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수장들 좌불안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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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수장들 좌불안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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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바뀌면 물갈이 될라 '끙끙'

[일요시사=경제1팀] 새 정부 출범이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권 교체 때마다 그랬듯 대규모 인사 태풍이 불어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 수장들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대선후보들과 가까운 관계인 금융지주 회장들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카드는 없다. 실적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뚜렷한 성과도 없다.

 2008년 6월 임명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정통 'MB맨'이다. 이 회장의 임기는 정권이 바뀌어도 1년 반이 남는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정부 소유 은행으로 인사철마다 외풍에 시달려왔다. 정권 교체까지 앞두고 있는 지금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민영화를 최대 핵심과제로 내세워왔지만 임기 중 벌써 2차례나 무산됐고 민영화를 대비한 체질개선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뚜렷한 성과 없어

이 회장은 현재 동남아시아 은행 인수 및 '매트릭스' 체제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카드사 분사도 내년 1월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은 종전과는 달리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우리은행 노조 등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아 잡음을 불가피하다.

LA한미은행 인수 실패도 뼈아프다. 인수 주체인 우리은행 미국 현지법인의 경영등급 미달이 이유였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MB노믹스'의 대표아이콘이라는 이유로 '킹만수'라고 불리기도 하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13년 3월까지다. 다만 차기 정부가 MB 정부의 전철을 밟는다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강 회장은 MB 정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고 퇴임 후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대표적인 MB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 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기업공개(IPO)는 국회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고 HSBC(홍콩상하이은행) 서울지점 인수작업도 돌연 중단됐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추진했던 우리금융지주 인수도 답보상태다. 3년 임기 내에 산은지주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며 큰 소리 치던 강 회장은 민영화 반대론자가 됐다. 취임한 지 벌써 1년8개월이 지났지만 정권 교체 후 임기를 보장받을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것이다.

취임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며 출근 저지까지 받았던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출신이다.

취임한 지 150일이 넘었지만 의욕만 앞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가 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경영도 부실하다. 농협의 대표상품을 만들겠다며 출시한 'New Have 카드'와 '나눔리스'는 소비자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1인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의 사이도 불편하다. 지난 6월 신 회장의 취임식에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불참했고 양측의 신경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농협 노조의 견해를 적극 수용하면서 최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초특급 인사태풍에 잔뜩 웅크린 금융권 초긴장
MB정권 인사 밥그릇 뺏길까…회장들 가시방석

의혹은 농협금융의 조직개편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지난 7월 지주와 농협은행 일부 본부를 통합·축소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금융지주와 농협은행 홍보부 조직이 해체돼 중앙회 산하 전략기획본부로 들어갔다.

농협 측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반적으로는 한 금융지주사의 은행, 보험, 증권 등 계열사마다 홍보실이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협은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농협회장과 임직원의 고액연봉, 방만 경영, 지역농협의 비리와 각종 금융사고 등으로 곤욕을 치러 왔다. 교체된 정권이 칼을 들이밀 수 있는 상황인 것. 농협이 향후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다만 문재인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강 회장과 신 회장의 임기 보전이 용이하다. 문 후보와 강 회장 그리고 신 회장은 경남고라는 파워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강 이남 최고 명문고로 불리던 경남고는 정·관계에 수많은 인사를 배출한 만큼 동문 간 결속력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연이 없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문 후보와 경남고 25회 동기다.  김 회장은 문 후보와 학연이 있는데다 다른 금융지주회장과는 다르게 MB맨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정권 말에도 리더십을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2015년 3월까지의 임기는 보장 받을 것으로 보인다.

5연임에 도전하는 하영구 씨티금융지주 회장은 실적악화에도 불구 고배당 지속 논란 등으로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하 회장을 이을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본사인 씨티그룹이 한국 내 여론을 감안해 회장과 행장을 분리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내부출신인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14년 3월이 임기만료다. 지난 2010년 라응찬 전 회장과 주요경영진이 물러나면서 '한 회장-서진원 신한은행장' 투톱체제를 구축하고 조직을 재정비한 바 있어 정권 초 인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인사제도 고쳐야

금융지주사 회장은 막강한 인사권과 많은 돈을 자랑한다. 이것저것 사업도 많이 벌인다. 재벌 회장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때문에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지주사 회장은 자리를 위협받는다. 최근엔 부산은행을 모태로 한 BS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을 중심으로 설립된 DGB금융지주까지 새로 등장해 노릴 수 있는 자리는 더 많아졌다.

일부 수장들은 벌써부터 유력 대선후보 진영에 줄대기에 나섰다는 소문이 있고 수장 자리를 꿰차기 위해 각 지주사 임원들은 물 밑 작업에 한창이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연말 인사 태풍이 몰아칠 때마다 금융지주사 인사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부행장급 인사 전망>

대대적 문책성 물갈이 예고

부행장급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인사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월을 전후해 부행장급 임기가 대거 만료되고, 금융사고와 실적부진 등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과 농협은행을 제외한 우리, 신한, 하나, KB, 산업은행 등 5개 대형은행의 부행장급 61명 중 41명의 임기가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걸쳐 만료된다. 외환은행은 올해 3월 하나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부행장급이 모두 교체됐으며,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역시 경영진이 모두 바뀐 상태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수석부행장, 집행 부행장, 준법감시인 등 15명 가운데 11명의 임기가 12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동대 기업부문 부행장, 오세일 CIB그룹 부행장 등 부행장급 12명 중 9명의 임기가 내년 초 만료된다.

하나은행은 부행장 6명, 부행장보 8명 등 14명 전원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다. 산업은행은 10명 가운데 절반인 5명의 자리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며, KB국민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인사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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