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던 ‘문희상호’ 알고 보니 ‘골수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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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던 ‘문희상호’ 알고 보니 ‘골수친노’?

일요시사 0 705 0 0

“벼랑 끝에서 ‘하나 되자’ 할 땐 언제고…”


[일요시사=정치팀] 야권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출범했던 ‘문희상호’였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초반 후한 점수를 받았다. 정치쇄신은 차치하고서라도, 분열된 민주당을 봉합하기에 이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야권지지자들은 ‘설마 했는데 역시나’라는 반응이다. 좀 더 격한 표현도 거침없이 토해내는 형국이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일요시사>가 문 위원장의 어록을 조목조목 살펴 그의 진짜 면모를 살펴봤다.

“우리가 이기면 뭐하나. 만경창파 조각배를 타고 선장 누구 하나를 놓고 싸우다 난파선 돼 빠지면 다 죽는다. 민주당이라는 배가 일엽편주처럼 간당간당하는데 뒤집히면 아무 소용이 없다. 누란의 위기, 벼랑 끝에 섰다고 생각하면 하나가 돼야 하며, 죽기를 각오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는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불출마까지 시사하면서 계파 및 당파주의의 종속을 호소하며 했던 발언이다.

탈계파 인사 내정

문 위원장의 슬로건은 ‘당파주의 종식’이었다. 문 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가 당내 여론을 수렴해 내정한 비대위원들의 인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3일 이용득 전 민주당 최고위원과 설훈, 김동철, 문형호, 배재정, 박홍근, 오중기 의원 등이 비대위원으로 내정됐다.

정치권은 이번 비대위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 중심으로 꾸려졌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수도권, 경남, 호남 등 지역 안배가 이루어진 인사였다. 주류와 비주류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으며, 친노 색채도 상당히 옅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배재정 의원과 박홍근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설훈 의원은 동교동계 출신 의원이며 김동철·문병호 의원은 비주류에 속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용득 전 최고의원이 원외인사로 내정됐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친노와 비노의 타협인사”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의 비대위는 큰 고비는 넘긴 듯 보였다.

국립현충원 참배,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예방, 4·19 민주묘지 참배 등의 공식일정을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에 거는 야권 지지자의 기대는 남달랐다. 대선 후 끊이지 않았던 잡음이 곧 사라지는 듯했다. 차분한 민주당의 모습에 보는 이도 맘이 놓일 정도였다. 비록 민주당 지도부의 ‘회초리 투어’로 적잖이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지만, 민주당을 향한 기대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문 위원장은 “우리가 미워할 것은 친노(친노무현)라는 이유로, 비노라는 이유로 그들을 미워하는 우리들 속의 당파적 심리, 당파주의”라며 “이걸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대위 출범 초기에는 거의 날마다 그 같은 발언을 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수준으로 당 혁신을 실현하겠다”라는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의지는 실로 대단했다. 금방이라도 민주당이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정치쇄신의 길에 이르는 듯했다.

비대위원장·비대위원 선임 당시 계파색 적어 호평 이어져
‘모바일투표’ ‘안철수 입당’ 요구에 이어 비주류에 호통 

하지만 곧 “60년 전통야당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만 빼놓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했던 문 위원장이 하나 둘 논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한 보수언론도 덩달아 “핵심적인 환부(患部) 하나를 도려내지 않거나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문 위원장은 이걸 알고 있을까? 안다 하더라도 그걸 과연 도려낼 수 있을까? 미심쩍다”라는 논평을 내놨다. 심상치 않은 조짐이었다.

주류와 비주류는 역시나 다시 대립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모바일투표 도입’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양측은 모바일투표를 둘러싸고 팽팽한 기 싸움을 전개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여기에 문 위원장의 한 마디가 이들의 싸움에 기름을 부었다. 문 위원장은 양측이 한창 예민할 무렵 “당 지도부를 뽑는 경선에서는 경선 참여대상을 당내로 한정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모바일투표 찬성 발언이었다.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거인단이 100만 명 넘어가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그는 “당을 새로 만든다는 것은 풍찬노숙하며 돌밭을 개간하는, 정말 힘든 일”이라며 “정치인에게는 떡하니 들어와 내 밭으로 만드는 염치없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안 전 후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골적인 발언이었다.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 가능성이 충분히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나아가 문 위원장은 “안 전 후보에게 신당 만들자고 하는 것은 악마의 유혹”이라며 “신당이 뜨면 야권 전체가 공멸한다”고 신당 창당을 하지 말 것을 압박했다. 혹시 있을 안 전 후보의 ‘의원 빼가기’를 염려하며 경고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처럼 문 위원장은 마치 주류와 입을 맞춘 듯, 비주류가 반발하기 충분한 발언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모바일투표와 안 전 후보를 둘러싼 당내 기류가 분명히 양분된 상황에서 분열을 촉진시킨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계파척결”을 외쳤고,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에는 호통을 치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어 그는 문 전 후보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부관참시’라고 지적했다. ‘친노 배제론’을 들고 나온 비주류를 겨냥해서는 “친노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떠들면 민심으로부터 당권을 잡으려고 별걸 다한다는 오해를 받을 것”이라며 “오히려 큰 정치를 하려면 그들과 함께 가야 한다”며 비주류의 요구를 차단했다.



‘총론’ 따로 ‘각론’ 따로

문 위원장의 총론과 각론은 달랐다. 연신 계파 종식을 외쳤지만,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주류의 입장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문희상호를 거쳐 전당대회를 치를 것이다. 문 위원장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주류와 비주류는 언제나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비대위를 거치며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힘을 모으는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인지. 문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향후 민주당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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