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GH역'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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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추적> 삼성동 'GH역' 미스터리

일요시사 0 781 0 0

박근혜, 가만히 앉아서 10억 번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앉아서 10억원 가량을 벌게 됐다. 박 당선인 자택 앞 300m 지점에 봉은역(임시명)이 곧 들어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봉은역 주변은 유동인구도 없고 특별한 건물도 없다. 반경 1km안에 건설예정인 역까지 합쳐 모두 6개의 역이 있다. 이런 곳에 난데없이 역이 들어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928정거장. 이곳은 주변 봉은사와 가까워 봉은역이란 임시 역명으로 불리지만 사실 더 가까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집이다. 봉은역과 박 당선인의 삼성동 자택과의 직선거리는 300m 남짓. 도보로 2~3분 거리다. 때문에 삼성1동 주민들은 928정거장을 'GH역'(GH는 박근혜 당선인을 지칭)이라 부르고 있었다. 현재 봉은역은 오는 2014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박근혜역

지역 주민들이 이 역을 GH역이라 부르는데는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상식적으로 역이 들어설 수 없는 곳임에도 역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사실상 박 당선인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었다.

실제로 봉은역이 위치한 이곳은 주변에 유동인구를 발생시킬만한 큰 건물이 전혀 없었다. 취재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거리풍경은 무척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근 식당 종업원도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실 역 위치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유동인구다. 유동인구가 없는 곳에 덜컥 지하철역을 건설했다간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봉은역 주변에 유동인구를 발생시킬만한 특별한 개발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봉은역 주변에선 봉은역 호재를 맞아 기존의 단독주택을 4~5층대의 빌딩으로 개축하는 공사들이 한창이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현재 봉은역 반경 1km안에는 이미 지하철역이 5개나 있다. 청담역과 강남구청역, 선정릉역, 선릉역, 삼성역 등이다. 청담역과 선정릉역은 봉은역과 불과 600m 거리다. 또 봉은역에서 불과 700m 떨어진 곳에선 9호선 2단계 구간 929정거장인 코엑스역(임시명)도 공사 중이다. 이렇게 되면 봉은역 주변으로 역이 6개나 되는 것이다.

봉은역 전후로 역간 거리가 너무 짧은 것도 문제다. 봉은역이 없다고 해도 전후 역간 거리는 1.35km가량에 불과하다.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봉은역의 적자운영과 주변 역들의 이용객 감소는 불을 보듯 뻔했다. 도대체 이런 곳에 역이 들어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주변에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어 이용객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관계자가 다 바뀌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변 아파트 지역에서 근처 역들과의 거리는 불과 500m 가량. 이는 단순히 아파트 주민들의 환승불편을 줄이기 위해 역을 건설했다는 설명이나 다름이 없었다.

9호선 봉은역, 동네선 '박근혜역'이라 불러
유동인구 없고 주변 역만 6개, 타당성 있나?

일반적으로 지하철역을 하나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은 60~70억 가량이다. 그러나 한 지역 주민은 "9호선을 이용해야 한다면 봉은역까지 가기보단 차라리 가까운 주변 역에서 지하철을 탄 후 환승하는 것이 편하다. 봉은역을 이용할 사람들은 봉은역 반경 500m 안 아파트 주민들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당선인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청와대를 나와 성북동에 살다가 지난 1990년 현재 삼성동 자택으로 이사 왔다. 박 당선인의 자택은 대지면적 484.8㎡에 연면적 316㎡ 규모의 2층 단독주택이다.

구입 당시 집값은 10억원 가량이었다. 현재는 공시지가만 27억원에 달하고 실거래가는 50억원을 상회한다. 무려 5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가격 상승폭은 66%, 강남구 상승폭은 147%에 그쳤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봉은역이 완공되면 박 당선인 자택의 가격은 또다시 최소 20%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때 박 당선인은 가만히 앉아서 10억원 가량을 벌게 된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9호선 2단계 구간 개통과 함께 박 당선인 자택 주변으로 7호선과 분당선, 9호선이 지나가게 된다. 보통 노선 두 개만 지나가도 더블 역세권이라 불리며 집값이 뛰는데 박 당선인의 집은 쓰리 역세권이다. 또 자택에서 역까지의 거리가 300m에 불과해 그야말로 노른자위 땅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역 위치 선정과정에서 유력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한 전직 철도청 관계자는 "노선 설계과정에서 자기 지역에도 역을 만들어 달라며 주민들이 시위를 하고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회유와 협박을 하는 사례는 비일비재 하다"며 "실제로 그러한 압박을 견디다 못해 역이 신설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2007년 개통한 인천공항철도의 경우도 당초 설계에는 모두 6개의 역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주민 민원과 인천시의 주장이 거세지면서 3개의 역을 더 짓게 됐다.

이처럼 주변의 압박으로 없어도 될 역이 생기면 해당 지역 주민이야 집값이 올라서 좋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땐 큰 낭비다. 불필요한 역 건설에 천문학적인 건설비가 낭비되고, 적자 운영으로 인한 역 운영비가 낭비되고, 해당 역을 지나는 모든 지하철 승객들의 운행시간이 낭비된다.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기본계획은 지난 2007년 확정됐다. 당시 박 당선인은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유력 대선주자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점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박 당선인 측 박선규 대변인은 "그 부분에 대해선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하고 할 말도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정황상 의혹

한 정치전문가는 "박 당선인이 봉은역 건설에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 당선인 자택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적자운영이 불 보듯 뻔한 역이 신설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정황상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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