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 박근혜 싸움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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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 박근혜 싸움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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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 없는 정면돌파 "붙었다 하면 백전백승"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의 '싸움의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받아온 남북관계에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고수하며 성과를 내는가 하면, 야당의 긴 장외투쟁에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9단 여야 정치인들과의 기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일단 붙었다 하면 이기고야 마는 '철의 여인' 박 대통령의 싸움의 기술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와는 다르게 의외로 파이터형 정치인으로 손꼽혀 왔다. 문제가 생기면 적당히 타협하고 우회하기보다는 정면돌파 방식을 선호한다. 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불거지는 '불통' 논란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장외투쟁 불사
상대방 백기투항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05년 12월에 있었던 사학법 투쟁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하자 이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장외투쟁은 해를 넘겨 2006년 1월까지 이어졌고 국회는 53일 동안이나 파행됐다.

결국 먼저 백기를 든 건 열린우리당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을 약속하며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합의했다. 장외투쟁으로 주도권을 잡은 박 대통령은 그해 열린 지방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박 대통령의 숨길 수 없는 파이터 기질은 지난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처리 과정에서도 빛을 발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친이계 의원들이 제출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반대 토론자로 직접 나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살아있는 권력인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당내 최대계파였던 친이계와의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 친박계와 야당이 대부분 반대표를 던지면서 세종시 수정안은 105 대 164로 부결됐다. 박 대통령이 세종시 논란 과정에서 보여준 일관된 자세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충청권의 민심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박 대통령의 타협없는 정면돌파 방식은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성과를 냈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북한의 대남 강경기조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까지 강행하며 박근혜정부를 위협했다.

거의 매사가 정면돌파, 불통 논란도
때때로 허 찌르는 변칙공격에도 능해

일각에선 북한의 돌발행동에 대해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정부에 대한 기선제압용이라는 분석까지 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오히려 단호한 태도로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급기야 군통신선 차단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철수라는 강경책까지 내놨지만 박 대통령도 개성공단 잔류인원 철수라는 맞불작전을 펼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강경 대북정책 기조는 고질적으로 대북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받아온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박근혜식 대북정책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냈다. 박 대통령의 대북강경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던 야권 인사들조차 최근에는 지지를 보내고 있을 정도다. 새 정부 초기 낮은 지지율로 곤혹을 겪었던 박 대통령이 현재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게 된 것도 원칙있는 대북정책의 영향이 크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정면돌파를 좋아하는 파이터지만 한편으론 허를 찌르는 한 수로 상대를 제압하는 변칙공격에도 능하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박 대통령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이어 돈봉투사건까지 불거져 당이 회생불능에 빠졌다고 판단되자 아예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파격안을 내놓는다.

주변 반대에도
불도저 추진력

또 김종인·이상돈·이준석 등의 전혀 새로운 외부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가 하면,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며 이념적 지표 또한 대폭 좌클릭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이런 전략이 주효해 새누리당은 4월 총선에서 152석이란 예상 밖의 대승을 거뒀다.

지난 대선기간 과거사에 대해 사과한 일이나 지난 16일 국회에서 귀국보고회 형식으로 여야 대표들과의 깜짝 3자회담을 가진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의 또 하나의 무기는 바로 든든한 '콘크리트 지지율'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싸움의 기술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는 싸움의 기술이 따로 필요 없는 거 아닌가?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백전백승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지 않은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 대선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서도 야권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했지만 정작 대상이 되는 노인층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노인단체에서는 기초연금 공약 수정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만약 노무현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런 식(기초연금 공약후퇴)으로 했다면 노인단체 등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공천헌금과 관련해 물의를 빚었을 때도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굳건하게 유지됐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50일 넘게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민주당은 장외투쟁이 길어지면서 지지율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야권의 장외투쟁이 길어지면서 정치권이 민생을 좌시하고 자존심 싸움만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같은 매를 맞아도 콘크리트 지지율 덕분에 맷집이 좋은 박 대통령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벤트 정치'에도 능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04년 불법대선자금사건으로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라는 비판을 받자 당사를 매각하고 천막당사로 이전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바닥을 맴돌던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천막당사 이전을 계기로 반등하기 시작한다.

