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치는’ 롯데슈퍼 수상한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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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치는’ 롯데슈퍼 수상한 생존법

일요시사 0 679 0 0

골목 틈새에 꼭꼭 숨은 ‘유통공룡’

[일요시사=경제1팀] 상생. 대형 유통업체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하도 뭇매를 맞다보니 꼼수만 늘었다. 최근 직접 점포를 여는 대신 개인사업자에게 상품을 공급해주고 간판만 ‘OO 상품공급점’으로 바꿔다는 방식으로 SSM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골목 틈새를 비집고 파고드는 놀라운 생존술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수입식품업체 본사 매장에 롯데슈퍼가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은 강남의 노른자 상권으로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뒷골목에 자리 잡은 곳이다.

불편한 동거

지난 4일 들른 스위트스페이스 강남본점에 들어서자 각종 수입과자와 수입제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스통상의 브랜드 스위트스페이스는 미국, 유럽, 일본에서 수입한 캔디·과자류 900여 가지를 판매하는 수입식품 도매 업체로, 지난 2001년 3월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현재 코엑스점, 가로수점, 대전점 등에 가맹점을 두고 있다.

80여평 규모의 매장에는 캔디·초콜렛·젤리 등의 수입제품과 식자재들이 빽빽하게 진열 돼 있다. 마치 외국 식료품 시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종류가 다양했다. 제품의 가격은 대부분 2000∼5000원. 유명한 T브랜드 수입 초콜렛 가격은 보통 4000원대 이상이지만 여기선 모두 1000∼2000원에 판다.

고객 박은영(30·여)씨는 “할인하는 품목이 많고 백화점보다 훨씬 저렴한 아이템들이 많아서 자주 찾게 된다”며 “상품이 다양하고 저렴할 뿐 아니라 수입 식자재가 한꺼번에 쇼핑이 되어 아주 편리하다”고 말했다.

점원은 “유통과정에서 중간업자가 없이 직접 수입·판매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시야에 한눈에 들어오는 목 좋은 곳을 벗어나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국산 제품의 과자와 라면, 음료와 술, 유제품, 주방용품 등이 즐비해, 국내 대형 할인마트를 연상케 했다. 지난해 12월19일 오픈한 스위트스페이스 강남본점이 롯데슈퍼와 손잡고, 롯데슈퍼로부터 상품공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스위트스페이스 매장에 각종 상품 공급
제도 허점 이용…사실상 도매사업 진출

고객 김지혜(29·여)씨는 “스위트 스페이스 코엑스점이나 압구정점은 수입식품만 파는 것 같은데, 이곳만 국내제품과 짬뽕해서 팔고 있는 것 같다”며 “가끔 수입제품을 사러 들렀다가 필요한 국내제품을 사기도 한다. 원스톱쇼핑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이모(33·남)씨는 “집이 근처라 강남본점이 생긴 후로 이곳을 자주 찾는데, 입구부터 롯데삼강 아이스크림을 팔고 진열대에서도 롯데제품이 유독 눈에 띄어 롯데와 뭔가 관련이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1석2조의 쇼핑효과를 누리는 장점도 있겠지만, 수입식품 업체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점은 안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롯데가 직접 점포를 여는 대신 개인 사업자에게 상품을 공급해주는 방식으로 골목상권에 진출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롯데가 스위트스페이스를 상대로 일종의 도매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100평 이하의 개인 슈퍼마켓을 상대로 물품을 공급하는 도매업 진출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밟았을 것 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골목상권살리기 소비자연맹 엄태기 실장은 “최근 상품공급을 시작으로 골목상권에 진출하는 대기업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마트의 편의점 사업진출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며 “스위트스페이스 상품공급의 경우 시작단계로 보이는데, 향후 전반적인 가맹점에 상품공급을 해 나갈 가능성도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엄 실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규제가 생기면 그것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편법을 들고 나와 마치 숨바꼭질 하듯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라며 “겉으론 동반성장을 외치지만 실제론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보여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예스통상 관계자는 “롯데슈퍼로부터 상품공급을 받는 것은 맞다”며 “매출수수료나 관련 부분에 대해선 내부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가맹점 개설에 롯데슈퍼가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직 나온 것은 없다”며 확대해석을 자제했다.

SSM 사업 막히자  ‘눈 가리고 아웅’

롯데슈퍼 관계자는 “롯데슈퍼가 CS유통 인수 후 개인 슈퍼마켓과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상품을 공급해 오고 있으며, 스위트스페이스도 판매처 확대의 일환일 뿐”이라며 “개인슈퍼에 상품을 공급하는 것을 왜 도매업으로 봐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체계에서 다른 곳보다 더 나은 이점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슈퍼의 경우 ‘상품공급력’이 가장 문제인데 그런 맥락에서 롯데슈퍼 상품공급은 구매파워도 높이면서 직영점과 같이 안정적으로 상품을 대주는 상생모델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롯데슈퍼는 CS유통을 전격 인수하면서 기업형슈퍼마켓(SSM)시장 1위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인수당시 롯데슈퍼는 CS유통의 직영점 굿모닝마트, 가맹점 하모니마트를 포함 총 점포수 503개로 2위 업체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점포 수의 2배를 훌쩍 넘어섰다.

이를 두고 롯데는 ‘공공의 적’으로 지목돼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거대자본을 이용한 공격적인 사업확대 구조는 ‘상생’과 정면 배치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끝없는 탐욕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슈퍼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가맹점에 대한 상품공급이 마치 합법인 것처럼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조만간 그 수를 늘려 덩치를 키워나갈 것”이라며 “점점 골목상권 상인들은 대형유통업체 눈치만 보는 식으로 흘러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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