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방미 선물보따리'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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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방미 선물보따리'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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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4박6일간의 방미일정을 모두 끝마치고 귀국했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이었다. 박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일정부분 큰 성과가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가져온 선물보따리 속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4박6일간의 방미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지난 5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한 박 대통령은 엿새 동안 뉴욕과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LA)를 연달아 방문했다. 비행거리만 약 2만5000㎞에 달했던 4박6일 간의 강행군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 기간 긴 이동시간을 제외하고도 거의 매일 3~5건의 공식ㆍ비공식 일정들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의 방미일정을 지켜본 여권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악' 소리 나는 스케줄"이라며 경악했다.

살인적 스케줄
박근혜의 힘

박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오후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뉴욕지역 동포간담회를 갖는 것으로 방미 일정을 시작했다. 6일엔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유엔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을 격려한 뒤 곧바로 워싱턴으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엔 워싱턴 알링턴국립묘지와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ㆍ참배와 동포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방미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7일이었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백악관에서 회담을 한 뒤 오찬을 함께 하고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백악관을 나온 뒤에도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면담하고 한미 동행 60주년 기념 만찬에 참석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방미 수행 경제인들과 조찬을 함께 했다. 이어 미국 의회를 방문해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는데, 한 나라의 정상이 연속해서 합동연설을 하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이 처음이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공감대 형성
구체적 대북메시지 없는 점은 아쉬워

또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국빈방문'이 아닌 '공식실무방문' 형식인데도 상·하원 합동연설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파격적 예우라는 평가다. 이밖에도 이날 박 대통령은 미국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미 경제인들 간 라운드테이블 및 오찬 간담회와 워싱턴 동포 간담회 등에 잇따라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일에는 LA에서 미국 기업가 등 창조경제 리더들과 간담회를 갖고 창조경제와 관련한 구상을 밝힌 뒤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과 오찬을 함께 하고 바로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그야말로 숨 막히는 일정이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놓고는 여야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성과는 있었다는 평가다.

엇갈린 평가
분명한 성과

우선 첫 번째 성과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재확인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안보위기 속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자신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대북 억제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긴밀한 대북정책 공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 리스크가 존재하는 가운데 동북아 국가들이 비정치적 문제에서부터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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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이 동맹의 외연을 넓힐 '포괄적 동맹' 강화 의지를 피력한데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면서도 전시작전권 전환, 한미원자력 협정 등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향한 구체적이고 '통 큰'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다. 결국 원론적인 한미동맹 확인 차원에서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두 번째 성과는 대북리스크로 위축된 해외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일정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ㆍ정몽구 현대차 회장ㆍ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계 대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이외에도 중견ㆍ중소기업인 20명도 방미에 동참했으며, 이례적으로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까지 동행했다.

경제수행단 규모는 52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 같은 대규모 경제수행단의 동행은 한반도 안보위기로 불거진 외국기업들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들과 함께 한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북한 도발로 외국인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동행하셔서 한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걸 보여줘 자연스러운 기업설명회(IR)가 되고 있다"고 치하했다.

실제로 미국 GM사의 댄 애커슨 회장은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한국에 80억 달러 어치를 투자하겠다는 기존 투자 계획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위기 극복
해외투자자 안심

앞서 6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한국투자신고식에서는 보잉과 커티스 라이트, 올모스트 히어로스 등 7개 미국 기업이 3억8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의사를 밝혔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눈에 보이는 실적을 홍보하기 위해 투자가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닌데도 단순히 투자의사를 보인 것을 서둘러 투자가 확정된 것처럼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세 번째는 이번 방미를 통해 직접적으로 얻게 된 '실리'들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전문직 비자쿼터 부여 문제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를 주저 없이 전면에 끌어냈다. 이는 비록 원론적이지만 의미있는 접근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오마바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을 언급하며 "한국은 확고한 비확산 원칙하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은 세계 원자력시장에 공동진출하고 있고 앞으로 선진적이고 호혜적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된다면 양국의 원자력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저농축 우라늄 자체 생산 등이 '세계 비핵화'라는 미국의 정책에도 반하지 않는다는 메지시를 확실히 전달했다.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긴 방미 '성공적'
윤창중 스캔들에 성과 모두 '먹칠'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문직 비자쿼터 1만5천개 신설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서도 직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박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현재 미의회에 계류 중인 한국에 대한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양국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고, FTA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입는다는 것을 체감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회를 상대로 직접 관련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

이밖에도 양국 정부는 미국의 셰일가스(진흙 퇴적암층에 함유된 가스) 개발 등과 관련해 '포괄적 에너지협력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양국 간 ICT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차관급 연례정책협의체인 ICT정책협의회를 신설했다.

이번 방미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 구성이 늦어지는 등 회담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이 같은 성과를 얻어 낸 것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방미에서는 결정적인 오점도 있었다. 방미 일정에 동행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 여성에 대한 성추행 스캔들에 휘말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현지에서 곧바로 윤 대변인을 경질하고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피해여성은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이며, 이번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행사를 위해 채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에서 윤 대변인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만졌다(grab)"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창중 쇼크
망연자실 청와대

윤 전 대변인은 언론인을 거친 우파논객 출신으로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을 역임했으며 새 정부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윤 전 대변인은 극우적 색채 때문에 인수위 대변인 시절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으나 박 대통령이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임명을 강행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이번 윤 전 대변인의 낙마는 박 대통령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가 대체로 잘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박 대통령 스스로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던 상황에서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성과를 토대로 내심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통령의 공식 방미 일정 중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고위공직자가 현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스캔들은 국제적인 망신일 뿐만 아니라 향후 외교적 문제로까지 불거질 개연성도 충분하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통해 100을 얻었어도 윤창중 사건 하나로 잃은 게 더 많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4박6일간의 숨가빴던 방미일정은 모두 끝났다.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향후 국내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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