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회장님 뒷목 잡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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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회장님 뒷목 잡은 사연

일요시사 0 1708 0 0

푼돈 때문에…집안 망신 '친인척 스캔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던가. 국내 굴지의 재벌가에 망신살이 뻗쳤다. 말썽을 일으킨 친인척들이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어서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일부는 '푼돈'을 두고 벌어진 일이라 더욱 그렇다. '집안 미꾸라지'때문에 뒷목 잡은 재벌가 사연을 담아봤다.

재계는 대부분 창업 세대가 물러나고 경영권이 2∼4세로 넘어가는 중이다. 당연히 그 대가 지날수록 '로열패밀리'수도 많아진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옛말대로 그만큼 사건·사고 등 각종 구설에 오를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재벌가 맞아?

LG일가는 요즘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 친인척이 연루된 사건이 끊이지 않아서다. 최근에도 한 판결로 골치를 앓고 있다. LG일가 '미꾸라지'는 구본현 전 엑사이엔씨 대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는 지난 12일 엑사이엔씨 소액주주 김모씨 등 10명이 구 전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4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3월 구 전 대표가 회삿돈을 횡령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같은 해 8월 2억여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구 전 대표는 2007년 신소재 전문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시세를 조종해 253억여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7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형을 확정 받았다.

'구본호 사건'에 이어 '구본현 사건'까지 LG가 3세들의 '돈장난'이 잇달아 터지자 LG그룹은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항상 'LG 3세'란 꼬리표가 붙어서다. 4세 경영을 앞두고 있는 LG그룹은 오너의 친인척 문제로 가장 곤욕스런 일을 많이 당한 대기업 중 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LG그룹 측은 "두 사건 모두 개개인의 문제"라며 "LG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구 전 대표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의 장남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인 셈이다. 주가조작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구본호씨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둘째동생 고 구정회씨의 3남 고 구자헌씨(전 범한물류 회장)의 아들이다. 구 회장과는 6촌지간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회사 차원에서 별도로 오너의 친인척을 관리하지 않는다"며 "경영에 참여하는 직계 정도는 몰라도 회사와 무관한 방계 쪽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산일가도 사정이 비슷하다. 두산가 4세 박중원 전 성지건설 부사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데 이어 사기 혐의로 피소됐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박 전 부사장은 5000만원을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홍모씨는 "2주 후에 200만원의 이자를 얹어서 받는 조건으로 지난 3월 형과 친분이 있던 박 전 회장이 재벌가 4세라는 점을 믿고 돈을 빌려줬으나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각종 사건·사고로 구설
5000만원 안 갚아 피소…'○○일가' 꼬리표 난감

박 전 부사장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조카다. 재벌가 자녀가 단돈(?) 5000만원이 없어서 주변에 꾸고 갚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아해하는 시선이 많다.

사실 박 전 부사장은 '비운의 황태자'다. 그의 부친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했지만, 2005년 형제들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 두산가에서 사실상 '아웃'됐다.

박 전 회장은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해 재기를 노렸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다가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산 지분과 직함을 내놓고 퇴출당하다시피 쫓겨난 그의 아들들도 비운의 길을 걷고 있다. 장남 박경원 전 성지건설 사장은 별다른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성북동 자택이 경매에 나와 시선을 끌었다. 차남 박 전 부사장은 2007년 코스닥 상장사 뉴월코프 인수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돈을 투자하면서 자기자본으로 인수하는 것처럼 허위 공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사업 자금을 마련하다 이번에 피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혼맥으로 엮인 롯데·한진해운·KCC일가도 '친인척 스캔들'로 망신살이 뻗쳤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지난달 5000만원을 빌려 편취한 혐의로 김유진 전 재원테크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급한 어음을 막아야하니 5000만원을 꿔 달라"며 피해자에게서 돈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 당시 김 전 사장은 회사 부도로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 창호 등 건축자재업체인 재원테크는 지난 몇년간 적자를 면하지 못하다 결국 폐업했다.

김 전 사장의 부인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다. 신 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는 최현열 NK그룹 회장과 사이에 1남3녀(강용-은영-은정-은진)를 두고 있다. 이중 막내딸 은진씨의 남편이 바로 김 전 사장이다. 김 전 사장은 신 회장의 조카사위인 셈이다.

은진씨의 언니들은 모두 내로라하는 재벌가로 시집갔다. 은영씨는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3남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과 결혼, 현재 한진해운을 직접 경영하고 있다. 은정씨는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익 KCC 사장과 결혼해 내조에 전념하고 있다.

그룹은 선긋기

동원일가도 남모르게 속앓이를 한 적이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동생 재웅씨는 2009년 건물신축사업과 관련해 투자금 16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피소됐었다. 당시 이모씨는 "'부산에 상가건물을 짓는데 계약금을 투자하면 곧 원금과 함께 분양 수익금을 나눠 주겠다'고 해 16억원을 투자했는데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재웅씨를 고소했다.

한때 동원그룹에 근무하기도 한 재웅씨는 퇴직 후 여러 사업에 손을 댔지만 잘 풀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어려움도 겪었다는 게 동원 관계자의 귀띔. 재웅씨는 재기를 노리다 이씨와 금전적인 오해로 사기 의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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