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이석채 사면초가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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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이석채 사면초가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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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가면 욕먹고 마냥 버티면 털린다

[일요시사=경제1팀] KT ‘이석채호’가 흔들리고 있다. 사정 당국의 칼날이 이석채 KT 회장을 정조준하면서 3만5000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거대기업 KT가 ‘멘붕’에 빠진 것. 상황은 5년 전 10월과 완벽할 정도로 판박이다. 이대로라면 이 회장은 불명예 퇴진한 남중수 전 KT 사장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모양새다.


새 정권 들어 꾸준히 제기된 ‘퇴진론’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켜온 이석채 KT 회장이 진퇴양난 위기에 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2일 오전 KT 본사와 관련자 주거지 등 16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지난 2월과 이달 10일 두 차례에 걸쳐 참여연대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 회장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올 것이 왔다”
사정칼날 정조준

검찰 측은 “조사부에 배당된 이석채 회장 고발사건 2건과 관련해 자료제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압수수색을 결정했다”며 “KT 본사와 관련자 주거지 등 16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이 회장의 배임혐의가 배경이라는 설명이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거의 없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 수장이 교체됐던 전례에 비춰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에도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되는 이 회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줄곧 퇴진론에 시달렸던 인물. 그때마다 정면 돌파 전략으로 위기를 넘겨왔다.

지난 3월 퇴진론이 처음 제기됐을 때,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각종 의혹 제기와 외압설을 반박했는가 하면, 8월 말 청와대 퇴진 종용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후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던 청와대와 이 회장의 퇴진론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등 주요 정치현안이 등장하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보였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 회장은 다시 코너에 몰렸다. 특히 검찰이 추가 고발 뒤 2주일도 안 돼 이 회장의 자택 압수수색까지 한 점을 감안할 때 사정당국은 이미 이 회장 개인비리 등 소환수사에 대한 구체적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미 청와대 측이 이 회장의 자진퇴진에 대한 시그널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임기를 채우겠다며 버틴 데 대한 ‘이석채 밀어내기’ 절차”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검찰에서 혐의점이 밝혀질 경우 이 회장의 중도 퇴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CEO 리스크
불똥 어디로?

검찰 수사 방향은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경영상 배임 혐의 쪽이다. 참여연대 측이 제기한 배임 혐의는 KT 사옥을 시세보다 싸게 매각해 손해를 입혔다는 것과 스마트애드몰, OIC 랭귀지 등의 사업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측의 주장대로라면 이 회장의 배임금액은 최대 1000억원대 규모에 이른다.

KT 성남 본사
▲KT 성남 본사
검찰은 우선 KT가 서울 지하철 5∼8호선 역사에 광고영상을 내보내는 스마트애드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예상됨에도 투자를 감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참여연대의 고발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배임 혐의로 압수수색…본격 수사
사옥 헐값매각 등 회사에 1000억대 손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고발장에서 “KT가 수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도 이 회장 지시에 따라 사업을 강행하고, 당초 5억원만 투자한 특수목적법인에 60억원을 재투자하면서까지 계열사로 편입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KT가 콘텐츠 사업 회사 ㈜오아이씨랭귀지비주얼(현 ㈜KT OIC)을 설립해 참여하고 이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친인척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에게 수 억원의 이득을 줬다는 의혹도 주시하고 있다.

당시 이 내용을 보도한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유 전 장관은 설립 초 가격보다 2배 높은 가격으로 회사 지분을 넘기면서 8억원 가량 차익을 얻었고, KT는 57억원을 해당 회사 증자에 투자한데 이어 이듬에 1월 계열사로 편입하기에 이른다.

참여연대는 “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친척 유 전 장관의 주식 매매 이익과 계열사 사장 자리가 맞교환 된 셈”이라며 “이 회장이 57억 원을 해당회사 증자에 투자하게 한 것은 명백한 배임행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KT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총 39곳의 소유 부동산을 감정가의 75%의 금액만 받고 팔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참여연대의 추가 고발도 함께 수사할 방침이다.

두 번째는 이석채 회장 개인비리에 대한 수사 여부다. 이번 수사가 사실상 이 회장 ‘뽑아내기’ 수준의 압박카드라는 점을 감안해볼 때, 개인비리 쪽으로도 상당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검찰은 특히 구매 파트의 경우 이석채 회장 라인이 대거 포진해 있는 점, 크고 작은 신규 투자 시 이석채 회장 친인척이 연루돼 있는 점 등에 상당한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필귀정
5년 전 데자뷰?

통신업계는 이번 검찰 조사가 KT 경영구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주인 없는 회사’로 분류되는 KT는 지난 2002년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전환했지만,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CEO 자리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KT의 5년 전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08년 10월 16일 검찰은 KT본사와 당시 남중수 KT 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KT-KTF 납품비리’ 수사를 목적으로 한 조사였다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결국 남 전 사장을 소환조사한 뒤 구속했다.

이 수사를 두고 ‘찍어내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이던 당시에는 이른바 ‘좌파 인사 적출’이라고 사회 각 분야에서 전임 정부의 인사들을 밀어내는 겁박이 횡행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남 전 사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20일 만인 11월5일 KT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밀어내기’청와대 압박카드?
사퇴 시그널…퇴진론 재부상

남 전 사장이 밀려나고 들어선 이가 이 회장이다. 애초, 유력했던 것은 윤창번 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었지만, 윤 수석이 당시 김신배 SK텔레콤 사장과 처남-매부 사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임명이 보류되는 진통 끝에 이 회장은 2009년 1월 KT 사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두 달 뒤 회장으로 영전해 지금까지 오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8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전임 사장의 전철을 밟는 기로에 섰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의 공식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이 회장의 배임 증거가 나오거나 비리에 대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대표이사 교체가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의 취임 자체가 정치적 발탁이었기 때문에 지금 벌어진 상황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어,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CEO 리스크가 재발하면서 KT도 위기로 내몰렸다.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3사 경쟁 속에서 대규모 이동통신 가입자 이탈을 헤쳐 나갈 동력을 잃었고, 당장 해외 시장 진출에 타격을 입게 됐다.

직격탄 맞은 KT
후임자 소문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T 실적도 비상에 걸렸다. 가입자 이탈, 자회사의 실적 둔화 등으로 KT의 3분기 영업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41% 줄어든 3534억 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후임 CEO에 대한 소문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오보로 일단락됐지만, “이 회장을 대상으로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미국에 거주하는 김종훈 전 미래부 장관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KT CEO를 제안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외에도 이기태, 윤종용, 황창규, 홍원표 등 삼성 출신 경영인들의 이름부터 전직 정보통신부 장·차관, 전직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까지 말만 무성한 상황이다.

정권교체만 하면…남중수와 닮은꼴

KT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CEO를 이렇게 좌지우지할 거면 처음부터 민영화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고 이것이 CEO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KT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장 추천위원회가 똑바로 운영되지 않고 또 외부에서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면 불행한 일은 반복될 것”이라며 “KT의 독립 경영을 위한 사장 추천위원회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어찌됐건 안팎의 비난을 무릅쓰고 요란한 압수수색까지 한 터라 이 회장의 혐의를 가리기 위한 검찰의 각오는 대단한 듯 보인다. 이미 흔들린 KT의 위상과 ‘CEO리스크’로 인한 KT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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