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도 부자만 살아남는 ‘더러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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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나도 부자만 살아남는 ‘더러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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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초호화 빌라에 1등급 사설 대피소 50명 두 달 생존 가능 
빌라 주민만 대피 가능해 기타 일반 서민들은 ‘그냥 지하로 지하로’

지난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한반도 전쟁설’이 확산되는 등 대한민국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잇따른 도발 예고는 대다수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최근 유사시 국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지역 대다수의 시민들은 대피소의 위치는커녕 유무 여부조차 모르고 있었고, 서울시에서 밝힌 대피소는 대형건물의 지하공간이나 지하철역, 지하보도에 불과했다. 한편, 서울 서초구 호화 빌라에는 자체적으로 1등급 방공호가 마련되어 있어 유사시 대피처 역시 경제력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뉘는 씁쓸한 현상을 예고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은 잇따라 2차, 3차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11월30일 서울 공격설을 운운하더니 지난 2일에는 일본 언론을 통해 올해가 가기 전에 경기도를 목표로 한 새로운 포격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갑작스런 전쟁위협에 국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였고, 특히 서울·경기 지역 국민들은 전쟁 공포에 더욱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한민국 인구가 밀집해 있는 서울·경기지역에 실제 포격이 가해진다면 민간인 인명피해는 물론 도시가 쑥대밭이 되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변변한 대피시설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이 화생방 공격까지 불사할 경우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

소방방재청 기준에 따르면 직격 핵폭탄을 제외한 화생방, 재래식 무기 공격에 견딜 수 있는 시설은 ‘1등급 대피시설’인데 서울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서울, 1등급 대피시설 전무

고층건물의 지하 2층 이하나 지하철, 터널 같은 2등급 대피시설도 폭격은 견딜 수 있지만 화생방 공격에는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상가 등 건축물의 지하층, 지하차도나 보도는 그보다 더 취약한 3등급이며 단독주택의 지하층처럼 방호 효과가 떨어지는 곳이 4등급이다.

현재 서울에는 군사시설을 제외하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1등급 시설은 단 한 곳도 없다. 시공 중인 서울 청사의 대피시설이 1등급 기준에 따라 건설되고 있을 뿐이다.

전국을 통틀어 1등급 대피시설은 11곳 1만2000㎡에 불과하다. 등록된 전체 대피시설 6191만8000㎡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비한 수치다. 지난 2006년 국정감사 당시만 해도 23곳으로 집계됐지만 이후 1등급 시설 기준에 미치지 못한 12곳의 등급이 재조정되는 바람에 오히려 숫자가 줄었다.

1등급 대피시설의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독립된 대피소로 지하 2층 이하에 설치돼야 한다. 철근 콘크리트의 두께는 40㎝를 넘어야 하고 지표면까지의 거리는 최소 2.1m가 돼야 한다. 바닥부터 천장까지의 높이는 2.2m 이상이고, 주 출입구와 반대편의 비상문 등 2개 이상의 출구를 확보해야 한다. 최소 40㎝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 방풍벽을 출입구 앞에 두는 것도 필수다.

대피시설 안에는 최소 2주 정도 비상식량을 저장할 수 있는 식품 저장고를 설치하고 조리시설도 갖춰야 한다. 또 자가발전기와 충전지 등 비상전원, 방송통신시설, 공기여과기, 제독시설과 방독면 같은 개인 방호장비도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1등급 대피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서울 강남의 초호화 빌라가 최근 눈길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에서도 마련하지 못한 지하벙커지만 돈 있는 사람이라면 유사시에도 마음놓고 대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핵무기 공격에 대비해 지하 벙커를 갖추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고급 빌라 ‘트라움하우스’는 핵폭풍을 차단하는 80㎝ 두께의 벙커 출입문, 벙커 내부의 간이침대와 비상용 발전기 등이 갖춰져 있다.

2003년 준공된 이후 지금까지 최대 평수, 최대 가격을 자랑하며 서민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트라움 하우스’ 지하 4층에는 50여명의 입주민이 한 달 간 핵무기를 피해 생활할 수 있는 방공호가 마련되어 있는 것.

물론 빌라는 입구부터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으며 빌라에 들어서도 보안카드가 없으면 이동할 수 없다. 지하 방공호에는 빌라주민들만 대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40여평의 방공호에는 3층짜리 간이침대 20여개와 화장실 2칸, 식량 창고 등은 물론 발전기도 마련되어 있었다.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에 대비해 손으로 기구를 돌려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기다.

벽체 곳곳에는 방사능 오염물질과 핵먼지(낙진) 등을 걸러내는 필터와 공기순환시설도 설치되어 있어 방독면을 쓰고 있는 효과를 낸다. 이 정도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이상의 위력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는 살아남는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이 방공호는 있는자들의 특권에 지나지 않는다. 방공호가 설치되어 있는 ‘트라움 하우스 3차’는 가장 작은 평수가 180평으로 매매가가 100억원 전후이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의 꿈을 위해 오늘도 힘들게 일하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그저 먼 나라, 남의 일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일반 서민들은 유사시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서울시민들은 ‘서울시 비상 대피시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들어본 적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시는 “서울 전역에 3919개소의 비상 대피시설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형건물의 지하공간이나 지하철역, 지하보도, 터널 등이 전부다.

이와 관련 최모(30·여)씨는 “유사시 대피하라는 곳이 고작 지하철역, 지하보도뿐이냐”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 역시 일반 지하시설은 구조적으로 대피시설의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습이나 재난 등이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대비 없이 공간만 제공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대피시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결국,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국민들의 운명도 경제력에 따라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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