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상조 '빵빵한' 고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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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 보람상조 '빵빵한' 고문단

일요시사 0 889 0 0

 

이주성·이인규 상조회사에 왜?

 

[일요시사=경제1팀] 보람상조의 '빵빵한' 고문단이 화제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거물급 인사들로 채워져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못지않다. 고문단은 보람상조에서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보람상조는 왜 이들을 영입했을까.

이주성 전 국세청장과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보람상조 고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상조업계에 따르면 보람상조는 지난해 이 전 청장과 이 전 중수부장을 회사 고문으로 영입했다. 이들은 보람상조에서 각각 세무고문과 법률고문을 맡고 있다.

화려한 외인부대

이 전 청장은 동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행정고시(16회)에 합격한 뒤 중부·서울지방국세청 국장과 부산지방국세청장, 국세청 기획관리관, 국세청 차장 등을 거쳐 2005년 3월 제15대 국세청장에 올랐다. 이도 잠시.

이 전 청장은 2006년 6월 돌연 사퇴했고, 이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의문은 2년 뒤 풀렸다. 그는 2008년 11월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에게 청탁 대가로 20억원 상당의 아파트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돼 복역하다 2010년 10월 모범수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 전 중수부장은 1982년 사시(24회)에 합격한 뒤 법무부 검찰과장,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2009년 1월 '검찰의 꽃' 대검 중수부장에 임명된 그는 ‘박연차 게이트’수사를 지휘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그해 7월 사표를 냈다.

검찰을 떠난 이 전 중수부장은 2009년 9월부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지내고 있다. 자리를 옮길 당시 바른은 이 전 중수부장이 수사했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변호를 맡아 말들이 많았다. 2011년 4월엔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부산저축은행 핵심 피의자들의 변호를 맡아 논란이 일었다.

1년 전 영입…각각 세무·법률고문 맡아
공정위 고위퇴직자도 경영고문으로 활동

이 전 청장과 이 전 중수부장 외에도 유명 인사들이 보람상조 고문단 명단에 올라있다. 이들은 2∼3년 전 보람상조 고문단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고문을 맡고 있는 이삼봉씨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출신이다. 기획관리관실 기획예산담당관과 재정기획관 등을 지냈다.

해외고문인 박윤식씨는 '중국통'기업인 출신이다. LG건설(현 GS건설) 해외영업부장과 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후 LG전자 부사장을 맡으면서 중국 베이징트윈타워를 총괄했다. 상임고문은 신진식씨로, 그 역시 대기업 임원 출신이다. GS건설 주택사업본부 상무와 자이서비스(GS건설 자회사) 대표이사 등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영입된 것은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이 비리로 곤욕을 치른 시기와 맞물린다. 보람상조가 거물급 인사들을 잇달아 고문으로 영입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최 회장의 비리 전력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최 회장은 2010년 4월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개인 사업장을 차려놓고 영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와 독점 계약을 맺은 다음 불공정 계약을 통해 돈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00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최 회장은 돈을 빼돌려 부동산 구입과 자녀유학 비용, 정기예금 등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당시 고객들에게 납입 받은 돈을 '쌈짓돈'처럼 썼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현대종합상조 등 상조업계 전반으로 검찰 수사가 확대됐다. 당초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던 최 회장은 2010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2011년 1월 2심에선 횡령액이 거의 변제됐다는 점이 참작돼 징역 3년으로 감형받았다. 그해 6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고,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성탄절 특사로 가석방됐다.

보람상조 측은 5명의 영입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문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역할을 함구했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거물급 인사들의 고문 선임 이유와 목적에 대해 "단지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로비용? 보험용? 방패용?
홈페이지에 공개…과시용?

그는 "전직 관료들의 영입은 회사의 투명·윤리경영 원칙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라며 "한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경영에 활용하는 등 기업환경 변화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문단 역할은 오너 비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보수는 공개할 수 없지만 그렇게 거액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고문은 말 그대로 경영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 그동안 쌓은 전문지식과 경험 등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좀 더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자문해준다. 기업들이 앞 다퉈 거액을 주면서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고문으로 영입하는 이유다. 고문의 보수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고위급 관료 출신들의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단순 조력자 역할에서 벗어나 '보험용'내지 '로비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고문이 기업과 정·관계, 법조계를 연결하는 '창구'란 오명도 없지 않다. 기업들은 아예 출신 기관의 영향력과 정보력을 염두에 두고 영입하기도 한다.

시민단체들은 기업이 '힘 있는' 고문을 영입하는 것은 외풍을 막는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동시에 '전관예우' 효과를 볼 심산이라고 지적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해당 업종에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을 꼭 한명씩 고문으로 끼고 있다"며 "전직 관료들은 대기업 고문 등으로 재취업해 사실상 대정부 창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조언 역할만"

보람상조는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진 등 임원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등기직이 아닌 고문직은 특히 더 그렇다. 상장사는 물론 비상장사들은 대부분 이런저런 뒷말을 우려해 숨길 수 있으면 끝까지 숨긴다. 눈길을 끄는 점은 보람상조는 고문단 명단을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업계에선 보험용·로비용보단 '과시용'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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