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수리비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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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수리비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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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빵빵' 살짝 스쳤는데 수백만원

[일요시사=경제1팀] 수입차 수리비 부풀리기 의혹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그 허실을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수입차 딜러사 9곳을 압수수색한 것. 검찰이 수입차를 상대로 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소비자를 괴롭혀온 수리비 거품의 실체, 낱낱이 드러날 수 있을까?
거리의 무법자 수입차. 가벼운 접촉사고로 터무니없는 수리비를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수입차는 그동안 타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도로를 달려야 하는 다른 운전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수입차 수리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운전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분당에서 서울로 매일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경부고속도로 서초IC 진입로에서 수입차 벤츠를 들이 받는 접촉사고를 냈다. 수리비는 600만원. A씨의 과실은 30%밖에 안 됐지만 부품 값이 비싸고 수리 기간 중 차량 렌트 비용까지 부담하니 금액이 커졌다. 보험 처리를 하니 보험료가 3년간 20%나 할증되게 됐다.

BMW를 타는 B씨는 지난 겨울 영동고속도로 눈길에서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과 충돌해 앞 범퍼가 찌그러지는 사고를 냈다. B씨는 수리를 위해 회사 근처 BMW 센터에 차를 입고시켰고 당시 센터 직원은 대략 700만원 정도의 수리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왜 비싸나 했더니

1주일 뒤 받은 차의 수리는 완벽했다. 하지만 수리내역서가 문제였다. 수리내역서에는 ▲107개의 부품비 574만원 ▲13단계의 작업 공임비 284만원 ▲부가세 86만원 등 944만원의 수리비가 명기되어 있었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본 B씨는 보험처리를 결심, 자기부담금 50만원을 내고 차를 찾아왔다. 누가 보든지 대파 혹은 반파 사고라고 여길 금액이다.

수입차 수리비의 허실에 대한 분석은 이미 나와 있다. 지난 1월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기술연구소가 수입차를 대상으로 전·후면 저속충돌시험을 통해 수리비를 산출한 결과 차값 대비 수리비가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36%나 됐다. 이에 비해 국산차 수리비 비중은 많아야 10%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개발원의 2011년 조사에서는 수입차 수리비가 국산차와 비교했을 때 부품 값은 6.3배, 공임은 5.3배, 도장료는 3.4배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각 수입차 딜러사에 공문을 보내 앞뒤 범퍼와 사이드미러 수리비(한쪽) 및 엔진오일 교환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XF 2.0P 럭셔리 모델의 사이드미러 수리비는 무려 179만8500원이었다. 앞 범퍼 수리비는 215만4416원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E200의 사이드미러 수리비도 100만원을 넘었다. 만약 이 차의 앞뒤 범퍼와 사이드 미러를 모두 수리한다면 수리비는 모두 433만6871원으로 신차 가격 5810만원의 7.5%에 이른다.

'견적 부풀리기' 검찰 딜러사 압수수색
공정위·국세청도 가세 현장조사 실시

엔진오일 교환 가격도 모두 1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E200은 26만원선, XF 2.0P 럭셔리는 23만원선, 아우디코리아의 A4 2.0 TDIqu는 17만원선, 폭스바겐 코리아의 파사트 2.0 TDI는 15만원선, BMW의 F30 320d는 13만원선이었다.

운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가운데 가장 먼저 칼을 꺼내든 곳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수입차 업체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공정위는 차량별 수입 가격, 부품 수입 가격, 유통구조 등 현재 회사 경영과 관련된 자료뿐 아니라 회사 설립 초기 자료까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에는 국세청이 BMW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BMW가 이전가격을 통해 조세를 회피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그리고 마침내 검찰도 수입차 딜러사들을 정조준했다. 지난 11일 서울지검 형사6부는 폭스바겐·아우디·렉서스·도요타 차량을 각각 국내로 수입해 유통하고 있는 클라쎄오토·고진모터스·엔앨티렉서스·효성도요타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앞선 10일에는 BMW의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코오롱 모터스·한독모터스·도이치모터스와 벤트 수입업체인 한성자동차·더클래스효성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당국이 수입차 수리비 '뻥튀기'를 본격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들 업체들이 수입차 부품 가격을 과다 책정해 소비자에게 수리비를 과다하게 부과한 정황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 검사관 8명 등 수사관 30여 명을 투입해 수리비 과다책정과 관련된 자료들을 손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포렌식은 전자 증거물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검찰은 이번 수사를 금융감독원과 함께 진행했다. 금감원은 수입차 딜러사들이 수리비를 과다 계상해 보험료가 높게 책정되는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다책정 수사 착수

손해보험업계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4.3%로 적정 손해율 77%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수입차 증가를 지목했다.

검찰 관계자는 "우선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해 수령한 혐의가 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며 "보험사기 규모가 확인되면 수입차 업체 관계자 등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수입차 딜러사들은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차 값이 비싸니 부품이 당연히 비싸고 그래서 수리비도 비싼 것 아니겠느냐"며 "수입차 딜러사들이 정비로 얻는 이익은 그리 크지 않다. 사정당국이 여론에 편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딜러사별 전산망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어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얼마 전 공정위의 전방위 조사에서도 아무것도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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