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 형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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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그룹 형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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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표창 받고 ‘협력사 삥 뜯기’

 

[일요시사=경제1팀] 13개 패션 브랜드를 이끄는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의 ‘이중성’이 도마에 올랐다. ‘나눔경영 전도사’를 자처하며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지만 정작 협력업체에는 고객에 반품의류 비용까지 떠넘겨 오고 있었다. 최 회장의 이중적 태도에 일부 네티즌들은 그를 ‘두 얼굴의 회장님’이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마찬가지로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의 상생경영에는 상생이 없었다. 협력업체에 ‘고통분담금’이라며 돈을 떼먹고, 반품 비용도 떠넘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중적 태도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형지는 협력업체에 고객이 반품한 물건을 되사게 하고, 통합상품권을 발매하면서 상품권 구입도 강요하는 등 갑 횡포를 부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형지는 반품 물건을 되사게 할 때는 납품원가가 아닌 소비자 판매가로 청구하면서 협력업체의 고통을 가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의류상품권 3000만원어치를 구매하도록 강매한 사실에 대해서는 하도급 분쟁조정협의회 조사를 받았다.

또 형지는 새로 개점하거나 매출이 부진한 매장에 가서 카드로 한 번에 수백, 수천만 원씩 결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구매팀이 직접 협력업체에 전화 해 매장 이름과 액수까지 하나하나 지정을 해 줬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고통분담금’ 명목의 적자 계산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납품 대금을 일부 지급하지 않은 악행도 드러났다. 고통분담금은 말 그대로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것으로, 다시 말해 본사의 적자를 함께 메우자는 의미다.

이러한 상납은 지난 2006년부터 시작돼 간헐적으로 진행됐고 최근까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 원단 납품업체의 경우 지난 2006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납품 대금을 수천만원씩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거세지자 형지측은 지난 14일 “협력업체에 사과하고 이른 시일 내에 문제점을 시정할 계획”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놨다.

형지 측은 “(언론 보도가)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회장님께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과하기로 했다”며 “문제가 있는 부분은 바로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은 수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통합상품권 강매와 반품비용 떠넘기기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다. 형지 측은 “지난해 초 통합상품권을 만들면서 협력업체들에 선물용 등으로 도와주십사 말을 꺼낸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온도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고,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반품 들어온 제품을 협력업체가 소비자가격에 되사가도록 했다”면서 “바로 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력업체에 반품 떠넘기기·상품권 강매
나눔·상생경영 말뿐…휘두른 횡포 충격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 의류 브랜드로 유명한 패션그룹 형지를 둘러싼 이 같은 논란에 소비자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형지가 대중들에게 친숙한 브랜드인데다 평소 ‘행복한 기업’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형지는 행복, 정직, 신뢰, 윤리를 브랜드 철학으로 하며 ‘패션으로 행복을 나눕니다’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어, 이중적인 ‘윤리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병호 형지그룹 회장
▲최병호 형지그룹 회장
여기에 최 회장은 현재 한국의류산업협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윤리경영위원을 맡는 등 ‘나눔경영 전도사’를 자처하며 상생을 실천하는 CEO로 알려져 패션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충격은 더 크다.

올해 초에는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최 회장은 당시 협력업체 및 파트너와 상생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점, 상품대금 전액 현금결제는 물론 지속적 현장 방문을 통한 애로 청취와 유대관계 강화, 교육이나 세미나 등을 통한 상생지식경영, 정보시스템을 통한 시장정보 공유 등을 펼쳐온 점 등을 인정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형지가 상생과 공존을 강조해왔던 만큼 협력업체를 생각하는 철학이 남다른 줄 알았는데 실상을 알고나니 놀라울 따름”이라며 “대통령 표창은 솔직히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최 회장은 또 최근 대통령 해외 순방에도 중견기업 대표 자격으로 5차례 연속 동행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미국방문을 시작으로 유럽 경제사절단에 까지 포함되면서 현 정부 들어 5차례 꾸려진 경제사절단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박근혜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따라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보여주기식 마케팅

최 회장은 동대문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해 지난해 7800억원대 매출을 일궈낸 동대문 신화의 주인공이다. 패션업계에서 그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배운 것 하나, 가진 것 하나 없었던 ‘고졸 출신의 1평(3.3㎡)짜리 옷가게 주인’이 의류업에 뛰어든 지 30년 만에 연매출 7000억원 규모의 패션 대기업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1994년 형지물산을 창업한 뒤 1996년 ‘크로커다일레이디’를 론칭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복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2년에는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 기존 여성복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남성복, 아웃도어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종합패션기업으로 거듭났다. 올해 8월에는 프리미엄 패션몰 바우하우스를 인수해 유통업까지 진출했으며, 에리트베이직을 인수해 교복시장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형지의 이러한 성장 뒤에는 협력업체의 남모를 고통과 희생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씁쓸해진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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