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황제 장외투쟁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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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황제 장외투쟁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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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노숙이냐? 캠핑이지!"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이 지난 9월23일 국회 의사일정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공전이 길어지면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대신 54일째를 맞은 천막당사 장외투쟁은 전국순회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이어져온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어느새 여론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제기하고 나선 '황제 장외투쟁' 논란으로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잔뜩 흠집이 났다.


민주당에게 올 여름은 특히 잔인한 계절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며 지난 8월1일 서울광장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됐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래 천막까지 쳐놓으니 내부 온도는 더 올라갔다. 워낙 더운 날씨라 새누리당 일각에선 "폭염을 견디지 못해 금방 끝날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노숙 투쟁?

8월 한여름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하루에도 땀에 젖은 셔츠를 몇 번이나 갈아입을 정도로 고생을 했다. 이 같은 고생은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장외투쟁이 시작된 후 어느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선크림을 나눠주자 일부 기자들은 화들짝 놀라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접기를 바라는 마음은 오히려 기자들이 더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올 여름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24시간 운영되는 천막당사를 지키기 위해 20여 명씩 6개 조로 나눠 오전·오후 순환 근무를 했다.

게다가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이제 시즌2로 돌입했다. 민주당은 지난 9월23일 국회 전면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민주당이 장외로 나선 지 54일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서울광장 천막은 그대로 유지하고 원내·외 병행투쟁을 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그토록 바라던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대표와의 '3자 회동'을 가졌지만 서로의 의견차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에 투쟁의 강도를 높이기로 결심하고 전국순회에 나선 것이다. 다만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회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국회 본관에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를 설치하고 24시간 비상체제로 정기국회에 임하기로 했다. 전 원내대표는 국회에 간이침대까지 펼쳤다.

하지만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영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제1야당의 장외투쟁이 이처럼 길게 이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관심을 못 받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사학법 장외투쟁 때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현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한나라당 장외투쟁 53일 만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하고 사학법의 재개정을 약속했었다.

한편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이처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 중에는 이른바 '황제 장외투쟁' 논란도 자리 잡고 있다. 지난 9월17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추석 귀성인사를 하며 홍보물을 나눠줬다. 홍보물에는 천막당사에서 노숙투쟁을 하고 있는 김한길 대표의 사진에 '한길 오빠, 노숙하고 가실게요~'라는 개그 프로그램 유행어를 제목으로 붙였다.

폭염 속 죽을 고생하고도, 언론홍보는 실패
호화 장외투쟁 논란, 스스로 자초한 일면도

새누리당은 김 대표의 사진에 대해 한 네티즌이 "호화로운 이불, 침대, 노트북, 전깃불까지 다 있네. 이게 노숙이냐? 캠핑이지!"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제1야당의 대표를 이렇게 저열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희화화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묻고 싶다. 침실에 와서 이불과 침상을 직접 본 일이 있는가? 비 오는 날, 비가 새는 천막에서 그 현장을 목격한 일이 있는가?"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민주당의 장외투쟁 방식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어찌됐든 실제로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저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숙의 이미지가 저게 아닌데 편하게 자고 싶으면 집에 가서 자면 된다. 노숙투쟁은 무엇인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 아닌가? 비싼 세비 받고 캠핑한다는 비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정작 이를 효과적으로 홍보는 하지 못했다"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실제로 민주당 당직자들은 올 여름 천막당사를 지키며 엄청난 고생을 했다. 한낮에는 더위에 지쳐 녹초가 됐고, 폭우가 쏟아질 때는 천막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느라 진땀을 뺐다. 또 밤에는 정치적 노선이 다른 일부 보수단체 회원이나 취객 등이 툭하면 천막당사로 찾아와 소동을 피웠고, 땅을 울리는 차량 소음 등으로 제대로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

이처럼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정작 언론에 비추는 부분에선 불필요한 침대 매트리스, 책상, 전기시설 등으로 호화 장외투쟁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호화 캠핑?

또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 핵심당원 연수에서 "맨날 노숙투쟁한다면서 뭘 노숙투쟁해! 앞에 프라자호텔, 프레지던트호텔, 코리아나호텔 사우나 가봐요. 전부 민주당 의원들 사우나 하고 앉아있지. 그게 무슨 노숙투쟁이요. 진짜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시청 근처 호텔사우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나 당직자들이 인근 호텔사우나를 이용한 적이 없다"며 전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또 김한길 대표의 경우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주변 지하철 1호선 시청역 화장실에 가 혼자서 세수를 하고 왔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 김성태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민주당은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정치전문가는 "장외투쟁은 국민들의 이성을 자극하기보다는 감성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이 아닌가? 그런데 국민들로부터 '편해 보인다' '호화롭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민주당의 전략은 이미 실패한 것"이라며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면 좀 더 색다른 방식으로 여론을 환기시키고 대언론 홍보방식의 문제 등을 대폭 개선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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