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작은 결혼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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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작은 결혼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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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결혼식장에서 소박하게 결혼했다?"

[일요시사=정치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가 지난 5월24일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한국가구박물관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서울시 측은 이날 결혼식에 대해 친인척에게만 알리고 조용하게 치른 '작은 결혼식'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난데없는 '호화 결혼식' 논란이 불거졌다. 결혼식 장소였던 한국가구박물관은 평소 대관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었기 때문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남 박주신(28)씨의 결혼식이 호화·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주신씨는 지난 5월24일 롯데호텔 맹경호 이사의 딸과 서울시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박 시장은 조용한 결혼식을 치르겠다며 아들의 결혼 사실을 비서실에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 직원들은 이날 모두 1박2일 워크숍을 떠났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공식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 잠깐 '개인 일정이 있다'며 결혼식에 들른 뒤 다시 영등포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목민관클럽 정기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하객은 가까운 친인척과 신랑신부의 친구 등 150여명 가량만 초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자녀들의 결혼식을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겠다는 박 시장의 소신을 실천한 것이다.

호화 또는 오해

하지만 얼마 후 이 결혼식과 관련 난데없는 호화·특혜 논란이 일어났다. 결혼식을 치른 한국가구박물관이 특급호텔 결혼식 못지않게 비용이 많이 드는 호화 결혼식장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국가구박물관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성북동 북한산 자락 8264.5㎡(약 2500평) 대지 위에 한옥 열 채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다.

지난 2010년 서울 G20정상회의 당시 정상 배우자들의 오찬 행사를 열었고, 지난해 4월에는 명품 브랜드 구찌(Gucci)의 91주년 특별전시를 유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빈 방한한 우루과이 대통령 부부와 이곳을 방문하는 등 해외 VIP의 방문이 이어졌던 곳이다.

이 같은 문제를 처음 제기한 월간지 <신동아>는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제시한 견적서에 나온 가격대로 예식을 치른다면 100~150명의 하객을 초청했을 경우 5280만~5760만원(기타 비용 및 부가가치세·봉사료 제외)의 비용을 지불했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박 시장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반발하며 지난 6월18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박 시장 측은 조정신청서를 통해 "가구박물관은 상시적으로 결혼식을 하는 곳이 아니고 결혼 당사자들이 원하는 사정에 따라 맞춤으로 진행된다"며 "양가는 한국가구박물관과 예식비용을 조정해 결혼식을 간소하게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비용은 식사는 1인당 4만원 선에 맞춘 샐러드바 형식으로 음식 가짓수를 10개 미만으로 조정했고, 꽃 장식도 2개만 하는 등 간소하게 진행해 약 1700만원을 양가가 나눠 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또 "(<신동아>의 기사는) 결혼식의 본래 취지와 사실에 반해 명백히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작성된 기사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박 시장의 해명에도 풀리지 않는 의혹은 있었다. 우선 한국가구박물관은 평소 전시공간을 비워야 결혼식장을 꾸밀 수가 있고, 예식 후 다시 전시물을 들여놓는 데 1주일가량 소요된다는 이유로 대관료로만 2000만원을 받아왔다.

그런데 박 시장에겐 부대비용까지 모두 합쳐 1700만원만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시장 측은 "2000만원의 대관료는 가구박물관 전체를 대관했을 경우 상정한 금액이며, 그간 이와 같은 전체대관으로 진행했던 결혼식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했던 결혼식도 일부대관으로 600만원에 치러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관계 얽혀있는데 순수한 가격조정?
소박하려다 민폐 끼친 결혼식 뒤끝 작렬

그러나 <신동아>가 공개한 한국가구박물관 웨딩견적서에는 박물관 전체를 대관할 때와 일부를 대관할 때의 가격이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또 상식적으로도 8264.5㎡에 달하는 박물관 전체를 빌려 결혼식을 치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가구박물관이 이런 경우를 상정해 대관료를 따로 책정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박 시장 측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가구박물관 측에 수십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한국가구박물관 측은 단지 담당자가 바쁘다는 이유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또 한국가구박물관은 사건이 불거진 후 웨딩업무 담당자가 해외로 장기출장을 갔으며, 올해에는 결혼식장 대여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또 있다. 박 시장은 식대를 조정해 소박한 결혼식을 치렀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대는 예식장의 주요 수입원이다. 실제 대부분의 결혼식장에선 대관료를 따로 받지 않고 식대만을 받고 있었다. 1인당 식대가 올라가면 식장도 고급스러워지는 식이다.

그런데 평소 1인당 식대로 12만원을 받던 한국가구박물관이 아무리 가짓수를 조정했더라도 식대를 4만원으로 대폭 할인해줬다는 것은 특혜 의혹의 소지가 다분하다. 식대가 낮아진 만큼 당연히 대관료가 올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서울시는 관내 사립박물관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다. 서울시는 매년 우수 사립박물관에 대한 지원금도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호화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르면서 가격을 조정해 소박한 결혼식을 치르겠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박 시장이 정말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소박한 장소에서 결혼식을 치렀어야 하지 않느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아울러 <일요시사>가 확인한 결과 서울시 강북구에 위치한 일반 결혼식장의 경우 식장 대관 및 뷔페음식까지 600만원가량이면 충분히 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대 등을 조정해 1700만원에 예식을 치러 간소하게 예식을 치렀다는 박 시장의 주장은 그야말로 일반 국민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하는 주장이기도 했다.

사소한 해프닝?

이에 대해서 박 시장 측은 "처음에 결혼식장을 정한 곳은 신랑신부가 다니던 교회였다. 그러나 중간에 결혼식 날짜와 장소가 알려져서 조용한 결혼식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장소를 변경했다. 처음 정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했다면 비용면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을 것이다"며 조용한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번 사건은 소박하고 조용한 결혼식을 치르겠다는 박 시장의 의지와 한국가구박물관의 개인적인 호의가 결합돼 생긴 사소한 해프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이 서울시장이라는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 격"이라고 일침을 놨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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