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점심전쟁’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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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점심전쟁’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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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점심메뉴 한정 ‘한숨만’
배추값 오를 때 밥값 올랐는데 배추값 내려도 그대로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동급이다. 복잡한 업무를 제쳐놓고 누리는 잠깐의 여유는 하루의 유일한 낙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낮 12시가 가까워질수록 직장인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친한 친구들과 약속을 잡기도 하고, 회사 근처 맛집을 검색하느라 바빴던 것.

하지만 최근에는 낮 12시가 가까워지면 한숨을 내쉬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밥값 때문에 점심메뉴 고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이유에서다. 

오전 11시30분만 넘어가도 콩닥거리기 시작하는 ‘점심증후군’ 점심 먹기 겁나하는 요즘 직장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경기 불황의 파고는 직장인의 점심 메뉴에 가장 먼저 들이닥쳤다. 허리띠를 졸라맨 직장인들이 밥값을 줄이기 시작했지만 이조차 한계가 생겼다. 처음 경기 불황이 밀려왔을 때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것이 유행처럼 퍼졌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요즘 어느 한쪽의 희생으로 매일 도시락을 싸는 것은 사실상 힘든 일이다. 때문에 도시락족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고, 직장인들의 ‘점심전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5000원짜리 밥 없나요?

점심시간, 근처 직장인들이 몰리는 서울 강남의 한 식당의 가장 싼 국밥은 한 그릇에 6000원. 나머지 대부분의 음식은 1만원이 넘는다. 점심시간 주린 배를 채우고, 잠깐의 여유를 즐기러 나왔던 직장인들은 씁쓸함으로 배를 가득 채우고 돌아섰다.

알고 보니 이 지역 식당가는 채소 값이 치솟던 지난 8~9월 밥값을 평균 10% 넘게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 지역에서 무역회사에 다니는 이모(27·여)씨는 “당시에는 물가 폭등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채소 값이 내리면서 제자리를 찾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밥값은 요지부동, 내릴 줄을 모른다”고 말했다.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메뉴를 정하는 행복한 고민보다 가격 고민이 앞선다는 설명이다. 이씨의 지인 김모(28·여)씨는 “하루에 점심 한끼 정도를 밖에서 먹는 편인데 하루에 만원 정도는 지출하게 된다. 한달로 따지면 20~30만원은 점심값으로 지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별로 혹은 메뉴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이제 5000원짜리 한 장으로 먹을 수 있는 밥을 찾기 어렵게 됐다. 설령 5000원짜리 밥을 먹었다 할지라도 식사 후 커피라도 한 잔 마시게 되면, 점심밥 값으로만 1만원이 훌쩍 넘는다. 하루에 5000원 정도 식비를 대주는 회사도 있지만 점심 값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와 관련 모 중소기업 총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모(30)씨는 “전반적으로 물가는 올랐는데 급여체계는 그대로니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르기만 하고 내릴 줄은 모르는 물가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배추 값이 올라서 가격이 오르는 건 이해하지만 배추 값 내린다고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때문에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감안 점심 메뉴를 놓고 동료들과 실랑이 벌이는 일이 늘었다. 
인테리어 회사에 근무하는 최모(28·여)씨는 최근 곤란한 일이 생겼다. 자신의 후임으로 후배가 한 명 들어왔는데 신입사원이라는 이유로 점심식사를 하면 으레 ‘누가 사주겠거니’하고 식비를 내지 않는 것이다.

물론 회사 전체에서 막내인 것은 확실하지만 대부분의 동료들이 모르는 척 하는 바람에 직속 선배인 자신이 대신 밥값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 최씨는 매일 점심 값으로 남들보다 2배를 지출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전쟁이 심해지다 보니 최근에는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일반 음식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영양사가 직접 식단을 짜 영양소를 골고루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매일 밑반찬이 바뀌는 등 비교적 깔끔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국회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여의도 소재 IT 업종에 종사중인 이모(29)씨는 “우연히 국회의사당 구내식당의 밥값이 저렴하다는 소식을 듣고 몇 번 이용해 봤다”면서 “반찬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자율배식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 국회의사당도 본관과 의원회관, 도서관 별로 구내식당 메뉴와 가격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번씩 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내식당은 사람이 너무 붐비는 나머지 이동이 불편하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용하다보니 사용한 테이블을 바로바로 닦을 수 없어 미관상 보기에 좋지 않은 경우도 존재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직장인들의 최고 인기 점심 메뉴로 김치찌개가 꼽혔다.

지난해 23일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의 발표에 의하면 직장인 1121명 가운데 45.0%는 ‘가장 많이 먹은 점심메뉴’로 ‘김치찌개’를 선택했다. 이어 32.4%는 된장찌개라고 답했고, 27.8는 백반, 27.2%는 비빔밥이라고 응답했다. 5위는 26.1%의 돈가스가 차지했다.

이밖에도 김밥과 자장면, 부대찌개 같은 역사 깊은 단골 메뉴들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남녀간 선호 메뉴의 차이도 눈에 띄었다. 여성 직장인의 경우 김치찌개(45.5%), 비빔밥(29.3%), 돈가스(28.7%), 된장찌개(28.4%), 백반(27.9%) 순이었지만, 남성들은 김치찌개(44.3%), 된장찌개(37.7%), 백반(27.7%), 비빔밥(24.4%), 부대찌개(23.2%) 순으로 응답했다.

점심메뉴 1위는 ‘김치찌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당시 직장인들이 점심메뉴를 선택하는 데 가장 고려하는 요소로는 ‘맛’이 71.3%로 가장 높아다. 이어 가격이 54.1%를 차지했고, 27.3%는 스피드라고 답했다. 이밖에 기분(14.3%), 동료추천(13.4%), 양(13.1%) 등의 의견도 있었다.

한편, 하루 점심식사 비용은 서울과 그 외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사이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경우 5323원인 반면, 그 외 지역 직장인은 평균 5005원으로 평균 318원의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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