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검찰 사생결단 액션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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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검찰 사생결단 액션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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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란 사태' 큰거 한방으로 돌파한다

[일요시사=취재2팀] 채동욱 체제는 막을 내렸지만 검찰의 화력은 여전하다. 정·재계를 아우르는 전 방위 수사가 권력층의 숨통을 죄고 있다. 4대강 비자금 사건, 남북정상회담대화록 실종 사건 등 정계 거물들을 겨냥한 수사는 물론이고, 효성·동양·KT가 차례로 검찰의 사정권에 들었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차례로 무릎 꿇린 검찰의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지. 이목은 '서울'로 집중된다.

제2의 검란(檢亂) 사태를 맞은 검찰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쪽에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후임 인선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고, 또 한쪽에선 채동욱 체제 때부터 이어져 온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제2의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앞서 채 전 총장은 정치권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검 중수부를 폐지했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의 직속 기구로 그간 권력형 비리나 대기업 수사를 전담해왔다. 그러나 중수부가 간판을 내리면서 굵직한 사건들은 서울중앙지검을 위시한 서울 관할 지검이 마크하게 됐다.

지난 4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필두로 최근까지 서울중앙지검이 핸들링한 사건은 정국을 요동치게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건설사 대표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으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탈세 혐의가 입증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차명대출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서부·남부·북부·동부지검에서 진행하고 있는 몇몇 수사의 칼끝이 결국은 사회 저명인사를 겨눌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정·재계 거물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검찰과 비바람을 피하려는 권력층의 수싸움이 채 전 총장 사퇴 이후에도 계속되는 중이다.

앞서 밝혔듯 검찰의 광폭행보는 서울중앙지검이 주도하고 있다. 검찰조직 내 엘리트들이 모인 서울중앙지검은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출세코스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일선 검사들의 의욕이 높고 수사력과 정보 수집력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명박·문재인 등 거물급 연루된 수사 촉각
대기업 수사 2라운드…대형사건 비화 가능성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정치권 등 외풍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 대형 사건에 얽힌 인물들은 대체로 산 권력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MB정부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최고 책임자인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청와대가 연루된 내곡동 사저 사건에서 이른바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렸던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때 봐주기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번 검란 사태를 촉발시킨 국정원 댓글 사건 역시 조용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고의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검찰 내 복잡한 역학구도는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정치검찰'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던 탓에 일련의 대형수사를 바라보는 검찰 밖의 시선은 마냥 곱지 않다. 

정치권 정조준
거물급 걸릴까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수사 중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건은 남북정상회담대화록 실종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지난 7월25일 새누리당으로부터 대화록 실종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뒤 수사를 개시했다. 그리고 검찰은 참여정부로부터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모든 자료를 압수·분석했다.

지난 2일 검찰은 대화록 실종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가기록원에는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브리핑을 했다. 아울러 "봉하 이지원(e-知園)에선 대화록 2개가 나왔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즉 봉하 이지원에 있는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으로는 이관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여기서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서) 삭제된 원본을 복구했다"는 표현으로 논란을 촉발시켰다. 검찰의 발표를 곱?으면 '대화록에 접근할 수 있던 누군가가 원본을 삭제했다'는 내용이라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은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김경수 전 청와대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 이른바 친노 인사였다. 특히 지난 대선후보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마저 관련 의혹에 연루돼있던 상황이라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는 새누리당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이후 문 의원은 "차라리 나를 소환하라"며 검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친노 세력의 반발도 거셌다. 그러나 논란이 확대될수록 타격을 입는 사람은 문 의원이었다. 참여정부의 도덕성과 직결된 대화록 실종 사건의 마지막 타깃은 결국 문 의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 2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문 의원의 소환조사 가능성이 타진됐다.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 지검장은 대화록 실종 사건과 관련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원의 소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수사과정에서 문 의원이 대화록 실종 사건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문 의원의 정계은퇴는 물론 야권 전체가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야권은 서울중앙지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화록 실종 수사와는 별개로 현 정권에 불리한 대형 수사도 진행 중이라 여권 역시 안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가 담당하고 있는 4대강 사업 수사는 지난 정권의 폐부와 맞닿아있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담합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경쟁 입찰을 가장하고 투찰가를 담합한 혐의로 현대건설 김중겸 전 사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 등 2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검찰은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한 설계업체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 명목으로 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장석효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과정에서 형성된 비자금이 어디로 향했는지. 공사 수주 청탁 등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윗선'이 어디까지인지를 밝히고자 하는 검찰의 의지는 아직 꺾이지 않고 있다. 즉 'MB정부 실세들이 돈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은 현재도 진행 중인 것.

