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단말기 리베이트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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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단말기 리베이트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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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CU, 바이더웨이…수십억 뒷돈

 

[일요시사=경제1팀]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에 검은돈이 은밀히 오가고 있다. 출처는 카드결제 승인을 대행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결제대행회사들. 카드 단말기 대행업체로 선정해 주는 대가로 간부들에게 수 억원의 뒷돈을 건넸다가 덜미를 잡혔다. 한마디로 돈 놓고 돈 먹기 판이다.

패스트푸드점과 대형 편의점. 손님이 내미는 신용카드는 모두 다르지만, 매장에 설치된 단말기는 딱 한 개다. 이른바 ‘밴(VAN)사’라 불리는 결제승인 대행업체가 설치한 단말기. 햄버거나 음료 등을 결제할 때마다 한 건당 70원에서 많게는 100원을 카드사에서 수수료로 받는다.

밴사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를 가맹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가운데 결제 승인대행 업체 선정을 대가로 밴사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한국 맥도날드 직원과 편의점 간부 2명이 잇따라 검찰에 구속됐다.

돈 놓고 돈 먹기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는 결제대행사 나이스정보통신 업체로부터 사업자로 선정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맥도날드 본사 경리팀장 최모씨와 편의점 씨유(CU) 본사 상무 박모씨, 바이더웨이 본사 전산팀 차장 정모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맥도날드 간부 최씨는 2006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N업체로부터 “가맹점 결제대행사로 선정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3억14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나이스정보통신을 선정한 뒤 부인 명의의 업체가 나이스정보통신의 영업을 대행하는 것처럼 속이는 수법 등으로 돈을 받았다.

씨유 간부 박씨는 2006년 12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다른 사람 명의의 현금카드 4장을 받아 나이스정보통신으로부터 매달 1300만원씩 모두 8억2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바이더웨이 간부 정씨는 2년간 장모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나이스정보통신으로부터 2억6000만원을 송금 받았다.

밴사는 신용카드 가맹점과 신용카드사 사이에서 결제정보를 전달하거나, 가맹점의 현금영수증 매출 자료를 국세청에 전달해 막대한 밴수수료를 지급받는다.

신용카드는 결제 건당 100원의 수수료를 지급받고, 현금영수증 발급의 경우 국세청으로부터 건당 부가세 20원을 공제받는 형식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나이스정보통신은 이렇게 받은 돈의 절반가량을 뒷돈 주는 데 써온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검찰에 따르면 나이스정보통신은 맥도날드 등 거래사들에도 2010∼2012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씩 리베이트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맥도날드는 52억원, 바이더웨이는 130억원을 리베이트로 받았고, 씨유는 687억원의 리베이트를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이 밴사에 대해 감면해준 세금이 불법 리베이트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밴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한다면 카드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밴 사업자 선정 비리…본사 임직원 줄구속
유통업계 카드결제 대행 수사 전방위 확대

업계는 신용카드 밴사의 리베이트 수사가 프랜차이즈업계와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밴업계 관계자는 “밴사 입장에서는 단말기를 많이 설치할 수 있는 유통업체들이 최고의 고객이기 때문에 리베이트가 빈번히 발생한다”며 “거액의 불법 리베이트 줘도 남는 장사라 큰돈이 오간다”고 말했다. 결제 건수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발급건수가 많은 햄버거 가게, 편의점 등에 계약 유지 등을 목적으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지급해도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이 미니스톱에 대한 수사를 하다 보니 관련된 업체들이 계속 나와 유통업계 전체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며 “현재 나이스정보통신의 리베이트 건으로 수사 중인 인원이 19명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이를 계기로 스토리웨이를 운영하는 코레일유통 관계자도 소환 조사했으며, 최근 BGF리테일에 이어 나이스정보통신과 계약한 타 유통업체들까지 수사 선상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나이스정보통신과 계약된 대형 유통업체는 신세계, 홈플러스, 현대백화점, AK백화점, 맥도날드, 카페베네, 버거킹, 탐앤탐스, KFC 등이 있다. 특히 나이스정보통신 이외에 KICC, 스마트로, 코세스, KS-NET 등 메이저 밴사로까지 수사를 확대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김기준 의원(민주당)은 최근 씨유,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 4개사는 2012년 한 해동안 총 318억원 상당의 밴 수수료를 리베이트 방식으로 되돌려 받았다고 밝혔다. GS25가 110억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고 세븐일레븐(96억원)·BGF리테일(87억원)·미니스톱(2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관행처럼 검은거래

이들은 수수료를 돌려받는 방식 이외에도 초기 전산투자비 명목으로 목돈을 지급하는 계약도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김기준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BGF리테일과 미니스톱은 각각 58억원, 65억원을 일시금으로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 의원은 “고질적인 수수료 되돌려 받기 관행으로 인해 수수료가 절감되지 않아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되고 있다”며 “이 비용은 곧 비싼 카드결제 수수료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밴시장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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