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도 모르는 '친박계 권력암투'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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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도 모르는 '친박계 권력암투'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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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잡는 게 매? "김무성 잡으러 서청원 나서나"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친박계 일부에선 벌써부터 권력암투가 시작된 모양새다. 그 중심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있다. 그동안 낮은 행보를 이어오던 그는 최근 차기 당권 도전 의사까지 공개적으로 내비치며 당내 세력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그를 지켜보는 친박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무성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공공연히 들려온다. 벌써 시작된 친박계 내부의 권력암투 실상을 살펴봤다.


지난 4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모임'을 출범시켰다. 이 모임에는 새누리당 전체 의원의 3분의 2가량인 103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전직 의원까지 합치면 120명이 넘는 새누리당 내 최대 모임이다. 역사교실모임의 출범식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김무성 견제론
정면돌파 선택

김 의원 측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단순한 공부모임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세 불리기라는 지적과 계파정치의 부활이라는 쓴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친박 진영에서는 김 의원의 역사교실모임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우리의 반만년 역사를 다루는 국사교과서에 있어서만큼은 좌우이념과 정치적 진영 논리를 벗어나 객관적 자세로 균형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도 "교학사 역사교과서에 대한 역사학계 전문가들의 왜곡 주장 내용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김 의원의 처신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연일 강성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행보가 차기 당권과 앞으로의 대권을 염두에 두고 보수의 아이콘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최근 새누리당 내부에선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친박계의 권력암투설이 그것이다. 권력암투설의 중심에는 바로 김 의원이 있다.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김 의원이 사실상 차기 대권행보에 나서면서 그를 견제하려는 자와 그에게 줄을 서려는 자들 간의 물밑 다툼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다.

당권 도전 가능성 최초로 언급
당권 잡으면 대권 직행 분수령

권력암투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 6월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비공개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자신이 대선기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을 읽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 비공개회의에서 한 김 의원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김 의원은 국정원 사건의 배후로 야권의 표적이 되는 등 큰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한때 김 의원의 발언을 언론에 제보한 사람을 색출하기 위한 소동이 벌어졌었다.

이 사건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비공개회의에서의 발언을 제보자가 작심하고 언론에 흘렸다는 점이다. 이는 김 의원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라고 볼 수 있다. 또 당 지도부가 사실상 친박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친박 일부에서 김 의원을 공격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때 제보자로 지목됐던 김재원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인사다.

올 4월 부산 영도 보궐선거로 국회에 돌아온 김 의원은 5선의 중진의원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선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대선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탈박계’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10년 세종시 수정 논란 당시 박 대통령과 갈등 끝에 완전히 갈라섰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김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것도 이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서운 세력화
비박까지 포함

새누리당 공천 탈락 후 탈당까지 고려했던 김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택하고 지난 대선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다소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는 ‘탈박계’라는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탈박계였던 김 의원이 최근 새누리당 내 비박인사와 범박인사들을 대거 포섭하며 세력화에 나서자 이른바 원조 친박들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친박계 내부에선 탈박계인 김 의원과 본의 아니게 악감정을 쌓게 된 인물들도 있다. 당연히 김 의원의 세력화가 눈엣가시처럼 거슬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인물이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이다.

서 의원은 지난해 19대 총선 새누리당 후보 공천 당시 당 사무총장을 역임해 김 의원의 공천탈락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받았던 인물이다. 서 의원은 현재 내년 부산시장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지역정가에서는 김 의원이 다가오는 부산시장 후보경선에서 서 의원을 낙마시키고 자신의 사람을 심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정치권 호사가들 사이에서 풍문으로만 존재하던 이 이야기는 지난 9일 서 의원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밀약설'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부산시장 경선 때 박민식 의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들었다"며 "박민식 의원 출판기념회(7월4일) 직후 김무성 의원이 박 의원에게 '시장에 출마하면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김 의원과 박 의원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며 극구 부인했다.

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당내 인사가 사실상 차기 대권을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청와대로서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인물이라 더욱 민감하다.

정치권에서는 "정권이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노골적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다가는 채동욱 다음에 날릴 사람은 김무성이 될 것"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과거 이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임기가 2년 정도 남았을 당시 '기수 파괴론'을 내걸고 대권도전 의사를 드러냈다가 레임덕을 우려한 김영삼정권으로부터 견제를 받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배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박 대통령이 한번 자신을 배신했던 김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 의원들이 미래권력을 쫓아 이동함으로써 김 의원에게 여의도 권력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청와대의 당 장악력이 크게 약화될 우려도 있다. 청와대로서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친박 내 김무성 견제 분위기는 결국 김 의원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심기불편 청와대
김무성 견제 배후?

이러한 정치권의 분위기를 감안한 듯 김 의원은 자신의 행보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자제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의 행보를 그저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정치권 인사는 별로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도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요즘 김무성 의원이 무척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내 각종 모임뿐만 아니라 여러 정부행사에 마치 자신의 행사처럼 각종 모임에 정말 열심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다음 정치행보를 위해 한참 뛰고 있구나'라고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의원의 행보도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울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회가 된다면 당권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직접 당권도전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앞으로 당 대표가 된다면 한국 정당정치를 바로 잡아보고 싶다"면서 "당 대표로서 당에 충성했거나 지역 주민이 원하는 사람이 커갈 수 있는, 의리를 배반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고 구체적인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누가 봐도 대권플랜, 청와대 심기불편
스스로 자초한 친박 내 김무성 견제론

차기 당대표는 임기를 채울 경우 20대 총선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김 의원이 당권을 차지한다면 새누리당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놓고 차기 대권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내년 지방선거(6월4일) 이전에 열리게 될 경우엔 지방선거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김 의원이 차기 당권을 장악할 경우 박 대통령은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이 최근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밝힌만큼 당권을 잡은 후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사건건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 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이처럼 전방위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최근 경기 화성갑에 공천을 신청한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이 일종의 김무성 견제장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서 고문은 지난 199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 박 대통령을 대구 달성 보선에 공천해 정치권에 입문시킨 장본인이다.

서청원 카드
김무성 막을까?

지난 2008년 총선 당시엔 친박연대를 창당하기도 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실시한 특별사면에 포함된 유일한 친박인사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10월 재보선을 통해 새누리당으로 돌아온다면 당내 친박계 의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차기 당권경쟁에서 김 의원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서 고문이 당권을 잡게 된다면 박 대통령은 임기 중후반기까지도 레임덕을 걱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은 후보자 면접 당일인 지난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서 전 대표와 같은 전국적인 스코프(scope. 범위)를 가진 분이 와서 화성을 좀 키워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발언을 해 이미 공천위원장으로서 중립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내에서 당권 경쟁과 대권 기선잡기는 벌써 막이 오른 셈"이라며 "김 의원이 이런 당 안팎의 견제를 이겨내고 당권을 차지한 후 대권까지 직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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