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X파일]카드사 무이자할부 중단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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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X파일]카드사 무이자할부 중단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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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역풍' 맞고…꼬리 내렸나 숨겼나

[일요시사=경제1팀] 신용카드의 '꽃'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의 힘겨루기에 애꿎은 소비자만 불편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에 제공한 무이자 할부 이용실적은 연간 67조원 규모. 2009년 46조5000억원이던 무이자 할부 규모는 2010년 58조9000억원, 2011년 66조9000억원으로 최근 3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2009년 전체 카드 할부 이용 실적 66조7000억원 중 69.7% 수준이던 무이자 할부 비중도 2010년 전체 실적 76조7000억원 중 76.8%, 2011년 전체 86조원 중 77.8%를 차지했다.  

혜택 무더기 축소

그런데 오는 2월17일을 마지막으로 국민, 롯데, 현대, 하나SK, 신한 등 주요 카드사들이 카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한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고수하던 삼성카드도 내달 28일부로 중단에 동참할 예정이다.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인 대형 할인점, 백화점, 면세점, 항공사, 통신사, 온라인쇼핑몰, 보험 등에서 진행되던 가입자 유치용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그 대상이다.

이들 카드사들은 본래 이달부터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했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거센 비난 여론에 놀라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에 한달 가량의 한시적 유예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다. 설 명절을 맞아 '이벤트' 성격을 내세워 명분도 세우고 무이자 중단까지 연착륙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은 카드사들과 대형 가맹점들의 알력 다툼에서 촉발됐다.

지난 12월22일 개정·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전체 68%를 차지하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5%로 0.3%p 내려갔고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2%대로 높아졌다. 카드사들은 이 때문에 수익이 감소됐다고 주장, 여전법에 있는 또 다른 항목인 '대형 가맹점은 판촉행사 비용의 50%를 초과하는 비용부담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항목을 들어 대형마트 등 대형 가맹점과 무이자 할부 비용을 나누자고 요구했다. 카드 무이자 할부에 따른 수수료율은 2개월에 2.0%, 3개월에 4.3%. 카드업계에 따르면 2011년 카드사는 이 비용으로 약 1조2000억원을 지출했다. 전업카드사 총 마케팅 비용 5조1000억원의 24%에 달하는 규모다. 이 중 6000억원 정도는 대형 가맹점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이를 거절했다. 무이자 할부 마케팅 비용은 카드사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이지 판촉행사 비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수수료율 변경에 따른 수익 감소를 무이자 할부 비용 감축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향후 수수료율 협상에 유리한 입지를 점하려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감소된 수익은 카드사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설명이다.

대형 가맹점의 이 같은 반응에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금융당국은 기름을 붓고 있다. 사태해결에 앞장서기 보다는 방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무이자 할부가 점차 축소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무이자 할부에 따른 비용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무이자 할부로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는 대형 가맹점이나 카드사가 일부 분담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 중단으로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것은 인정하지만 개정된 여전법의 정착을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할부 서비스 개편…우수고객에 혜택 몰빵
가맹점·카드사 기싸움에 소비자만 '울상'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간의 마찰과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의 금융당국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목돈을 지불하기도, 고액 할부 수수료를 물기도 부담스러운 서민이다. 설상가상으로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 외에도 연초부터 부가 혜택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전체 고객이 절반 가량 쓰는 주력 카드들에 대한 전월 실적을 기존보다 최대 300% 올렸다. 포인트와 할인 적립률은 줄이고 매월 받을 수 있는 한도도 만들었다. 실적에 포함됐던 항목을 대폭 줄이고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도 중단했다.

이와 관련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운데 서민들만 더 살기 어려워 졌다" "카드사와 가맹점의 손해 비용을 왜 소비자에게 전가하나" "일시불로 결제하기 힘든 서민들은 앞으로 비싼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나" 등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 단체도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금융소비자연맹도 보도자료를 통해 "무이자 할부 종료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게 아니라 카드사와 가맹점은 협의를 통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카드사들의 출혈경쟁을 막아 절감된 비용을 중소 가맹점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결과가 애꿎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무이자 할부 거래를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별도의 상품을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최근 무이자 할부를 쓴 이력이 있는 회원 300만명에게 올 3월 말까지 모든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를 진행한다. KB국민카드도 3월 말까지 홈페이지에서 응모한 후 2∼3개월 할부로 거래하면 수수료 전액을 면제해 주는 '3·6·9·12 할부수수료 BIG 할인이벤트 시즌1' 행사를 진행한다.

현대카드는 3월까지 홈페이지에서 신청한 후 해외에서 이용금액이 5만원 이상일 경우 2∼3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롯데카드는 내달 말까지 '훈훈한 슬림다운 할부 이벤트'를 이용해 2∼3개월 할부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감면해준다.

대력 마련 했지만

하지만 이른바 우수 고객들에게 훨씬 많은 혜택을 제공해 역효과를 낳고 있다. 신한카드는 우수 고객(톱스 클럽)에게 가맹점, 보유카드와 상관 없이 등급에 따라 2∼3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도 연 2회 VVIP를 비롯한 우수 회원들에게 전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SK카드는 최우수 VIP 고객을 대상으로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롯데카드는 골드웨이브카드 회원에RP 200만원 한도에서 6개월 무이자 할부를 각각 제공하기로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으로 논란이 커지자 카드사들이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가 혜택 축소와 고객 차별 정책으로 오히려 외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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