또 최근 4대강 사업이 감사원에 의해 ▲정경유착 ▲부실공사 ▲입찰담합 등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 또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2일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 전 대통령 등 4대강 사업 책임자들을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이름을 올린 국민은 모두 3만9775명. 사상 초유의 단체 고발로 4대강 사업의 검은 배후가 드러날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더불어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과 직결된 국정원 댓글 수사는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현 정부의 외압 의혹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국정원 댓글 수사는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 따라 또 한 번의 태풍이 불어 닥칠 전망이다.

만만한 재계
다음 타깃은?

정계에 비해 비교적 직접적인 외풍이 적은 재계와 관련한 수사는 검찰이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재계 저승사자'로 새롭게 지목된 투톱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기소한 특수1부는 지난 9월 항소심에서 최 회장의 실형을 이끌어냈다. 재판에서 최 회장은 회사 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특수1부의 집요한 수사로 2심에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정구속됐다.

특수2부도 대기업 수사에서 막강한 화력을 뽐내고 있다. 올초 특수2부는 CJ그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이재현 일가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혐의를 입증했다.

아울러 특수2부는 이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의 대가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에게 고가의 시계와 미화 30만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 전 전 청장과 허 전 차장을 각각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특수2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곧바로 대기업 수사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11일 검찰은 효성그룹 오너의 자택과 효성그룹 본사, 효성캐피탈 본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포문을 열었다.

검찰은 효성으로부터 압수한 압수물 및 국세청의 고발자료 등을 토대로 조석래 일가의 불법 차명대출 및 법인세 탈루,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검찰은 조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K 상무 등을 소환조사한데 이어 조현준 효성 사장 등 일가 전원을 상대로 한 소환조사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효성은 지난 MB정권 당시 청와대와의 유착이 끊임없이 의심됐던 기업이라 수사과정에서 정계 거물의 비리·비위 혐의가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효성과 함께 잔인한 10월을 보내고 있는 동양그룹도 검찰의 칼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기업 임원진이 대거 연루된 1조600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CP) 사건은 특수1부가 배당받았다. 특수1부 입장에선 그야말로 숨 돌릴 틈 없는 레이스다.

지난해 특수1부는 LIG그룹의 2000억원대 ‘사기성 CP 발행’ 사건을 수사해 구자원 LIG 회장 등을 기소한 바 있다. 이번 '동양사태' 역시 지난 LIG 사건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현 회장 등의 사법처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 회장은 CP를 발행한 뒤 자금난을 이유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채동욱 사퇴 이후 공정성 의심
서울중앙지검에 대형수사 몰려
'국면전환용' 게이트 터뜨리나

공기업 성격이 짙은 KT도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양호산)는 KT본사를 비롯해 KT광화문지사, 서초지사, KT회장 자택 등 16곳에서 전 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청와대 출신 한 관계자는 이번 KT 압수수색에 대해 "이석채 회장을 찍어내기 위한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 같다"며 "검찰 입장에선 총장 선출을 앞두고 벌이는 일종의 시위로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즉 효성이나 동양과는 다른 관점에서 검찰 수사를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

지난 2월 참여연대는 스마트애드몰 등 검증되지 않은 사업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KT에 수백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이석채 KT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혐의 중 KT사옥 특혜 매각과 BIT 사업 업체 선정과정 의혹들은 정·관계 로비자금과 연결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번 KT 수사와 같은 맥락으로 최근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포스코도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만약 KT의 이 회장이 사법처리를 받게 된다면 그 다음 타깃은 포스코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의외의 인물
부상할 수도

현재까지의 정황을 놓고 봤을 때 서울중앙지검의 독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채 전 총장 퇴임 후 굵직한 대형 사건은 기피하지 않겠냐는 예상도 있었지만 특수부를 중심으로 한 검찰의 저격수사는 더욱 독해진 모양새다.

이를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신임 총장 부임 전 (검찰 안팎에) 실력을 보이려는 것 아니겠냐"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쪽으로 사건이 너무 몰리다보니 다른 조직이 소외받는 느낌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중앙지검 다음으로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식품안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됐다. 박근혜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4대악 척결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셈. 그러나 식품안전과 관련한 사안이 통상 대형사건은 아니기 때문에 과거 끗발을 날렸던 서울서부지검의 명성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서부지검이 들여다보고 있는 사건으로는 현대산업개발의 관급공사 특혜 의혹이 눈길을 끈다.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된 수사 중 눈여겨봐야 할 사건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배임 및 횡령 의혹과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이중 라 회장의 로비명단에 든 인물이 지난 정권 막후권력이란 소문이 있어 그 사실 여부가 밝혀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대우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4대강 사업 비리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언급한대로 4대강 사업 비자금 의혹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하지만 얼마 전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퍼진 "여당 대표급 정치인이 한 건설사로부터 6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의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정·관계 게이트로 확대된 원전사태도 그 출발은 한 중소업체의 납품 비리였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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