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TV 맞장토론' 실종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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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TV 맞장토론' 실종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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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통령선거 표심의 분수령이 될 '대선후보 간 TV토론'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지금까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TV토론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단독 TV토론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TV토론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대로 12월19일 대선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국민들 사이에 끊이지 않는 이유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 박용진 대변인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TV토론을 촉구하면서 "수첩을 보고 해도 좋고, 질문지를 미리 유출할 생각도 있다"며 "대통령후보로서 자기의 역할을 분명히 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은 포털에서 상위에 랭킹 되며 뜨거운 관심을 일으켰다. 

토론 횟수·시청률 감소 추세

대통령선거 TV토론은 국내외를 망라하고 국가의 수장을 선출하는 데 있어 현대 정치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절차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TV토론은 대선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여겨진다.

얼마 전 있었던 미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과 미트 롬니 전 공화당 후보는 치열한 TV토론을 벌였다. 오바마는 모든 공식일정을 접고 TV토론에 집중했다. TV토론 총평은 오바마의 승리였고, 이것은 최종 대선까지 이어졌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TV토론을 시작했으며 케네디·닉슨의 TV토론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에 대선 TV토론이 시작됐지만,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본격적인 TV토론은 1997년 김대중·이회창·이인제 후보가 맞붙었던 15대 대선부터다.

한국갤럽의 15대 대선 TV토론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는 4차례 TV토론에서 모두 1%p의 지지율 변동을 겪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단독토론에서 4.7%p 지지율을 상승시켰지만, 합동토론에서는 0.7%~3.0%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는 단독 토론에서 3.5%p 하락, 합동토론에서는 0.9~3.1%p 상승했다.

이처럼 대선후보는 TV토론을 한 번 거칠 때마다 지지율 변동을 겪었다. TV토론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후보와 불리하게 작용하는 후보도 명확히 구분됐다.

15대 대선에서는 김 후보가 TV토론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혔다. 김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갖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15대 대선 TV토론은 투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토론으로 회자된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TV토론이 후보결정에 미친 영향력'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9.8%가 '영향을 받았다'고 답해 TV토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반면 2002년 16대 대선에서 TV토론의 영향력은 여기에 못 미쳤다. 16대 대선의 TV토론 영향력은 직전 대선보다 낮은 61.4%가 '영향을 줬다'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노무현·이회창·권영길 후보의 1차 TV토론 전후 여론조사 지지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1차 TV토론 후 노무현 후보 42.5%, 이회창 후보는 39.3%를 기록했다. 2차 TV토론 후 노-이 후보 각각 42.5%, 37.0%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제15대 대선 TV토론에 이어 또다시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다.

이회창, 토론하면 할수록 지지율 하락
이명박, TV토론 피하고 '대담' 선호해

2007년 17대 대선 TV토론은 대선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TV토론 후 정동영·이명박·이회창 후보는 각각 21.1%, 17.6%, 10.0% 순으로 ‘잘했다’는 응답을 받았지만, 대선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득표율 48.7%, 정 후보는 26.1%의 득표를 얻어 사상 최대 표차인 530만 표로 정 후보가 대패했다.

이 같은 TV토론과 대선의 상관관계에 두 가지 숨은 변수가 작용한다. 그것은 토론회 횟수와 시청률이다.

대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던 15대 대선 TV토론은 54회에 걸쳐 진행됐다. 16대 대선은 27회, 17대 대선은 대담을 포함해 11회 이루어졌다. 야권 후보는 토론회에 적극적이었지만, 여권 후보는 소극적이었다.

실제로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끝장 토론'을 하자고 제의했으나 이 후보 측은 "선거 유세 일정이 바쁘다"라는 등의 이유로 회피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이명박 후보는 합동 토론은 주로 고사하고, 대담 형식의 단독 토론을 선호했다.

TV토론 공식 시청률도 15대 대선 53.2%, 16대 대선 34.2%, 17대 대선 21.7%로 갈수록 감소했다. 17대 대선에서는 'TV토론회 무용론'이 나올 정도였다.

시청률 저조에는 세 가지 이유 있다. 공중파 방송의 축소, 심야시간대 편성, TV토론회에 후보자 전원이 참석 등이다.

2007년에는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TV토론에 6명의 후보자가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일인당 12분의 발언시간밖에 갖지 못했다. TV토론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정보제공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TV토론을 원하는 많은 유권자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갤럽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가 후보를 결정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은 52.0%로 TV토론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신문·방송 보도' 43.0%, '신문·방송 광고' 23.7%, 그리고 '주위사람·가족·친적', '인터넷', '선거유세', '벽보·팸플릿' 순이다. 

TV토론, 참고 1위

이번 문재인-안철수 야권단일화 TV토론의 시청률은 18.8%, 박 후보 단독토론은 16.1%를 기록했다. 토론시간도 저녁 11시가 넘어 편성됐다. 그것도 토론 당일 갑작스럽게 변경됐다.

제18대 대선은 대통령후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치러질 위험이 높다. 오는 18일까지 선거유세 일정이 잡혀있어 합동 TV토론이 어렵다는 박 후보 측 이야기는 결국, TV토론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이다. 박 후보는 대보지도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진짜 길다"고 우기는 모양새다. 이제 보수인사도 권좌에 오르기 위해 숨지 말고 당당히 TV토론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국민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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