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연세대 야구감독, 감독직 유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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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진호 연세대 야구감독, 감독직 유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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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버티다 '들통나자' 조용히 사표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연말 대학야구계는 대형 입시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프로야구 선수와 코치, 감독을 지낸 명망 있는 인사들이 줄지어 구속수사를 받았고, 그 결과로 그들은 야구계를 떠났다. 하지만 정진호 연세대 야구부 감독은 예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까지도 야구부에 적을 두고 있다. 연세대는 "예우"라며 그를 감싸고 있다.

 

운동선수들은 고교 졸업 직전 두 부류로 나뉜다. 고교시절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은 대학을 거치지 않고 프로로 직행한다. 성적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못한 선수들은 각자의 운동부가 있는 대학 진학을 선택한다.

성적이 뛰어난 선수들이 프로무대에 진출하고 나서 뒤에 남은 선수들이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바로 대학 진학이다. 문제는 입학시스템이다. 현 입학시스템은 각 대학 야구팀 감독들이 선수 선발의 전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감독에게 청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렇게 곪을 대로 곪았던 환부가 터진 게 지난해 말 '대학야구 입시비리' 사태다. 당시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전·현직 대학 야구감독 7명이 구속기소됐다. 감독들에게 학부모들을 연결시켜 주고 돈을 챙긴 혐의로 브로커 5명이 구속되고 돈을 건넨 학부모 등 14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유니폼만 벗었다?

구속기소된 7명의 감독 중에는 '2012 일구회 대상'에서 지도자상을 받은 양승호 전 고려대 감독(전 롯데 감독)과 전 LG트윈스 수석코치를 지낸 정진호 연세대 감독이 포함되어 있었다.

양 전 감독은 고려대 야구부 감독 시절, 고교 야구감독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3월과 1억원의 추징금이 선고됐다. 양 전 감독은 돈의 사용처에 대해 학교 계좌에 3000만원을 입금하고 나머지는 전지훈련 비용으로 사용했다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 감독이다. 정 감독은 야구 특기생 학부모에게서 3000만원을 받고 학생을 부정 입학시킨 혐의로 지난 4월 징역 10월에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단법인 대한야구협회는 정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대한야구협회는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에는 자격정지 5년을, '집행유예 이상 선고'에는 자격정지 10년이라는 징계를 내리고 있다.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는 "대한야구협회의 징계규정에 따르면 정 감독에게는 '10년 자격정지'라는 징계가 내려져야 하지만 이는 야구비리 사태가 터진 후 바뀐 규정"이라며 "정 감독의 경우 입시비리라는 중차대한 사안으로 별도의 상벌위원회가 열려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대한야구협회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재판부는 "대학 야구부 감독은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감독 업무수행이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정 감독은 감독 수행이 불가능해졌다. 경기장 안에서 작전지시를 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한야구협회가 주관하는 공식행사와 연고전·고연전 같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 감독은 아직까지도 연세대 감독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니폼을 입지 않을 뿐 경기장 밖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야구계 관계자 A씨에 따르면 연세대 야구부는 지난해 말 터진 입시비리 사태로 인해 동계훈련을 치르지 못했다. 올해 동계훈련 시즌에도 제대로 된 훈련을 치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부정 입학 혐의로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
신입생 선발 관여 등 여전히 영향력 행사

또한 연세대 야구부 선수들은 감독의 부재 아닌 부재로 인해 3∼4월에는 경기를 치르지 못했으며 타 대학 야구부는 연세대와의 경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정 감독은 '항상 사표를 주머니에 넣어 다닌다' '대학에서 그만두라고 하면 언제든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정작 그만둘 생각은 없어 보인다"며 "올해 신입생 선발에도 깊숙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야구부 선수들과 코치들은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고 있다. 올해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구단으로 자리를 옮긴 몇몇 선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으며 감독이 바뀌면 코치진까지 대거 교체되는 관행 때문에 코치들도 자기 살길 찾기 바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입시비리 사태가 터지기 전과 다를 바 없는 정 감독의 영향력에 야구부 선수들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집단 대응에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A씨는 "고교야구든 대학야구든 프로야구든 야구에서는 감독의 말 한마디가 법과 같다"며 "학부모들의 집단 대응으로 인해 자녀들이 경기에 빠지거나 외면을 당할까봐 쉬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아예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부 학부모들이 연세대 측에 투서와 탄원서를 제출하며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고 그럴 때 마다 정 감독은 '새 감독이 뽑히면 인수인계 후 물러나겠다' '대법원에 항고할 예정이니 최종 결과를 기다려달라' 등의 말로 시간을 끌었다.

연세대 측도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연세대 체육지원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정 감독 본인이 억울하다고 하니 학교에서는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것뿐이다"며 "돈을 착취한 것도 아니고, 한국 야구계의 발전에 큰 공을 세워온 만큼 예우하는 것이다"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대한야구협회에서 야구 감독 자격을 무기한 정지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5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후 즉각 대법원에 항고를 제기했으나 결과가 미뤄지고 미뤄져 11월에 나올 예정이다"며 "재판 결과가 나오면 학교 측에서 알아서 조치하겠다. 학부모들과 선수들, 그리고 언론이 신경을 쓰거나 걱정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 "문제없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정 감독은 지난 10월 대법원에 항고, 오는 18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5개월여간 무자격 상태로 감독직을 수행했다는 얘기가 된다.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도 "무기한 자격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진 상황에서 감독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한편 정 감독은 <일요시사>가 취재에 나서자 지난 6일 저녁 뒤늦게 사표를 제출하고 학교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진호 감독은?

정진호 연세대 야구부 감독은 경북고, 연세대를 졸업하고 1983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 내야수로 활동했다.

87년에는 청보 핀토스로 자리를 옮겼으며 91년에는 선수생활을 접고 태평양 돌핀스에서 코치로 전환했다. 95년까지 태평양 돌핀스 코치로 있던 그는 96년 현대 유니콘스 수석코치, 2007년 LG 트윈스 수석코치를 거쳐 2011년 이광은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연세대 야구부 감독에 취임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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