또 부모님을 모두 흉탄에 잃은 가녀린 여성정치인이란 타이틀은 박 대통령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의 감성정치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특히 박 대통령의 '눈물'은 종종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곤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총선을 앞두고 TV 광고에 나와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눈물로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그해 총선에서 80석도 얻기 힘들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개헌 저지선의 의석수를 확보했다. 물론 한나라당의 선전이 박 대통령의 눈물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만은 틀림없다.

박 대통령의 눈물은 지난 2005년에도 큰 힘을 발휘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당대표로서 '사학법 장외투쟁'을 이끌었다. 하지만 당내에선 반발이 적지 않았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제기된 복귀론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의원총회장에서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장내는 숙연해졌고 복귀론은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박근혜 눈물
경계대상 1호

이러한 박 대통령의 눈물의 위력을 뼈저리게 경험한 탓인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는 박 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던 이명박 후보 측이 아직 흘리지도 않은 박 대통령의 눈물에 대해 견제구를 날리는 장면도 연출됐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은 “(박근혜 후보가) 고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라는 '박 후보 눈물 호소설'이 떠돌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눈물을 경계했다. 당시 두 후보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터라 이명박 후보측은 박 대통령이 고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눈물을 보일 경우 동정표가 쏠릴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박 대통령 측 이정현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가 이렇게 잔인하고 비정하고 비인간적이고 천륜을 짓밟는 사람이었느냐"며 "박 후보가 어머니 추도식에서 눈물 흘리는 것조차 이 후보는 정치적으로 막고, 비난하고, 음해의 대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싸움의 기술은 '유머'다. 지난 4월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을 가졌다. 이날 만찬의 분위기는 초반부터 냉랭했다. 청와대 측 인사 중 한명이 "인사청문회나 국회 상임위에서 질의하는 것 같다"고 했을 정도였다.

천 마디 말보다 강력한 눈물 한 방울
콘크리트 지지율이 가장 큰 무기?

그러자 박 대통령은 "그게 (국회의원의) 직업병이더라고요"라고 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그러곤 "제가 아는 검찰 한 분은 말버릇이 (일상 대화에서도 신문하듯)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 '마지막으로 묻겠다'고 한다"고 덧붙여 폭소를 이끌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검찰 개혁과 관련해 "제가 꼭 챙기겠다"고 다짐했고, 당시 큰 비판을 받고 있던 인사문제에 대해서도 사과 발언을 해 만찬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당시 만찬에 참여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그 후 박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자신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야권인사들을 앞에 두고 유머를 통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꼬인 관계를 풀어내는 것은 웬만한 정치내공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카리스마 리더십' 또한 주요한 싸움의 기술이다. 박 대통령은 일명 레이저 눈빛으로 유명하다. 레이저 눈빛이란 박 대통령이 상대방을 쏘아보는 눈빛을 빗댄 말인데 박 대통령이 회의석상에서 불편한 얘기를 한 사람을 굳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경우가 많아 생긴 말이다. '박근혜 레이저'로 대표되는 박 대통령의 카리스마 앞에서는 중진급 정치인들조차 맥을 못 출 정도다.

'박근혜 레이저'
중진도 꼼짝 못해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음에도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관계가 '청와대 우위의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이유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꾸준히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건전한 당·청 관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한편 이미 정치권에서 뛰어난 싸움의 기술을 보여줬던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동시에 검찰, 국세청, 국정원 등의 사정기관을 꽉 틀어쥐고 더욱 무시무시한 싸움의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친MB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과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혐의 수사,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청와대는 자신들과의 관련성을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입김이 미친 것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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