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국민소주 ‘처음처럼’ 이물질 나와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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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국민소주 ‘처음처럼’ 이물질 나와 충격

일요시사 0 4491 0 0

바야흐로 소비의 시대다.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기업을 견제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미약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우리 소비자들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이를 하소연할 데가 없어 마른 가슴만 쾅쾅 치는 일이 허다하다. 이에 <일요시사>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소비자와 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성난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물은 고추 잔해… 롯데주류“제조공정서 들어갈 수 없다” 
공병 재활 과정서 제대로 세척 안됐을 가능성 높아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음식점에서 소주를 마시다 이물질을 발견한 것. 대부분을 마셔버리고 1/5만 남은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에는 하얀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사과를 먹다 반만 남은 벌레를 발견한 상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에서 벌어진 것. 하지만 농담과 달리 현실에서 벌어진 일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A씨는 걱정이 앞섰다. 모르고 마셔버린 이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건강에 해가 되지는 않을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화가 난 A씨는 당장 음식점 사장에게 항의했다.

“거의 다 마셨는데”

음식점 사장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물건인데다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보관해 왔기 때문이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는 막걸리나 약주, 맥주, 와인과 같은 발효주와 달리 증류주인 소주는 변질 우려가 없기에 더욱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에 업소사장은 롯데주류 에 연락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롯데주류 측 관계자가 음식점에 도착했다. 그는 “이물이 발견된 소주를 가져가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문제의 소주를 넘겨주지 않았다. 롯데주류가 자체검사를 한다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이후 A씨는 <일요시사>에 본 사건을 제보했다. <일요시사>는 롯데주류 측 관계자로부터 “먼저 식약청에 신고한 뒤 분석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문제의 소주를 넘겼다. 그리고 일주일 후, 롯데주류로부터 연락이 왔다.
롯데주류가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물질의 정체는 ‘고추씨류 등이 혼합된 음식물류’다. 대체 어느 과정에서 이런 이물질이 유입될 수 있을까.

해당물질이 유입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소비자가 고의 혹은 실수로 고추씨가 포함된 음식물을 병에 넣었을 수 있다. 하지만 A씨가 음식점에서 술병을 개봉했다는 점과 이물질의 변형 상태를 고려하면 가능성이 낮다.
둘째로, 제조공정에서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롯데주류 측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제품과 같은 날 제조된 제품을 비교한 결과, pH의 수치가 8.13으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제품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pH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는 설명이다.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 

이어 롯데주류 측 관계자는 “제조 공정은 밀폐돼 있는 데다 공정내부에 해당 이물 성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제조공정에서는 들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것은 세 번째, 공병 재활과정에서 제대로 세척되지 않았을 경우다. 재활용되는 공병이 투입되면 파병과 타사의 병을 골라낸 뒤 세병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고온과 약품을 이용해 이물을 제거하는데, 과거 기름기나 고착돼 있는 이물이 잔류된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주류 측 관계자는 “이번 문제의 경우 고착된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 뿐더러 음식물류가 잔류된 전례는 없다”면서도 “세척과정에서 인입됐을 개연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만일 세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물이 남아있던 게 사실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 출고된 제품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병에 담겨 있던 물질이 항상 음식물이라는 보장도 없다. 실제로 빈소주병은 담뱃재나 타액을 비롯한 각종 오물로 오염돼 있는 경우가 많다. 

롯데주류 측 관계자는 “아직 식약청 조사가 진행 중이라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형사고 초래도

‘처음처럼’은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어 부드럽다’는 제품 특성과 ‘흔들어라 캠페인’이라는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8.8% 상승했고 서울 지역 점유율이 26.7%로 지난 2007년 6월 이후 1년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수도권 지역에서만 전년 대비 6.4% 성장해 점유율 23.3%를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2년간 11%대에 머물렀던 전국 시장점유율이 8월에는 13%를 돌파했고 지난 10월엔 15%를 넘어섰다. ‘국민소주’라 일컫는데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식품사고 발생 시 피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식품사고의 경우 국민건강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근심을 덜어내기 위해 마시는 소주. 이제는 소주와 걱정을 함께 마셔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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