인 광고를 선보였고 '타임 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출시했다. 처음에는 교환만 해가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의외로 괜찮다'는 의견이 퍼지자 이 제품은 출시 4개월 만에 50만개 이상 팔려나가는 '빅히트'를 쳤다. 또 에스티로더의 대표 상품인 '갈색병' 에센스를 표방한 '보라색병' 앰플은 2개월 만에 20만 개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결국 미샤는 더페이스샵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즉각적인 만큼 단기적이었다. 미샤의 비교 마케팅은 역풍이 되어 돌아왔다. 에스티로더 갈색병을 모방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무(無)파라벤'이라고 홍보한 것이 독이었다. 최근 모 케이블TV에서 미샤의 보라색병에서 파라벤이 검출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샤 측은 "제품을 만들 때 파라벤 원료를 넣지 않았기 때문에 '無파라벤'이라고 표시한 것인데 화장품법이 개정되면서 다른 원료 내에 극소량 함유돼 있는 부분에는 '파라벤 무첨가'로 표기해야 해서 모두 변경했다"고 해명했다.

매사에 10번 잘해도 1번 못하면 원망을 듣기 마련이다. 결국 미샤는 올해 1분기 매출에서 더페이스샵에 1위 자리를 내줬고, 2분기 역시 1위 탈환에 실패했다. 미샤의 악재를 틈탄 차 부회장의 마케팅 전략도 성공적이었다. 더페이스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 3월 최고 30%의 할인행사를 시행했고 이후 몇 차례 세일을 진행하면서 매출 신장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샤는 추징금 폭탄도 맞았다. 지난달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샤는 매장권리금의 세금계산서 처리를 누락시키는 등 회계를 불투명하게 했다는 명목으로 올 초 국세청 조사를 받기 시작해 2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작년 영업이익 338억원에 17%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화장품업계 첫 과징금

더페이스샵도 역시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화장품브랜드가 세무조사로 추징을 당한 것은 미샤가 처음이기 때문에 미샤의 이미지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 소식이 급속도로 퍼지자 서 대표는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일로 미샤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난 3월부터 90일간 5년마다 받는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부분과 매출채권 그리고 부가세 부분 등에 대해서 세무당국과 이견이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 20억원 정도의 세금이 부과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회사규모로 볼 때 이 정도 부과금액은 회사의 회계가 얼마나 투명하게 되어왔는지를 이야기해주는 방증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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