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탤런트 부인’ 세 아들 살해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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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사건> ‘중견탤런트 부인’ 세 아들 살해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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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모정은 아이들의 몸부림을 끝내 외면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아들 셋을 낳고 키우던 30대 주부가 열 살도 안 된 세 아이들을 모두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 이 주부의 남편이 모 방송사 공채 탤런트 출신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한순간에 가정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비정한 모정(母情). 세 아들 살해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파헤쳤다. 

중견탤런트 A(46)씨의 부인 B(38)씨가 자신이 낳고 기른 세 아들을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주부 김씨의 남편은 모 방송사 공채 출신인 연기자로, 그동안 지상파 인기 드라마와 영화에 조연 또는 단역으로 꾸준한 활동을 펼쳐 온 인물이다. 

남편 지인에게까지

이들 부부는 지난 99년 결혼해 비록 넉넉지 않은 살림 속에서도 각각 8세, 5세, 3세의 세 아들과 비교적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남편의 연기활동이 뜸해지면서 친인척이나 지인들로부터 목돈을 빌릴 처지에 놓일 만큼 생활고를 겪어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부부는 10만원대에서 시작된 부채가 1000만원대까지 불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규모를 감당키 어려워 남편 몰래 사채를 끌어다 쓴 B씨는 심지어 남편의 지인, 자녀의 유치원 교사에게서도 돈을 빌렸으며, 돌려막기 식으로 채무를 감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난 4일 이 사실이 남편에게 발각되면서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다음 날 B씨는 급기야 아들 3명을 데리고 서울 봉천동 집에서 나와 가출을 감행했다.

세 아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2일. 남편의 가출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 안양시 관양동에 위치한 한 모텔방에서 세 아들의 시신 옆에 쪼그려 앉아 있던 B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발견 당시 숨진 아들들은 객실 침대 이불에 덮인 채 나란히 누워 있었고, B씨는 멍하니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B씨가 자신이 낳아 기른 아이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뒤 나흘 동안 숨진 아이들의 시신과 함께 객실 내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세 아들과 함께 모텔에 투숙한 뒤 이튿날 아들 셋을 베개로 눌러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경찰 진술조서에서 B씨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 아이들을 살해했다”면서 “아이들을 죽인 후 나도 따라 죽으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B씨가 애초부터 살해 목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살해 동기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우울증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울증을 앓은 병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B씨는 경찰조사에서 범행일을 ‘6일’에서 ‘7일’로, 범행순간을 ‘아이들이 잠들어 있을 때’에서 ‘깨어있을 때’로 오락가락하는 등의 공황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B씨가 도박이나 과소비를 하지 않는 점으로 미뤄 빌린 돈의 정확한 사용처도 확인 중이다.

세 아들 살해한 주부 남편은 공채 중견탤런트 왜 이런 비극이?
단역배우들의 초라한 삶 “투잡은 기본, 월 100만원 벌면 성공”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B씨의 남편이다. 남편 A씨는 졸지에 세 아들을 잃고 한 가정이 통째로 무너진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상파 공채 출신의 조연급 탤런트인 A씨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소식을 접하고 넋이 나갔다. 몸이 마비가 될 것 같았다”면서 “세상이 증오스러웠는데 이제는 용서하고 있다. 용서했다. 내가 죄인이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A씨는 “아내가 아이들을 키우느라 힘들었고, 내가 모르는 빚이 있었다고 했다”며 “풍족하진 못했지만 빚까지 쓸 줄은 몰랐다. 사채를 그것도 몇 군데서 썼더라”고 털어놨다.

한편 사건의 배경이 생활고로 알려지면서 ‘단역배우들의 초라한 삶’이 재주목 받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1년간 몇 백장의 단역배우 프로필을 받는다. 소위 말해 ‘꿈’만 있고 ‘라인’없는 이들은 한 달에 100만원~150만원 정도 벌면 잘 나가는 축에 속한다”며 “보통 예술적인 목적, 연기에 대한 꿈을 가지고 배우를 하는 것이지 돈을 벌 목적으로 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월 수입자체가 고정적이지 않고 거의 없다보니 생계유지는 힘들다. 부르면 가야하니 대부분이 정상적인 직업을 가질 수도 없고 밤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TV에 잠시 얼굴 비추고 한 마디 하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는다”며 “넣어주는 것도 감사한데 돈을 주는 대로 받는 것은 당연하고, 여기에 반발하면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는 식이 돼 버리니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삶에 ‘가정까지 있었다’면 그야말로 밥만 먹고 살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내가 죄인이다”

세 아들과 함께 단란했던 가정을 파국으로 몰아넣은 비정한 엄마.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이 같은 비극은 언제, 언제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자녀들을 버리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는 일그러진 사회병리적 현상은 이제 개인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어려운 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쓰고 더불어 톱배우 그늘에 가려진 단역배우들의 삶에 관심을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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