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CC 'SK압박' 진짜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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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CC 'SK압박' 진짜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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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오너 때리면 '보따리' 떨어질까?

[일요시사=경제2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소재 대통령 인수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가 있다. 2007년 안산시 대부동에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NCC(주)와 SK간의 주주간 협약을 통해 지분 50대 50의 합작회사로 설립된 아일랜드(주)의 관계자이다. 아일랜드(주) 임직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서울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으며, 24일부터 인수위 앞에서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28일에도 집회를 이어가는 등 아일랜드 골프장 건립 과정에서 빚어진 SK와의 마찰에 대해 연일 공세를 취하고 있다.

 집회나 1인 시위를 한다는 것은 항상 억울한 부분이 있는 입장에서 하기 마련이다. 이들은 "무고한 동업자의 사업을 강탈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반드시 구속되어야 한다"면서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고소돼 있는 SK그룹 임원들도 위증을 서슴치 않아 엄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배임 인정

SK그룹 최태원 회장에게 무언가 주장해야만 하는 일이 있거나 이보다 새 정부에게 탄원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1월31일에 다른 사건으로 기소된 선거공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SK측에서 어떤 대응을 하고 있지 않아 이들의 요구가 집회나 시위로 해결될 것인지 아니면 일방적인 주장인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그렇다면 아일랜드(주)와 SK그룹간에 불거진 법정싸움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권 회장의 주장대로 과연 동반자 관계였던 SK가 중소기업인 아일랜드 골프장을 통째로 먹기 위해 사실도 아닌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일까? 그리고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판결 된 것일까?

아일랜드(주) 권오영 회장은 "2007년 주주간 협약을 통해 합작법인 아일랜드를 설립할 만큼 동업자 관계였던 SK가 아일랜드 골프장을 통째로 먹기 위해 나와 조카를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나, 나의 혐의는 1심과 2심 모두 무죄가 났고, 대법원에서도 무죄로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권 회장은 "대기업과 검찰 권력으로 지난 5년간 이어진 송사에 얽혀 회사는 수백억원의 금융이자 비용 등 엄청난 빚을 지게 됐다"며 "무고한 중소기업인을 고소한 최 회장은 사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사건의 1심, 2심 판결문을 보면, 배임 등 7가지의 혐의로 기소된 권회장은 1심판결의 유죄부분을 파기받으며 벌금 1000만원을 받았다.

또 회사 전무이자 권 회장의 조카인 권모씨는 항소가 모두 기각되고 사기 혐의로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는 지난 2011년 10월의 확정 판결문에 기초한 사실임을 확인했다.

권 회장은 SK와 골프장 사업을 함께 하면서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고의로 부풀려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이다.

또 권 회장의 조카 권모 전무는 가짜 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거액을 착복한 혐의(사기)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권 회장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의 내용을 되짚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권 회장은 NCC라는 회사를 통해 안산시 대부도 일대 골프장 부지 매입을 추진하면서 지난 2007년 SK측에 사업 참여를 요청했다. 그때 SK는 신규 인수한 인천정유가 대부도에 보유하고 있던 사업부지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여 그해 3월 권 회장과 합작법인 아일랜드(주)를 설립했다.

설득력 없는 '무죄' 주장, 판결문엔 '유죄'
최 회장 31일 판결 '입김' 불어넣으려는 듯

한달 뒤 SK는 유상증자를 통해 액면가 5,000원이던 주식을 주당 4만5000원으로 계상하고, 90억원에 지분 50%를 인수했다. 경영권의 프리미엄을 9배까지 인정한 셈이다. 합작법인 사장은 권 회장이 맡았고 부사장은 SK측에서 파견한 주모씨가 맡았다. 주씨와 비상근 감사를 제외한 합작법인의 모든 직원 역시 권 회장의 사무실에서 일하던 직원들로 채워지면서 SK는 골프장 지분 절반만 보유한 채 뒤로 물러나 있었다.

경영권을 확보한 권 회장은 부동산업자에게 기존보다 높은 용역수수료를 지급한 뒤 리베이트를 되돌려 받아 개인이 착복하는 방식으로 회사 측에 손해를 끼쳤다. 권 회장의 조카 권 전무는 토지매매 계약서를 위조해 매매가액을 부풀린 뒤 이 가짜 계약서를 합작법인에 제시해 그 대금을 착복했다.

최 회장 규탄 왜?

이 사실을 SK는 권 회장 측에 수차례 시정을 요구하였고, 권 회장이 이를 무시했다는 결론으로 결국 SK는 업무상 배임·사기 혐의로 권 회장과 권 전무를 형사 고발하게 된다.

이에 권 회장 측은 안산지역 언론 및 인터넷 등을 통해 SK 비방에 나섰고, SK그룹 사옥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당시 예비 며느리였던 걸그룹 샤크라 출신 이은(현재 아일랜드 골프장 마케팅실장·본명 이경은)까지 시위에 동원하며, '대기업 SK가 중소기업을 죽이려 한다'고 매스컴의 주목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최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최 회장 자녀들의 등하교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물리력을 동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더 이상 합작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투자금 90억원만 되돌려 받고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합작해지 의사를 권 회장 측에 제안했다. 근거 없는 비방행위와 시위, 최 회장 가족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라는 요구조건을 권 회장은 이를 수용했고 2008년 7월 SK와 권 회장 간의 합작계약은 해지됐다.

SK는 합작사업 해지 후 권 회장을 상대로 냈던 고소를 취하하고 탄원서까지 써줬다. 그러나 검찰은 "권 회장의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자체적으로 기소를 유지키로 결정했고, 1심 재판부인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태수)는 2010년 1월 권 회장에게 배임죄를 적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성호)는 지난 2010년 7월 권 회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권 전무는 1심은 물론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검찰은 형량이 적다는 이유로 상고를 했고, 권 회장 일가도 양형 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양측 모두 기각되면서 유죄가 최종적으로 확정 판결됐다.

다시 돌아와, 이 사안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올해 초 권 회장이 SK측과의 합의를 위반하며 최 회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면서다.

권 회장 측은 "골프장 지분 매입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나를 횡령·배임혐의로 검찰에 고소, 6개월간 수사를 받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기업의 횡포로 수백억원의 이자와 엄청난 빚더미에 쌓였다"면서 "중소기업인을 고소한 최 회장이 사죄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권 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재판부의 판결을 무시한 채 아전인수 격인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결문을 재단하고 있는 것으로, 권 회장의 다른 주장들 또한 신빙성을 잃고 있다.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명확하게 "권 회장은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용역수수료를 인상해 준 후 이를 다시 돌려받는 방법으로 업무상 배임죄를 저절렀다"며 "이는 사무처리를 위탁한 아일랜드에 대한 배신행위일 뿐만 아니라 합작 파트너인 SK측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사실상의 피해자는 SK라고 하였다.

재계에서는 권 회장이 SK 최 회장의 민감한 시기를 이용해 SK를 압박하는 것은 또다른 보따리를 달라는 것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이해 불가능"

SK 측에 따르면 "권 회장 측은 법원 앞 시위 외에도 한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해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가 하면 관련 동영상을 만들어 유투브에 올려놓고 SK 기업이미지에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또 "법원에서도 권 회장의 유죄를 인정한 마당에 권 회장이 지금의 시점에서 시위를 한다는 것은, 다른 노림수나 이유가 없다면,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답답함을 내비쳤다.

신관식 기자 <shi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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